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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Dec 26. 2022

시작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

이 글도 시작하기 참 어려웠다.

속담 하나에 괜히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굳이 정색해서 얘기하자면 예전부터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므로 시작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반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만, 나머지 반만 남았다고 보기에는 시작 이후의 과정이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시작 자체보다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최근에 새로운 일을 좀처럼 시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정말 시작이 반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에서, 또는 집에서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은 문제없이 처리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의욕을 가지고 자기 계발을 위해 하는 일들은 미적대면서 제대로 시작을 못 하고 있다. 그 이유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하지만 결코 하고 싶지 않은 변명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전정신이 쇠퇴하고 있다거나 코로나19에서 갓 회복되었기 때문에 피로와 무기력증이 남아 있다는 것인데, 진짜 이유는 결국 내 게으름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어떤 사람이 쉽게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결단력이 부족하거나 우유부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시작한 이후 겪게 될 고난의 여정을 과거 경험을 통해 더 잘 예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유부단함이 오히려 신중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지점인데, 대책 없이 시작만 한다고 해서 이후의 어려움이 자동적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있어 중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최대한 억제한 상태에서 시작하기 위해 시작을 유예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구글 검색창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입력했더니 영어로는 'Well begun is half done.'으로 번역할 수 있다는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두 문장 사이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말 속담은 시작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영어 속담은 시작을 잘했을 때 반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어 속담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더 잘 맞는 것 같다.


물론 나에게 좀 더 완성도 높게 일을 시작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이 글 자체가 내 우유부단함과 귀차니즘을 정당화하기 위한 글일 수도 있지만, 이왕 시작을 어려워하고 있으니 준비라도 철저히 하면서 결과적으로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반으로 삼자는 다짐으로 삼고자 한다. 하다 못해 마음의 준비라도 말이다.


* 표지사진 출처: https://rasoyuz.tistory.com/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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