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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26. 2020

우리 모두는 한 번의 인생을 산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소리가 지긋지긋하다면 제 글 한번 읽어보세요

농업사회에서는 머릿수가 곧 노동력이기에 결혼을 통한 가족의 확장은 노동력의 확장이라는 의미도 있다. 과거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집안 어른들의 결정으로 결혼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결혼을 통한 행복감보다는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모른 채 결혼했지만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행복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화병'이라는 단어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동체에 속해 행복을 느끼는 진사회성 동물인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없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하는 최초의 공동체는 가족이다. 가족 구성원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되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열 글자 안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왔다갈 한 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 아모르파티 中



그런데 정말 결혼을 하면 행복감을 느낄까? 《혼자 살아도 괜찮아》의 저자 엘리야킴 키슬레브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5년에 걸친 획기적인 종단 연구로 수상까지 한 리처드 루카스 연구팀은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일시적으로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보통 2년이 지나면 결혼 서약을 맹세하기 전인 출발점으로 돌아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가 인간의 감정에 관여하는 뇌 화학물질인 페네틸아민 이라는 생물학적 근거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또한 놀랍다. - <혼자 살아도 괜찮아> 中


결혼으로 느끼는 행복감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이혼하면 결혼 전 수준보다 더 불행해지며 그 상태가 오래간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결혼이 행복을 보장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은 하나의 옵션일 뿐, 행복을 보장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혼자 사는 게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의 1인 가구 비율은 60%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독신은 선진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인도에서조차 독신은 하나의 생활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제목처럼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고독하거나 짠내 나지 않는다. 자유로워 보이고 때론 부러움마저 유발한다. 가수, 배우, 모델, 운동선수 등등 여러 방면의 출연자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다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이다.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될 경우 같은 동네 사는 동료 연예인이 집에 들러 고양이 밥을 챙겨준다. 능숙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고양이 밥을 주고 여유 있게 커피 한잔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평소에도 왕래가 잦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라는 게 "너네는 결혼하지 마라'는 의미는 아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아 라는 게 저자인 엘리야 킴이 전하는 메시지다. 책의 원 제목 또한  Happy Singlehood로 행복한 독신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아' 이 문장 이면에는 '혼자 살면 행복할 수 없다'와 '혼자 사는 게 일반적인 삶의 모습은 아니다'라는 편견이 깔려있다.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는 행복할 수 없다. 


그런데 혼자 '사는 것'과 사회적으로 고립된 외톨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같이 살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혼자 사느냐 같이 사느냐가 아닌 '건강한 공동체에 속해있는가?' '좋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기본은 개인이다. 결국 내가 속한 공동체가 천국일지, 지옥일지는 개인에게 달려있기에 스스로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어야 한다. 현실 속 백마 탄 왕자는 없다. 잠자는 공주도 없다. 누군가 내 인생을 끌어줄 거란 착각에서 빨리 깨어날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사회적 압박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혼을 했고 4년째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행복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기혼자의 관점으로 읽은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결국 인간은 행복하기를 원하는 존재고 행복의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그리고 지금 둘이 살고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둘이 살 거란 보장은 없다. 모든 인간은 죽고 둘 중 하나는 혼자 남겨진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남겨질 사람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옵션 B》의 저자 세릴 샌드버그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내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런 그녀를 구해낸 것은 결국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있었다.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의 유무는 고난 극복의 유무로 이어진다. 그러나 결국 링 위에 오르는 건 '개인' 자신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스스로 한발 자국이라도 떼야한다. 공동체는 그다음이다.  


행복하고 싶다면 내 인생의 책임자는 '나'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 공동체가 결혼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지만, 결혼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통해 얻은 통찰이다. 결혼을 선택했건, 선택하지 않았건 인간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둘이 있는 게 정말 행복해서 결혼을 하고, 결혼 후에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반대로 혼자가 행복하다면 그대로도 좋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길 원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행복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통해 행복의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 본다. 맞지도 않는 옷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기보다는 몸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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