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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Feb 19. 2020

이태원 클라쓰가 잘되는 이유

지난주 <이태원 클라쓰> 시청률은 11.2%를 기록했다. 내가 시청률에 일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나도 챙겨보는 드라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왜 재밌을까를 생각해 봤는데, 일단 원작부터가 재밌다. <이태원 클라쓰>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만화인데, 연재 당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원작이 재밌다고 해서, 드라마가 재밌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좋은 원작을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재미없는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 


웹툰을 드라마화할 때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캐릭터와 배우 간의 싱크로율이다. 싱크로율이 좋으면 좋을수록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새로이와 박서준의 싱크로율은 끝내준다. 드라마를 보면서 웹툰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몰입하게 된다. 웹툰 속 박새로이가 어딘가 실존한다면 박서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새로이뿐만이 아니다. 조이서, 마현이, 최승권, 오수아, 장대희, 장근원 등 대부분의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웹툰 캐릭터와 찰떡이다. 특히 안보현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다. 찌질하면서도 비열한 장근원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이미지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배우들의 캐스팅뿐만 아니라, 대본을 쓰는데도 공을 들였다.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썼다.

<이태원 클라쓰>가 잘 될 수밖에 없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웹툰을 드라마화한다고 해서 웹툰 원작자가 드라마 대본을 쓰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원작의 스토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목만 빌려온 전혀 다른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보통 16부작 정도로 제작된다. 반면 웹툰은 짧게는 일 년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연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웹툰에서 풀어낸 이야기를 압축해서 드라마로 내보내야 한다. 나는 조광진 작가가 단순히 대본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본을 쓰면서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압축시킨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6화까지 방영된 내용을 원작과 비교했을 때 군더더기 없이 너무 잘 풀어냈다. 중요한 포인트는 다 짚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전개는, 이미 웹툰을 완결까지 정주행 했음에도 드라마의 뒷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7화 예고편을 보니 드디어 장근수가 후계자 전쟁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주말이 벌써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내가 꼽은 <이태원 클라쓰>가 잘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넷플릭스다. 양질의 제품과 양질의 유통망이 잘 만났다. 넷플릭스는 내가 <이태원 클라쓰>를 챙겨볼 수 있는 이유이다. 티브이로 드라마 한 편 보는데, 광고를 몇 개나 봐야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광고를 보는 건지 드라마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 


반면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다. BTV나 넷플릭스나 유료로 시청하는 건 마찬가진데, 왜 광고가 붙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추가로 유료결제를 하고 보는 드라마, 영화에도 광고가 붙는다. 아무리 광고수익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U플러스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 앨런 가넷의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아이디어, 창의성에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패턴을 찾아내면 누구나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쓰기 또한 창의성 패턴이 적용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곤경에 빠진 남자' 그래프를 제시한다. 신데렐라 공식이라고 불리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한 많은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만큼 곤경에 빠진 남자를 잘 표현한 작품도 없다. 소신껏 살고자 했지만 그는 학교를 퇴학당했고, 아버지를 여의였으며, 전과자가 되었다. '곤경에 빠진 남자' 그래프상에서 불운의 정점을 찍었다. 그 후 박새로이는 차근차근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프를 보면 끝의 행운이 시작의 행운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박새로이의 비상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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