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강규책방

교역과 폭력의 역사

by 일승 강경빈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은 어떤 책?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은 세계사의 흐름을 경제의 관점으로 보고자 한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시장의 법칙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에서는 그 답을 ‘문화’라고 이야기한다.


1770년 세네갈을 방문했던 한 프랑스 노예 무역상은 현지의 아프리카 상인들 때문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이들은 그가 가져간 목걸이와 그 밖의 잡동사니들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는 프랑스산 가구를 내놓았는데도 노예와 교환하려 들지 않았다. 아프리카 상인들은 당시 유행의 첨단을 달리던 네덜란드나 영국의 의자며 옷장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中


1770년 당시 목걸이, 프랑스산 가구, 네덜란드 의자, 영국 옷장들이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를 정하는 기준은 ‘당시 유행의 첨단’에 있었다. 즉, 문화가 가치를 결정했기에 프랑스산 가구는 안되지만 영국 옷장은 교환의 가치가 있었다.


문화가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건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한국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잘 안 쓰고 다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 19는 국제보건기구 WHO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전염병인데 미국에서는 왜 마스크를 안 쓸까?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 들이나 마스크를 쓴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문화는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야 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일지 모르겠다. 7장에 걸친 책의 구성은 문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유럽이 세계의 다른 지역과 했던 무역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한 지역에 집중하기보다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지역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우리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나 자본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세계경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보여 주었던 흥망과 성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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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시각과 맥락적 사고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은 세계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비유럽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15세기 유럽인들이 남아메리카의 은(銀)에 집착한 이유는 중국 때문이었다.


당시 유럽인들은 중국으로부터 비단과 차를 수입했고, 중국은 은()을 대금으로 받았다. 그리고 무역에 필요한 은을 채굴하는 역할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은(銀)을 두고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중국 대륙이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은(銀)은 훗날 중국 청나라를 망하게 한 아편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에서는 은(銀)을 비롯한, 커피, 설탕, 담배, 아편, 감자, 고무 등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움직이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수송 수단의 개량에 따른 경제 변화의 양상은 물론 화폐, 도량형, 시간의 표준화, 주식회사 같은 현대 세계 경제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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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 왜 생겨났는지도 알 수 있었는데 경제는 애초에 도덕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노예무역, 해적질, 마약 판매 등은 큰 이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교역과 폭력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았다. 늘 함께 다니며 폭력의 사용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즉, 돈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주저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책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시대가 저물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시대가 시작된 이유가 폭력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네덜란드가 성공한 데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성공의 원인이 폭력이었다니?!


유럽의 거의 모든 해상교역에서는 향신료, 금, 은, 모피, 고급 직물, 노예, 설탕 등의 사치품만 거래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딱 한 척의 배만 털어도 해적들은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해상에는 좋은 먹잇감들이 떠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털리기 않기 위해선 배를 무장했어야 했는데, 이것이 해적 행위가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방어를 위한 무장이, 교역이 시원찮을 땐 약탈을 위한 무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벌이가 시원찮으면 다른 배를 약탈하면 된다!

이 시대의 유명한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폭력과 교역의 끈끈한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신뢰와 해적질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모두 교역의 역사임을 배웠고, 입체적인 시각과 맥락적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고쳐쓰기가 글쓰기 연습에 도움이 된다 하여, 같은 내용을 고쳐쓰기 해봤습니다. OO이 해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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