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밤에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게 되는 이유
평일에는 6시 55분에 기상. 요일에 따라 전화영어 또는 달리기를 한 후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9시까지 출근. 야근이나 회식이 없다면 오후 6시에 퇴근하여 집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들과 놀아주거나 다른 집안일을 도와주고 씻으면 오후 9시에서 9시 반 사이. 아이에게 책을 한 권 읽어주고 나면 아내가 아들을 재울 시간이 되는데 이 시간은 보통 오후 9시 반에서 10시 사이. 아이가 잠들면 드디어 소중한 자유 시간이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혼자서 잘 노는 경우도 있고, 책을 읽어주기 전에 부탁을 하면 혼자서 장난감과 책 등을 정리할 때도 많아지면서 아이가 잠들기 전에도 여유 시간이 짬짬이 생기고는 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각 잡고 앉아서 뭔가를 하기는 애매한데 워낙 비정기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언제 찰나의 여유 시간이 끝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게 제대로 허용된 자유 시간은 대략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의 한 시간 반 정도가 된다. 물론 12시까지, 나아가 1시까지 마음껏 자유 시간을 즐기다가 잘 수도 있겠지만 슬슬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11시 반 정도에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교 때는, 아니 멀리 갈 필요 없이 결혼하고 아이가 없었던 시절만 해도 가끔 여유 시간이 넘쳐나 심심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간 빈곤층(time-poor)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 황금 같은 자유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없는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논문 관련 작업을 하면 참 멋있고 이상적이겠지만 퇴근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진 내 의지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엄청나게 힘들다. 기껏해야 브런치에 글 한 단락 정도를 쓰고, 잠들기 직전 5~10분 동안 숙면을 위해 책을 읽는 것 정도가 내가 보통의 자유시간에 할 수 있는 노력의 한계다.
그렇다 보니 남은 자유시간은 보통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보내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등을 볼 수도 있을 텐데 좋아하는 시리즈를 찾기까지 탐색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재미있어 보여도 여러 시즌에 걸쳐 있으며 회차가 많으면 감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짧은 시리즈를 찾더라도 보다가 중간에 끊지 못하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다음 날 피로에 시달리며 후회하는 문제도 생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급하게 알아봐야 할 일을 처리하고 가끔씩 글을 쓴 다음에 짧은 유튜브 클립을 몇 개 보고 자는 것이 주어진 한 시간을 그나마 가성비 있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왔으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 머리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주장과 '여가 시간이 길지 않으니 그 시간 동안이라도 가치 있고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사실 내가 가치 있고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글쓰기와 연구를 재미있게 느끼기까지 하면 그냥 해결되는 문제긴 한데 당연히 그 정도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인생에서 이 경지에 이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싶다가도,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으니 1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글을 쓰고 연구 관련 탐색을 하는 등의 노력을 시도해 보고는 있다. (물론 나머지 날에는 유튜브를 보겠지만...) 밥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점진적으로 이러한 습관을 들여가다 보면 언젠가는 여가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를 해본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kr.lovepik.com/image-611354855/urban-leisure-life-theme-illustra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