별로 재미는 없지만 생계와 연관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거의 매일 경제기사를 보게 되는데, 요즘에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계대출 금리에 대한 기사가 빠지질 않는다. 이런 기사에는 대출금리가 올라 피해를 입은 익명의 사례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례가 얼마나 대표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대신 공식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1년 9월 3.18%, 10월 3.46%, 12월 3.66%를 기록하였다. 보통 대출을 받는 사람마다 신용도가 다르고 금융기관마다 제공하는 대출상품도 다르기 때문에 각 대출 건별로 대출금리에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은행의 통계는 이 점을 감안하여 각 신규대출 건의 금액을 가중치로 가계대출 금리의 평균을 계산한 것이다. 어쨌든 공식 통계에서도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제1금융권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대형 시중은행을 가리키고 제2금융권은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금융기관을 의미한다. 대형 시중은행에서는 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2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 준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의 연체 확률이 더 낮기 때문에 제1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에 비해 낮은 것이 자연스러운데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것일까?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인상이다. 2020년 WHO(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p 내려 0.5%로 기준금리를 운용해 오다가 2021년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금년 1월에도 0.25%p 인상하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와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과거의 추세와 비교해 보면 기준금리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였으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2.98%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1년 12월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였지만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3.66%에 달했다. 2년 사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더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금리는 더 높아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분명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인상 폭은 최근 가계대출 금리의 상승 속도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 이외에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이끈 유력한 요인으로 2021년 하반기 이후 강화된 정부의 대출규제를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가계대출의 총량을 규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대형 시중은행에 정해진 증가율 이하로 대출을 실행할 것을 통보하고 실적을 수시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사실 양적 규제라는 것이 시장 경제에서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조치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도 하염없이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고 이에 더하여 급격히 상승한 주택 가격도 잡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제 정부의 대출 규제가 대출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대출시장의 수요자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고 공급자는 대출을 해 주는 금융기관이다. 대출량을 가로축으로, 대출의 가격인 이자율을 세로축으로 한다면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커진다. 즉, 대출 수요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향하는 선(수요, 빨간색)으로, 대출 공급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선(공급 1, 파란색)으로 나타낼 수 있다. 정부에서 대출 총량을 규제할 경우 대출에 대한 공급이 특정 수준에서 끊기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공급 곡선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다가 규제 수준에서 수직으로 올라가게 된다.(공급 2, 보라색) 그 결과 균형에서 대출량은 줄어드는(균형 대출량 1 → 균형 대출량 2) 대신 이자율은 올라가게(균형 이자율 1 → 균형 이자율 2) 된다. 아래와 같이 가장 간단한 형태의 수요 및 공급곡선을 통해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원리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정부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제1금융권의 대출을 더욱 강하게 규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원리에 의해 제1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크게 오르는 반면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 상승 폭은 크지 않다면 제1금융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더 높아지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도 제1금융권 수준으로 강화된다면 이러한 역전 현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고자 고육지책을 시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 원리에 반하여 총량을 규제하는 정책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제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어차피 신용도와 대출 상환 능력이 좋은데 대출 금리가 좀 높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제2금융권의 금리가 제1금융권보다 낮으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들에 대한 대출이 적정한 수준보다 많아지면서 위기 시에 연체율이 높아지고 경기 침체가 더욱 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게 당연히 만능은 아니지만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정책을 시행할 때는 정책의 파급 효과를 충분히 생각해 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함께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33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