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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20. 2020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2018년 여름 우울감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티브이만 봤다. 몇 달간 티브이를 끼고 살다 보니 도입부만 봐도 무슨 광고인지 단번에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만 있다면 24시간 내내 잠들어 있고 싶었기에 하루를 낭비한다는 죄책감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저시급이 오른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그 순간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오히려 ‘되고 싶은나’와 ‘현재의 나’ 사이의 괴리감만 커져갔다.



우울감, 무기력 묻고 죄책감 더블로 가!



무기력과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 걸음 떼는 게 중요하다. 거창한 목표일 필요는 없다. 아주 작은 목표 하나,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한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내 첫걸음은 책 한 권 읽기였다. 



처음에는 한 권을 커녕 한 챕터 읽기도 힘들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뭐 달라지겠냐?’ 고 속삭이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한 채, 책을 들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커피값이 아까워서라도 앉아있게 비싼 커피를 시켰다. 스타벅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앉아 멍 때리거나 책을 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의지력이 아닌 환경설정을 택했다. 매일같이 스타벅스로 출근하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조금씩 우울감과 무기력을 이겨냈다. 



몇 권의 책을 더 읽은 후 서평 쓰기에 도전했다. 서평을 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딴생각이 안 나서 좋았다. 몰입을 경험했다. 글을 쓰는 동안 불안, 후회, 두려움, 죄책감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속상하고 후회스러운 일을 쓰며 많이 울기도 했는데 쓰고 나면 후련했다. 



일 년 넘게 거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가 재밌어졌다. 마음도 많이 추스르게 되었고 성격도 밝아졌다. 글쓰기의 힘을 알리고 싶은 목적과 이를 위해 글을 잘 써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글쓰기 책을 옆에 끼고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를 공부했고 자면서도 글쓰기를 생각했다. 꿈에서 근사한 팁을 배우기도 하는데 깨고 나면 무엇을 배웠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 어젯밤엔 아름다운 선생님이 글쓰기를 알려줬는데 젠장, 선생님이 이뻤던 것만 기억난다.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글쓰기의 바다를 멋지게 항해하는 나를 상상하며 길잡이가 되어줄 강성규의 글쓰기 철학과 10 계명을 만들었다.




잘 읽히는 글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정리 없이 뱉은 말은 꼬이기 마련이다. 횡설수설하는 말은 알아듣기 어렵고, 잘 읽히지 않는 글은 이해하기 어렵다. 바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다. 



설득력 있는 글

근거와 함께 주장을 해야 한다. 글은 생각을 표현한다. 생각을 표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남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다.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말하는 사람한테는 말싸움으로 이길 방법이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의 주장에 설득당하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했다면, 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좋은 글에는 메시지가 있다. 메시지는 주장과 근거로 풀어내야 한다. 



첫 문장에 신경 쓴 글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듯, 글도 첫 문장이 중요하다. 독자는 첫 문장을 읽고 다음 문장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자신을 오디션 심사위원이라고 상상해보자.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누구를 합격시키고, 누구를 탈락시킬까? 나라면 다음 라운드에서 또 보고 싶은 사람을 합격시키겠다. 이번에는 지원자의 입장이 되어보자. 심사위원이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라운드가 중요하다. 천재라는 평은 못 받더라도, 최소한 호기심은 유발해야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시작과 동시에 딩동댕은 아니더라도 땡은 면해야 한다. 글에서 첫 문장은 딩동댕과 땡 사이의 관문이다. 



마지막 문장에 신경 쓴 글 

인간관계에서 끝을 어떻게 맺느냐는 아주 중요하다. 기왕이면 언제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끝내는 게 좋다. 사람일 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돼서 손해 볼 건 없다. 오래도록 기억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기억에 남을 글은 마지막 문장이 좋은 글이다. 



도움되는 글 

공개적으로 쓰는 글은 남에게 도움돼야 한다. 도움되는 글의 범주는 다양하다. 재미를 주는 것도 도움되는 일이다. 근데 글이 재밌기는 쉽지 않다. 유튜브, 넷플릭스, 웹툰 등 경쟁자가 너무 많다. 재미를 잡을 수 없다면 지식과 정보를 잡으면 된다. 글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힘은 요약 능력에서 나온다. 요약만 잘해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글 한편에서 책 한 권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다음 글이 기대되지 않을까? 



과도하게 꾸미지 않은 글 

좋은 글은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이라는 뜻을 가진 꾸안꾸는 글에도 적용된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자이자 세계적인 작가인 스티븐 킹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애쓰는 것은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몇 번이고 고쳐 쓴 글 

좋은 글은 고쳐 쓴 글이다. 횡설수설하는 말은 알아듣기 어려운 것처럼, 횡설수설하는 글도 알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머릿속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일단 아무 말 대찬지라도 쓰는 게 중요하다. 쓰다 보면 정리가 된다. 옷장 정리를 하라면 먼저 옷장의 옷을 다 끄집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글을 쓸 때도 머릿속의 생각을 먼저 끄집어내야 한다. 머릿속 생각을 다 끄집어낸 후에 고쳐쓰기를 통해 보기 좋게 편집하면 된다. 




나침반이 되어주는 강성규의 글쓰기 10 계명 


1. 문장은 간단명료하게 쓴다.

2. 주장에는 근거를 제시한다. 근거는 사실이어야 한다.

3. 핵심 메시지가 분명한 글을 쓴다. 

4. 첫 문장과 끝 문장에 힘을 준다.

5. 정보, 지식, 지혜가 묻어나는 글을 쓴다. 

6.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7. 뻔한 표현은 쓰지 않는다.

8. 짜임새 있는 글을 쓴다.

9.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쓴다.

10. 글쓰기의 마지막은 퇴고다. 




 “매일 글을 써라. 강렬하게 독서해라.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 - 레이 브래드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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