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well Nov 26. 2022

여가시간의 가성비

결국 밤에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게 되는 이유

평일에는 6시 55분에 기상. 요일에 따라 전화영어 또는 달리기를 한 후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9시까지 출근. 야근이나 회식이 없다면 오후 6시에 퇴근하여 집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들과 놀아주거나 다른 집안일을 도와주고 씻으면 오후 9시에서 9시 반 사이. 아이에게 책을 한 권 읽어주고 나면 아내가 아들을 재울 시간이 되는데 이 시간은 보통 오후 9시 반에서 10시 사이. 아이가 잠들면 드디어 소중한 자유 시간이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혼자서 잘 노는 경우도 있고, 책을 읽어주기 전에 부탁을 하면 혼자서 장난감과 책 등을 정리할 때도 많아지면서 아이가 잠들기 전에도 여유 시간이 짬짬이 생기고는 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각 잡고 앉아서 뭔가를 하기는 애매한데 워낙 비정기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언제 찰나의 여유 시간이 끝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게 제대로 허용된 자유 시간은 대략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의 한 시간 반 정도가 된다. 물론 12시까지, 나아가 1시까지 마음껏 자유 시간을 즐기다가 잘 수도 있겠지만 슬슬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11시 반 정도에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교 때는, 아니 멀리 갈 필요 없이 결혼하고 아이가 없었던 시절만 해도 가끔 여유 시간이 넘쳐나 심심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간 빈곤층(time-poor)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 황금 같은 자유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없는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논문 관련 작업을 하면 참 멋있고 이상적이겠지만 퇴근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진 내 의지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엄청나게 힘들다. 기껏해야 브런치에 글 한 단락 정도를 쓰고, 잠들기 직전 5~10분 동안 숙면을 위해 책을 읽는 것 정도가 내가 보통의 자유시간에 할 수 있는 노력의 한계다.


그렇다 보니 남은 자유시간은 보통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보내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등을 볼 수도 있을 텐데 좋아하는 시리즈를 찾기까지 탐색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재미있어 보여도 여러 시즌에 걸쳐 있으며 회차가 많으면 감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짧은 시리즈를 찾더라도 보다가 중간에 끊지 못하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다음 날 피로에 시달리며 후회하는 문제도 생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급하게 알아봐야 할 일을 처리하고 가끔씩 글을 쓴 다음에 짧은 유튜브 클립을 몇 개 보고 자는 것이 주어진 한 시간을 그나마 가성비 있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왔으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 머리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주장과 '여가 시간이 길지 않으니 그 시간 동안이라도 가치 있고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사실 내가 가치 있고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글쓰기와 연구를 재미있게 느끼기까지 하면 그냥 해결되는 문제긴 한데 당연히 그 정도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인생에서 이 경지에 이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싶다가도,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으니 1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글을 쓰고 연구 관련 탐색을 하는 등의 노력을 시도해 보고는 있다. (물론 나머지 날에는 유튜브를 보겠지만...) 밥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점진적으로 이러한 습관을 들여가다 보면 언젠가는 여가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를 해본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kr.lovepik.com/image-611354855/urban-leisure-life-theme-illustration.html

작가의 이전글 가끔 영국의 음식문화가 그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