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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11. 2020

나는 매일 아침 OO를 합니다.

필사는 내가 세운 2020년 목표 중 하나이다.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웠을 때 실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단순히 '필사할 것'이라는 다소 두리뭉실한 목표보다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코코 배변판을 청소한 후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을 필사한다.'라고 구체적으로 정해놨다. 그리고 전날 밤 미리 책과 노트를 세팅해 놓는다. 


많은 책중에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선택한 이유는 '실력'을 '미분, 적분'이라고 했을 때 '관계'는 '공통수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력은 평가를 통해 검증받는다. 학교에서는 시험으로 검증을 받지만 사회에서는 시험 같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 연봉이 높다고 해서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기에 연봉이 실력의 척도가 될 수도 없다. 실력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보니 결국 사회에서의 실력이란 집단 구성원의 평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중에는 사람 좋은 멍청이도 끼어있지만 대게 평판이 좋은 사람이 실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평판이 좋다는 것은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사람 좋은 멍청이나 요란한 수레를 거를 수 있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경험에 의하면 요란한 수레를 거를 때는 후배들의 평판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빈수레와 반대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실력이 있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실력이란 '일'과 관련된 스킬 또는 노하우) 관계 맺는 것이 서툴러 저평가받는 사람이다. 관계 맺는 게 어려울수록 스킬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킬에 집중하는 에너지 일부를 관계를 맺는데 투자한다면 스킬에만 몰빵 했을 때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다 관계가 어렵다고 스킬에만 집중하던 멍청이가 나다. 



각설하고, '관계'는 내가 꼽은 2020년 키워드 중 하나다. 그래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필사를 시작했는데 필사는 읽고 서평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종이에 써 내려가다 보니 집중을 하지 않으면 오타가 나거나 어디를 쓰고 있었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그렇게 집중해서 글씨를 써 내려가면 하루 종일 남는 문구나 단어가 있다. 그럼 그 단어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져라'하는 문구가 머릿속에 박힌 날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중간에 말을 끊고 내 할 말을 하고 싶다거나 상대방의 얘기가 지루해도 관심을 갖기 위해 경청하게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삶에서 체득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체득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하루에 하나만 체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한 달을 일 년을 보내면 책의 내용이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가 아니라 내 삶 속에 뿌리를 내리는 씨앗이 될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2020년 필사를 시작한 이유이다. 


오늘까지 11일째 순항 중이다. 중간중간 필사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글로 써보는 것도 일 년간 필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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