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식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well Mar 19. 2023

품격 넘치는 자기 계발서

『일의 격』을 읽고

평소 자기 계발서로 분류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몇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독자들에게 정말 교훈을 전해 주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런 책을 쓰고 있을 정도로 성공한 자기 자신에 대해 자랑을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작가의 특수한 상황이나 환경과 우연히 맞아떨어져 성공에 이르게 된 요인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사례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일의 격』은 이러한 자기 계발서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점에 갔다가 특이하고 무게 있는 제목에 끌려 매대 위에 놓여 있었던 이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어서 책을 사거나 빌려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 책은 이미 어느 정도 무의식으로는 깨닫고 있었지만 통념과 달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는 못했던 조언들을 많이 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비효율적으로 배우는 것이다’라든지 ‘가장 훌륭한 멘토는 당신이 돈을 지불한 멘토이다’, ‘을이 되어야 실력이 는다’ 등의 조언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상사에게 직언을 하는 방법, 리더가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 인생에서 일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다른 자기 계발서와 다르게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말을 건네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내가 해 봤기 때문에 다 안다’는 식의 태도보다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저자는 ‘상사에게 직언을 하는 방법’에서 직설적이지 않은 태도와 상사의 이익에 대한 강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데, 마치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직언을 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 책에 대한 한 가지 작은 불만은 『일의 격』이 짧고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임에는 분명하지만, 책의 내용을 완전히 포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두 테마인 ‘성장’과 ‘성공’ 부분에서는 분명 일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세 번째 장인 ‘성숙’에서는 일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태도에 관한 조언도 많기 때문에 『일과 삶의 격』이라는 제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 번 읽고서 감탄하고 말 책은 분명히 아니고, 계속 옆에 두고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종류의 책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32310030002782

매거진의 이전글 차별을 없애자는 주장을 할 자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