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규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승 강경빈 Jan 27. 2020

무라카미 하루키도 다크호스였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로 소설이 아닌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어디선가 한 번씩 들어본 적 있는 책들인데 그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인지는 몰랐고 읽지도 않았다. 읽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았겠지... 그러나 하루키의 책을 읽지는 않았어도 그가 유명한 소설가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걸 장황하게 씀


그런데 어쩌다가 나는 관심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게 되었을까? 


읽은 이유의 절반은 강제성이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강제성으로 읽지는 않았는데, 첫 번째 챕터를 읽는 도중 하루키에게 빠져들었고 더 이상의 강제성은 없었다.


소설 한 편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못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하루키의 꾸준함에 매료됐다. 꾸준하려면 일단 체력이 뒷받침되야한다. 하루키는 꾸준함을 위해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매일 달리기나 수영을 하는데 특별히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다만 성격에 맞는 일을 습관적으로 계속할 뿐.


내가 경험한 바로도 달리기는 체력을 키우는데 아주 좋다. 작년 2월부터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체력이 좋아진 걸 체감한다. 생전 달리기를 안 하던 사람이 일주일 가량 뛴다고 해서 체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적어도 6개월은 뛰어야 체력이 좋아진다. 꾸준함이 답이다.


달리기의 이점은 체력뿐만이 아니다. 달리기는 영감(Inspiration)의 창고다.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달리다 보면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글의 마감이 임박하도록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달리러 나간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길게 달리는데 그러다 보면 돌아오는 길에 글감이 콸콸콸 쏟아질 때가 있다. 신기하면서도 얄미운 현상이다. 쉽게 나오면 좋으련만 꼭 힘들어야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연료가 떨어진 차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작정 달린다고 인스피레이션이 찾아오진 않는다. 차의 엔진을 움직이기 위해선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전기든 어쨌든 연료가 필요하다면 글쓰기 엔진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독서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글은 독서로 만들어지는 생각의 밭을 통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소설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흔해빠진 대답이라서 죄송하지만, 이건 역시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소설이라는 게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것을 기본부터 체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달걀을 깨야 한다'는 것과 똑같은 정도로 당연한 얘기지요. 특히 젊은 시절에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일단 많이 읽는 게 중요하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안된다. 읽었으면 끄집어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밭을 일궜으면 씨앗을 뿌려야 한다. 씨앗은 정제되지 않은 생각인데 씨앗을 발아하기 위해선 관찰과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을 굴려본다. 하지만 '생각을 굴려본다'라고 해도, 그 일의 시시비비나 가치에 대해 조급하게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 같은 건 최대한 유보해서 뒤로 미루도록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명쾌한 결론을 내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의 원래 모습을 소재로서 최대한 현상에 가까운 형태로 머릿속에 생생하게 담아주는 것입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렸으면 잘 자라도록 키워야 한다. 씨앗을 키우는 과정을 글쓰기에 빗댈 수 있는데, 초보 농부일수록 작황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내공이 쌓여야 한다. 꾸준히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내공이 쌓인다.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 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무라카미 하루키는 꾸준함을 기본으로 한 '다크호스적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주목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는 '다크호스'라는 단어는 1831년 소설 <젊은 공작>을 통해 알려지게 되는데, 소설 속 주인공은 경마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게 된다. 그 후 다크호스는 주목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드러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충족감(Fulfillment)을 느끼며 사는 사람인데 이는 다크호스들의 공통점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또한 성공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데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 성공방식이 궁금하다면, 즉 다크호스적 사고방식이 궁금하다면 토드 로즈의 다크호스 일독을 권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 모두 그의 다크호스적 사고방식이 깔려있다. 현재 하루키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하루키의 성공이 궁금하다면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친구의 친구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소설가로의 성공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을, 미국에서의 성공이 궁금하다면 친구의 친구를 읽어보시라. 



<나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 꾸준함, 다크호스적 사고방식, 주체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라키미 하루키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매료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