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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23. 2020

사마의에게 배우는 사회생활 A to Z

도광양회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결국 이기는 사마의>는 사회생활의 바이블 같은 책이다. 실력, 처세, 심리, 자기 관리,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조조는 사마씨 가문의 아들 사마랑과 사마의가 인재라는 소문을 듣고 둘에게 벼슬을 주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조조의 제안을 거절한다. 의심 많은 조조는 사마의를 말을 믿지 않고 부하를 시켜 사마의를 감시했다. 감시는 7년간 계속되었다. 7년 후 조조는 다시 사마의에게 벼슬을 내렸고, 사마의는 조조의 신하로 들어갔다. 어차피 조조의 밑으로 들어갈 것이었다면 사마의가 보낸 7년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진작에 들아가서 출세길에 오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다. 사마의에게 7년은 축적의 시간이었다. 방대한 양의 책을 읽고 몸과 마음을 갈고닦으며 실력을 키웠다. 


사마의의 실력은 제갈량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탁월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전설적인 전략가 제갈량의 발목을 잡은 이 가 바로 사마의다. 유비가 죽고 난 후 제갈량은 유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북벌에 나선다. 하지만 6년에 걸친 북벌은 실패한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사마의만 없었다면 제갈량은 북벌에 성공해 유비의 뜻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사마의도 인정하듯 개인의 능력은 제갈량이 한 수 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없는 장점이 있었다. 협력이다. 


제갈량, 어쩌면 나 혼자서는 당신을 당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사람마다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고 여러 사람의 지혜와 힘을 모을 수가 있다. 반면 당신은 뛰어난 재능과 지혜를 믿도 남의 도움 없이 무슨 일이든 자신이 직접 하려고 하지.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실수는 하게 마련이라네.  - <결국 이기는 사마의> 中



사마의의 장점은 협력만이 아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타인의 장점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사마의는 조조, 조비, 손권, 가후, 제갈량 등 가리지 않고 자신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기꺼이 배우고자 했다. 실력과 협력 그리고 학습능력을 통해 사마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사마의는 처세에도 능했다. 유엽은 사마의가 인정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유엽은 조조, 조비, 조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중책을 맞지 못했다. 뛰어난 능력만 믿고 사사로운 인간관계나 정치적 투기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엽이 아무리 훌륭한 계책을 내놓아도 사람들은 이를 무시했다.


자네의 그 귀신같은 예지력은 우리도 익히 봐 왔네. 하지만 자네의 예측이 계속 맞아떨어질수록 우리가 모자란다는 것만 더 드러나지 않겠는가? 이 세상에 자네 하나만 똑똑한 사람이고 우리는 모두 다 바보란 말인가? 우린 억지로라도 자네 말을 듣지 않겠네! - <결국 이기는 사마의> 中


반면 사마의가 내놓는 계책은 유엽보다 한 수 아래더라도 큰 성과를 냈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개인의 성과와 공동체의 인정이 만났을 때 성공이 이루어진다. 이른바 성공의 공식이다. 사마의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성공의 공식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 그 결과 사마의는 진나라(서진, 265년 ~ 317년)의 실질적 창시자로 평가받게 된다. 진나라는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이 세운 나라다.



중년 이후의 체력은 자기 관리의 지표가 된다. 사마의는 73세에 병사했는데, 그가 모셨던 조비와 조예 모두 30대에 죽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마의는 타고나기를 건강하게 타고났다. 하지만 유전자 만으로 그의 장수 비결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형인 사마랑 또한 기골이 장대했지만 47세에 역병에 걸려 죽는다. 이를 통해 사마의는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다. 몸을 낮춰야 할 땐 납작하게 엎드렸지만 칼을 빼들어야 할 땐 망설임이 없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엎드릴 때와 칼을 들어야 할 타이밍을 정확히 짚는 데 있었다. 



제갈량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실패했지만 후세 사람들에겐 존경을 받게 된다. 반면 사마의는 살아있는 동안 성공했지만 후세 사람들에겐 엇갈리는 평가를 받게 된다. 둘의 차이는 사회를 위해 사느냐, 개인을 위해 사느냐에 있다. 평생을 사회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제갈량과는 달리 사마의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길을 모색했다.

사회를 위해 사는 것과 개인을 위해 사는 것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둘 다를 아우를 수 있으면 베스트겠지만 개인의 삶을 제대로 가꾸는 것도 힘겨운 나는, 제갈량 보다는 사마의를 롤 모델로 삼고 싶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수신(修身), 개인이 바로서야 그다음도 가능하다. 어쨌든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나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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