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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06. 2020

죽음의 역설

Memento mori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을 가진 Meneto mori는 내 인생의 이정표 같은 역할로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마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메멘토 모리는 나에게 시간의 유한함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끝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지난달 검진을 앞두고 몸이 여기저기 아픈 적이 있었다. 다리도 쑤시고, 배도 당기고... 두통과 현기증까지 있었다. 이게 사실은 몸이 아픈 것보다는 마음이 불안한 거였다. 마음이 불안하다 보니 별것 아닌 소음을 마치 중요한 신호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머릿속에서는 비극적인 소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머릿속 소설을 통해 실체가 없는 불안이 구체화되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메멘토 모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만약 인생의 마지막 기억이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었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그보다 의미 있는 기억을 가지고 떠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로 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 아닐까?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소설이 끝이 났다. 소설이 끝이 났다고 몸이 안 아파진 것은 아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물론 실제 검진 결과도 문제없음으로 나왔다. 


메멘토 모리는 불안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쉬운 길보다는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기도 한다. 메멘토 모리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문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누구든 인생의 고난은 있기에 고난을 헤쳐나갈 이정표 하나쯤은 마련해 둬야 한다. 이정표가 메멘토 모리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종교가 될 수도 있고, 철학이 될 수도 있고, 사자성어가 될 수도 있다.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메멘토 모리는 죽음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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