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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Jun 23. 2022

보잘것없는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기후변화 개론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읽고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거의 지식이 없던 (지금이라고 딱히 사정이 다르지는 않지만) 대학원생 시절에 연구실 옆 자리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비슷한 결론을 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제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인간의 활동이 온실기체의 양을 크게 늘린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구의 전체 역사를 24시간으로 볼 때 밤 11시 59분이 되어서야 나타났기 때문에 전체 지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무기력하고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이렇게 기후변화 앞에서는 인간이 한없이 나약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저자인 곽재식은 SF 소설가이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다. 그의 소설을 이전에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가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은 몇 번 들었다. 워낙 다방면에 걸쳐 지식이 풍부한 데다 구수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가 했던 강연을 기초로 풀어쓴 책이라 그런지 그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재미있게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기초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예전부터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원자력 발전 등을 이용하지 않는 한 어차피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왜 전기차를 이용하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지 궁금했었다. 책에서는 이 궁금증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제시해 주는데,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는 내 생각이 맞지만 전기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면(책에서는 이를 ‘전기화’라고 표현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진다는 것이다. 전기화가 된다면 자동차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기계에 배출 저감 장치를 설치할 필요 없이 발전소에만 저감 장치를 설치해도 온실기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IPCC, 교토의정서, COP, 파리협정 등에 관한 내용을 서술한 4장과 대체 연료로서 수소의 장단점을 설명한 7장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의 띠지에 있는 문구였다. ‘북극이 다 녹기 전에 반지하 침수가 먼저 찾아온다.’ 지구 온난화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문제로 보면 당장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단순히 온도가 상승하면서 날씨가 더워지는 걸 넘어 극단적인 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태풍, 홍수, 가뭄 등이 과거에 비해 더욱 자주,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는 뜻이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만약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기지 않고 박 사장의 신변에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보잘것없는 인간으로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온실기체 배출을 필사적으로 줄여야 되는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교양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더욱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찾아 읽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21702/blog-ce-ipcc-6th-2nd-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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