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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Apr 27. 2023

새로운 관점으로 한국의 불평등을 바라보는 책

『좋은 불평등』을 읽고

다소 불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목만큼이나 이 책은 우리나라의 불평등에 관한 낯선 사실들로 가득하다. 우선 앞부분에서는 제목으로 쓸 정도로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인 ‘좋은 불평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통 불평등의 증가는 나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이 동반된다면 ‘좋은 불평등’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불평등이 축소되더라도 경제가 후퇴한다면 이는 ‘나쁜 평등’이다. 최근 경제학의 조류는 약간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경제 성장과 분배 간에는 상충 관계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저자는 경제 성장과 분배를 종합적 관점에서 감안하면 불평등의 심화를 반드시 나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에는 수출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컸으며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주기는 대중 수출의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정책이나 교역 환경 변화 등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불평등은 결국 중국발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진정한 빈곤층은 고령층이며 이들의 소득 확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소득 불평등 개선에 중요함을 강조한다. 뒷부분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에 기반하여 경쟁력 강화, 사회적 역동성 회복, 초고령화 대책 마련 등의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풍부한 자료를 통해 통념에서 벗어나는 사실을 충실히 설명한다는 점이다. 추천사에서도 언급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진보진영의 정책 전문가인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분법적 논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대중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는 등 지금까지 접하기 힘들었던 사실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글로벌 경제의 관점을 불평등 이론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개방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만 해도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많이 하는 재화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에서 제조업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하는 등 중국의 WTO 가입이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중국인만큼 우리나라의 불평등 추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인데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물론 이 책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과 불평등 간에 역 U자형 관계가 존재한다는 쿠즈네츠 곡선은 하나의 가설 또는 이론일 뿐인데 이를 저자가 절대적인 발전 단계로 여기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울러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사실들이 경제학적으로 엄밀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아쉽긴 하나, 이 책이 학술서적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라고까지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에게 검증해 볼 만한 연구 주제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1062106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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