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핀란드-피요르드로 가려면

-로바니에미-오슬로

by 호빵씨

만약 앞으로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시간은 엄청 많다면, 그런데다 지금 있는 곳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않는 여행객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내 경우는 검색이었다. 저녁이 되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밖에 나갔지만 역시 모두 불꺼진 가게를 보고 하릴없이 돌아온 나는 노르웨이가는 길에 대해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약5시간의 검색 결과 얻은 사실은

1. 트롬쇠가는 버스는 아마 이 시즌에는 끝난 것 같다.

2. 만약 오슬로까지 버스나 기차를 타게 된다면 한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어 나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동시간만도 엄청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돈이 훨씬 많이 들 것이다였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검색해봤더니 헬싱키-로바니에미의 기차표 가격보다 약 이십유로쯤 더 주면 로바니에미-헬싱키-오슬로의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아무래도 여기 미리 예약하면 저가비행기가 기차보다 싸다는 게 허풍은 아니었던가 보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비행기를 예매하고(그것도 비행기 출발 열한시간 전에), 오슬로의 숙소까지 예매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론 비행기와 숙소예약과, 오늘 이곳에서 쓴 싱글룸의 가격을 헤아려 보며 돈을 흩뿌리고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좀 더 정보가 많았더라면, 하다못해 인포메이션 센터라도 열려있었더라면 좀 나았으려나.

계획성없는 여행은 예상치 못한 사랑에 빠지는 장소가 나타단다면 굉장히 행복한 일일테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공황상태를 초래하고 얇은지갑을 더 얇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딴 데는 모르겠지만 북유럽은 계획을 확실하게 짜고 예약을 하고 오는 게 나은 것 같다. 저가항공이든, 기차표든 미리 예약을 할수록 확실히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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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하게 거금을 지출한 아침비행기를 못타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돼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짐 정리하고 공항가는 방법을 물어보려 나왔다. 내가 묵은 싱글룸은 산타호텔에서 운영하는 루돌프호스텔(아, 정말이지 산타마을스러운 이 작명이란)이었는데 리셉션이 호텔에만 있었다. 체크인도 호텔에 가서, 각종 정보를 물어보는 것도 호텔에 가서만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가는 길에 혹시나 하며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인포메이션센터는, 슈퍼 포함한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 이해해. 너희는 북유럽이잖아. 너희는 정말 행복하게 사는구나.

다시 리셉션으로 돌아가 물어봤더니 공항가는 셔틀버스는 비행기출발 한시간 전에 호텔 앞에서 출발한단다. 아니면 택시타고 가야한다고.

한시간? 한시간전 출발로 충분해? 싶었지만 택시를 타고갈 수는 없으니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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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공항가는 버스가 늦게 출발해 시간이 남았던 나는 주위를 걷기로 했다. 어제 받아온 지도에는 근처에는 arkitium이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번역하면 북극관쯤 되려나?)

이날 로바니에미에서 바로 오슬로로 넘어가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요일의 영향도 컸다. 전 날은 일요일, 이 날은 월요일. 아마도 월요일이면 모든 박물관은 문을 닫아버릴텐데 그러면 또 하루의 싱글룸 가격을 지불하며 하루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화요일엔 오슬로가는 비행기표 일정도 없어, 예약을 하지 않고 배짱을 튕기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다른 방법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걸렸다.  안그래도 북유럽 일정은 짧은데 말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북극관은 문을 닫았다.

또다시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 지구 최북단의 맥도날드가 보였다. 여기서 아침이나 먹을까하다가 그동안 지나치며 봤던 헤스버거집이 떠올랐다. 아마도 핀란드의 체인인 듯한 버거집인데 어차피 햄버거를 먹는다면 핀란드의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여긴 10시 반에 문을 연다고.

전 세계의 맥도날드는 참 부지런하구나라며 다시 지구최북단의 맥도날드로 회귀. 맥도날드로 다시 돌아가며 생각했다. 만약 순간이동같은 것이 가능하다면 난 북유럽에서 돈을 벌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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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고나서는 이제 와이파이를 하는 것도 지쳐 근처 강변으로 나갔다.

강변은 걷기 좋았다. 그리고 내 마지막 날의 로바니에미 날씨는 걷기에 끝내주게 좋았다. 파랗고 예쁜 하늘과 쌀쌀한 날씨. 제일 좋아하는 계절의 날씨다.

