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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Feb 08. 2020

이태원 클라쓰 그리고 폭군

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에 가장 큰 관심사는 캐스팅이었다. 만화 속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보여주는 박서준의 연기는 정말 탁월하다. 만화 속 박새로이를 빼다 박았다. 박서준뿐만 아니다. 장대희(유재명), 장근원(안보현)의 싱크로율 또한 대단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 이걸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지... 원작을 망쳤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재벌 아버지를 장근원은 학교의 지배자다. 같은 반 학생을 괴롭혀도 선생들은 모른척한다. 소신 있게 살고자 하는 박새로이는 전학 첫날 장근원에게 주먹을 날린다. 학교폭력을 모른 체할 없었기 때문이다. 주먹을 날린 결과 박새로이는 퇴학을 당하는데 주먹질 한 번에 퇴학은 너무하다 싶다. 그러나 박새로이의 주먹질은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다. 폭군의 권위에 도전하는 주먹이었고, 폭군은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폭군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을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며 사납고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대희는 폭군의 사전에 의미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다. 그의 아들 장근원 또한 마찬가지다.


"회사 직원, 돈으로 움직여지는 밑 사람들, 개라고 생각해라. 손님은..... 보자.... 그래! 개한테 주는 사료...! 사료라고 생각해라. 새로이... 그놈을 한번 보고 알았다. 유감이지만 너랑 달리 그릇이 커. 하지만 그래 봤자 놈은 가축이고, 넌 사람으로 태어났지. 나는 말이야.... 네가 그놈한테 두 번이나 맞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걸 참을 수가 없어." - <이태원 클라쓰> 中





폭군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권위에 도전하는 건 절대 참지 않는다. 잘못 보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폭군에게 대놓고 똥이라고 할 수 없다. 돌려서 표현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 또한 그랬다. 그의 작품이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을 에두르는 방식으로 표현하며 당대는 물론 후대의 폭군들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돌려 까기를 통해 선을 넘지 않은 것이 롱런의 비결이랄까?!


스티븐 그린블랫 또한 폭군을 통해 폭군을 돌려 까는데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선거 결과가 나의 최악의 우려를 확정하자, 나는 저녁 밥상에서 셰익스피어의 정치적 세계와 오늘날의 미국 상황이 아주 비슷하다는 얘기를 나의 아내 래미타고프와 아들 해리에게 해주었는데, 그들은  그 얘기를 듣더니, 그걸 주제로 삼아 책을 한번 써보라고 했다.  - <폭군> 中


무슨 선거인지,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폭군에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시종일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하 이야기 하지만 독자에게 누가 누구인지를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다음은 폭군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설설 끓고 있는 적개심을 잘 활용하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아본 것은 요크의 천재성이었다.' 요크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설설 끄는 적개심을 활용해 권력을 잡은 누군가가 떠오르기는 한다.  판사님 저는 아무것도 읍읍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다면  폭군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학교 다닐 때 수학이 쉬어서 열심히 붙잡고 있던 건 아니다. 필요하니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폭군마찬가지로 어렵지만 필요한 책이다.



독재자가 원하는 충성심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의 명령을 이행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이다. - <폭군> 中



동물농장에는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돼지들만의 몫으로 빼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순진한 다른 동물들은 의심 없이 돼지를 믿었지만, 이를 계기로 돼지는 리더에서 폭군이 된다. 만일 다른 동물들이 돼지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견제를 하려 했다면 동물들의 삶이 비극으로 치닺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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