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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16. 2020

이유 없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남자가 무슨 눈썹을 다듬냐?”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눈썹 다듬기는 여자만 한다고 생각, 아니 착각했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 결국 눈썹을 다듬었는데 웬걸.. 너무 만족스러웠다. 요즘에는 내가 먼저 눈썹을 다듬어 달라고 요청한다. 눈썹 다듬기는 결혼 후, 내가 깬 많은 편견 중 하나다. 눈썹 하나 다듬는다고 외모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멀끔해진다. 멀끔한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표정이 밝아진다. 표정이 밝아지면 타고난 이목구비는 바뀌지 않지만 어제보다 잘생긴 나, 어제보다 발전한 내가 된다. 우리는 하룻밤 사이 극적인 변화보다는 서서히 쌓여가는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




내방 한 구석에는 10년된 노트북이 있다. 여전히 잘 켜진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멀쩡하게 잘 작동하는데 왜 안 쓸까? 전원이 켜지는 게 전부라 쓸모가 없다. 글을 쓰기 위해 크롬에 접속하는데만 해도 체감상 한나절이 걸린다. 최신형 노트북도 시간이 지나면 고물이 된다. 원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시간 앞에 장사 없는 건 노트북만이 아니다. 머릿속 지식도 마찬가지다.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건 10년 된 노트북이 최신형이라 착각하는 것과 같다. 머릿속을 업데이트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0년을 1990년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지식 업데이트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독서다. 


팩트풀니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업데이트시켜주는 책이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이 한문 장안에 책 내용이 함축돼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이유는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때문이다. 


각 챕터마다 OO본능과 관련된 저자의 경험담이 등장한다. 거의 흑역사에 가깝다. 저자만의 특별한 경험이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니, 경험 이면에 깔려있는 본능 때문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알려준다. 본능으로 인해 사고가 마비됐거나, 잘못된 선택을 경험이다.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탓한다. 



잘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해야지, 비난 대상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남 탓’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픽사와 관련된, 비난 본능을 억제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토이스토리 2 작업 당시 한 직원의 실수로 1년간 작업했던 분량이 삭제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 직원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픽사의 경영진은 해당 직원을 문책하는 대신 삭제된 분량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에 집중했고, 다행히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자료를 백업해 두었던 또 다른 직원 덕분에 무사히 토이스토리 2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픽사의 경영진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 전체 삭제 명령어를 어렵게 수정했고, 만약을 대비한 백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시스템을 바꿨다. 




나는 낙천주의자가 아니다. 순진한 소리나 떠벌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주 진지한 ‘가능성 옹호론자’다. 이는 내가 지어낸 말인데, 이유 없이 희망을 갖거나 이유 없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사람을 뜻한다. - <팩트풀니스> 中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자, 팩트풀니스의 핵심이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삶을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유 없이 희망을 가져도 안되고, 이유 없이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사실에 충실한(Factfulness) 관점이 필요하다. 


본능에 의한 판단은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팩트로 생각하고, 팩트로 판단해야 한다. 팩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데이터 생산자의 신뢰성이 보호돼야 하는 이유다. 신뢰성 보호를 위해 생산자의 윤리의식은 물론 돈, 이데올로기, 정치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본능을 누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이다. 나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주변과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쉬운 길보다는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팩트풀니스는 10가지 본능과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의 비교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한다. 


팩트풀니스는 발전을 위한 변화의 초석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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