만약 체류비용이 조금만 더 쌌더라면, 이미 예매되어있는 오슬로-파리의 비행기표 일정이 조금 더 넉넉했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 날에 선물이라도 받은 듯이 풍경을 즐기며 걷다 버스시간이 다 되어 아쉬워하며 돌아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무 것도 안하는 날일지라도, 피요르드를 포기하게 되더라도 여기에 더 있을 걸 그랬던가.



다시 리셉션으로 돌아와 맡겨뒀던 배낭을 찾고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온다던 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긴 대체 뭐길래 비행기 한시간 전 버스를 운행하는 걸까. 이래도 비행시간에 맞게 들어갈 수 있는 걸까? 있으니까 운행하는 거겠지? 그런데 왜 버스는 안 오는 걸까? 지금이라도 택시를 잡아야하나? 택시는 비싸지 않을까? 라며 의식의 흐름을 따라 한참을 불안해하고 있을 무렵 미니버스가 온다. 겨우 안심하고 배낭을 실었는데 이 버스, 바로 공항에 가는게 아니다. 호텔앞을 지나 엄청 여러군데를 구석구석 돌아 과연 이게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해 비행기출발 35분 전에 도착했다.

그동안 다녔던 공항 중 가장 작은 공항인 로바니에미 공항은 막상 들어가니 수속이고 뭐고 참 간단하다. 아마도 유럽으로 가는 저가항공 비행편만 운행해서 그런 듯 싶다. 5분도 안돼 모든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타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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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탄 노르웨이 항공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가 터진다고 하는데 인내심을 시험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느렸지만. 제 시간에 운행해 한시간 이십분만에 헬싱키에 도착. 여기서 세시간 대기하고 다시 오슬로로 넘어갔다. 도착해 공항버스타고 중앙역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오슬로 중앙역 앞 거리의 첫 느낌은 어쩐지 서울역 같다. 그냥 대도시같은 느낌.

당연히 인포메이션센터는 문을 닫았기에, 호스텔에서 예약할 때 준 지도로만 찾아가는 이 길. 참, 힘들다. 노르웨이인들은 친절하긴 하지만 길을 잘 모른다.

이쪽으로 가면 있다. 저쪽으로 가면 있다고 해서 계속 같은 자리를 뺑뺑 돌게 만든다. 게다가 비는 추적추적오고. 그런데서 한참을 헤매다 겨우 내 호스텔을 찾았다. 체크인하고 들어가는데 한국말이 들린다. 기대하지 않았던 데서 들으니 엄청 반가워 방에 짐을 던져두고 바로 나와 합류했다. 이들 역시 오늘 처음 호스텔에서 만난 사이였단다. 한명은 핀란드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노르웨이를 구경온 친구고 한명은 덴마크에서 일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온 아저씨. 게다가 정말 완벽하게 피요르드를 구경할 계획을 세워두고 온 사람들이다.

내에게 피요르드에 가실 거냐고 묻기에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저, 가긴 갈 건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요.
피요르드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나요?

다행히 자신의 정보를 전파해주는 것을 귀찮아하지않는 친절한 사람들이어서 이 분들에게 한참동안 정보를 얻고 대략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노르웨이엔 몇 개의 피요르드가 있는데 그 중 관광객들이 많이 가기도 하고 노르웨이 철도청에서 관광프로그램으로 판매하는 ‘송네피요르드’라는 곳이 있단다. 피요르드는 기차와 버스, 배를 타고 그 지형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관광프로그램으로 파는 ‘노르웨이 인 넛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건 비싸서 추천하지 않고, 그것과 똑같은 교통편을 각각 구매하면 훨씬 싸다고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기차는 미니프리스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 표는 역사 내 기계나, 인터넷 홈페이지, nsb라는 스마트폰어플리케이션으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미리사면 살수록 싼데, 본인들이 (한참 전에 미리 예약해)산 가격보다 열차당 200에서 300크로네쯤 돈을 더 내긴해야겠지만(1크로네는 170원꼴) 창구에서 직접사는 것보다는 싼, 미니프리스표가 아직 남아있긴 할 거라고 했다. 이 둘은 모두 내일 아침 피요르드를 보러 떠난단다.

아무 정보도 없이 온 곳이지만 운 좋게 정보도 얻고나니 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까로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다.

어쨌든 이젠 피요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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