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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04. 2020

돈의 주인이 될 것인가? 돈의 노예가 될 것인가?



늘 돈이 부족했다.

초등학교 때 친구의 나이키 운동화를 볼 때면 돈이 부족했다. 중학교 때는 친구의 리바이스 청바지를 볼 때 돈이 부족했다. 고등학교 가서는 빈폴 패딩을 볼 때 돈이 부족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족한 건 돈이 아니었다. 마음에 결핍이 있었고 부족한 건 자존감이지 돈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20대 중반에만 깨달았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깨닫게 되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물론 돈에 대한 태도를 10년 전에 재정립했다면 지금 통장잔고가 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책을 한다고 통장잔고가 늘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지금 현실적 경제상황도 나쁘진 않다. 전세로 살고 있어 다달이 나갈 월세 걱정도 없고 자그마한 차도 한대 있다. 생활비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없다. 요즘엔 빚도 능력이라고 한다만... 그런 능력보다는 매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고 고민거리 없이 일어나는 편한 마음이 낫다.


돈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부자의 기준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어 하기에 앞서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 무엇이 부자인지?, 풍족한 삶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풍족함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가능성이 클 수는 있겠지만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요즘은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물론 내비게이션이 없다고 해서 시동이 안 걸리거나 중간에 차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목적지까지 효율적으로 가는데 도움을 줄 뿐이고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길을 헤맬지언정 목적지에 도착은 할 수 있다.


돈에 대한 태도도 비하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방법을 찾을 수 있긴 하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누군가 길잡이를 해주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데 길잡이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을 만나 그의 돈에 대한 태도를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최선의 방법이 안되면 차선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가장 효과적인 차선책은 책이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의 저자 라밋 세티는 심리학과 시스템을 활용해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재테크 방법과 자료를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에는 5년간 2000만 원에 달하는 학자금을 갚은 사람, 3년간 6000만 원을 모은 사람, 8년간 2억 이상을 모은 사람, 월급이 두배로 오른 사람 등등 각자 상황은 다르지만 라밋 세티를 알게 된 후로 삶이 풍족해진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물론 책에 소개되지는 않지만 라밋 세티를 알고 난 후에도 삶이 풍족해지지 않은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연료를 태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아무리 연료를 태워도 엔진이 없으면 안 된다. 엔진의 동력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연료 자체가 움직일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 책이 연료라면 엔진은 꾸준한 의식적 행동이다.







「우선 사소한 지출까지 줄이는 것이 쪼잔하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밥을 먹을 때 2.5달러짜리 콜라를 마시던 것을 아껴서 일주일 동안 15달러를 모아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쪼잔하지 않다. 이는 당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미국인은 의식적 지출을 배운 적이 없다. 의식적 지출이란 좋아하지 않는 일에 쓰는 돈은 가차 없이 줄이고 좋아하는 일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中 」


의식적 지출은 나비처럼 날아와 벌처럼 가슴팍에 꽂혔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궁상맞게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무조건 아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과 좋아하지도 않는 것에 과소비를 하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의식적 지출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가장 최신 기종을 최대 용량으로 구입한다. 작년에 갤럭시 S10을 구입할 때도 512GB를 구매했다. 용량은 클수록 좋고, 당장의 돈을 아끼고자 성능에 불만이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쓰는 것보다 하이엔드급을 장만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최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폰을 바꾸진 않는다. 못쓰게 될 때까지 최대한 오래 사용한다. 물론 통신사 할부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할부를 끼게 되면 5.9%의 할부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이자를 내는 것보다 스타벅스에서 책 한 권 더 보는 게 낫다.


의식적 지출의 개념을 이해하면 좋아하는 일은 각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남이 새로 산 하지만 나는 크게 관심 없는 물건에 혹해서 충동구매를 하는 일도 없게 된다.


주의할 점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만이 의식적 지출이 아니란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의식적 지출이란 1년에 버는 총돈을 고정비, 투자, 저축, 용돈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다. 고정비란 월세/대출금, 통신비, 관리비, 식비처럼 매달 지출해야 하는 돈을 의미한다.


고정비, 투자, 저축, 용돈의 지출 범위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계획의 끝은 실패뿐이다.

지속적인 의식적 지출은 좋은 습관을 형성해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생전 달리기라고는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의지만으로 10킬로미터를 달릴 수는 없다. 오히려 몸을 혹사시키는 것밖에 안된다.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여러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씀씀이라는 게 갑자기 줄인다고 줄여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는 돈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테크 방법까지 모두 담겨있는 책이다. 미국 저자의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이라는 챕터가 추가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실적인 재테크 방법으로 소개되는 부분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돈을 바라보는 태도적인 관점으로 책을 읽어 갔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으로는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을 추천하고 좋은 재테크 습관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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