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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ul 12. 2020

산책하기 좋은 시간

계절에 상관없이 오후 다섯 시는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다. 여름엔 한낮의 열기가 식어 뜨겁지 않다. 해가 짧은 겨울에도 오후 다섯 시는 아직 밝다. 그래서 한동안 다섯 시쯤 산책을 나갔고, 코코는 이제 산책시간을 안다. 


오후 다섯 시쯤 되면 내가 일하고 있는 방으로 코코가 슬그머니 들어온다. 내 주변을 돌며 존재감을 어필하기도 하고 의자 옆에 엎드려 있기도 한다. 책을 앞발로 툭툭 치거나 책 표지를 뜯기도 한다. 코코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제 산책 갈 시간이 되었다고.


나는 산책 가방과 물을 챙긴 후 코코에게 가슴 줄을 매 준다. 가슴 줄은 확실한 산책 신호다. 가슴 줄을 찬 코코는 신나서 집안을 우다다다 뛰어다니다가 안전문이 열리면 잽싸게 현관으로 나간다.  코코는 가슴 줄을 차고 있을 때만 안전문 밖을 나선다. 평소에는 안전문을 열어도 나가지 않는다. 언제 나가야 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산책 갈 시간이 되었다네



한 시간 가량 산책을 한다. 거리로 치면 3km쯤 된다. 코코는 산책 내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흙냄새, 풀 냄새, 나무 냄새. 나는 알 수 없는 코코의 세계는 냄새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신나게 킁킁거리다 순간 뱅글뱅글 돌기 시작한다. 


개들은 응가를 하기 전에 뱅글뱅글 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면 나는 배변 봉지를 준비한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코코는 발길질로 흙을 찬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세상 신난 얼굴로 발길질을 하는 걸 보면 코코의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거면 됐다. 이유는 몰라도 상관없다.


개똥을 치우는 건 견주의 몫이다. 2020년 7월 20일부터는 단속을 한다. 목줄 미착용 시엔 벌금 20만 원, 개똥을 안치우면 벌금 5만 원이다. 강도 높게 단속을 했으면 한다. 


파레토 법칙이란 게 있다. 80대 20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개똥을 안 치우는 견주가 20%쯤 존재하는데 이 사람들 때문에 산책로가 개똥밭이 된다는 소리다. 


어딘가 개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개는 손이 많이 간다. 혼자서는 밥을 구할 수 없다. 물도 마실 수 없다. 산책도 못한다. 매달 병원에 들려 사상충 예방약을 먹고 진드기 예방주사를 맞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코코 배변판과 물그릇을 닦고 아침을 챙겨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밥은 하루에 두 번 저울에 달아 정량을 준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잠자기 전 배변패드를 갈아주고 양치를 시키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치아건강은 개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개는 보금자리에는 배변을 안 하는 본능이 있다. 야외 배변이 개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견주 입장에서 야외 배변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몇 번씩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가끔씩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산책하는 강아지를 본다. 정확한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아마 집에서는 배변을 안 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데리고 나오는 것 같다. 


배변판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코코는 시계를 볼 줄 모른다. 당연한 소리다. 그런데 어떻게 산책 갈 시간이 되었다고 신호를 보낼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안다. 코코도 감정과 생각이 있다는 것. 


배가 고프면 밥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물이 없을 때는 물그릇을 긁는다. 심심하면 공을 물어온다. 혀를 날름거리는 건 불쾌하다는 뜻이다. 반갑거나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흔든다.


코코와 함께하는 삶에 만족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겐 개를 키우라고 권하진 않는다. 오히려 개를 키우는 데 있어 힘든 점을 이야기한다. 매년 버려지는 개가 10만 마리에 육박한다. 버릴 생각으로 개를 데려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과 현실 사이 간극을 매우지 못해 벌어지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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