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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대마도
by 호빵씨 Dec 06. 2017

#4-디클로페낙

자전거에서 넘어지면서 생긴 엉덩이 통증은 주말이 지났는데도 줄어들지 않았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월요일 아침엔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누워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역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켜, 어기적어기적 걸어 동네 정형외과로 향했다. 다들 대체 주말을 어떻게 보낸 건지, 막 문을 연 병원엔 대기 환자만 삼십명이 넘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의사를 만나자마자 다시 엑스레이실로 보내졌고, 또 한참을 기다려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한참을 기다려 다시 의사를 만나 들은 내 진단명은
꼬리뼈 골절 의심.
엑스레이상의 두 번째 꼬리뼈가 벌어진 것이 골절 같아 보이나 정확하게 골절로 진단을 받으려면 CT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골절이나 골절 의심이나 치료법이 같으니 보험청구를 하지 않을 거면 굳이 CT까지 찍을 필요는 없다며.


대체 어떻게 떨어졌길래 겨우 자전거씩이나 타면서 꼬리뼈를 부러뜨리는지 내 자신의 놀라운 운동신경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러나 ‘허허허 세상에’하며 계속 감탄하고 있기엔 여전히 대기실엔 환자가 많았고, 간호사를 따라 순식간에 주사를 맞고 약을 타, 일 하러 갔다.



"꼬리뼈 골절 의심이래요. 세상에."
하며 안부를 전한 뒤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거다.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든데 뭐가 눈에 들어갔는가 싶어 계속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며 눈을 씻어냈는데도 이물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말했다.

어?? 너 눈이 왜 그래??

모르겠어요. 자꾸 이물감이 있어요, 하며 거울을 보니 흰자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어?? 안구에서 흰자만 부풀어오를 수도 있는 거였나? 그러면서 눈두덩이도 함께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그로부터 삼십분 뒤, 내 왼쪽 눈은 눈을 뜨기도 어려울 정도로 부어올랐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가라는 말에 다시 짐을 챙겨 아까의 그 병원으로 갔다.
여전히 대기실에 환자는 많았지만 내 얼굴은 프리패스였다. 바로 의사를 만나고 수액실로 옮겨져 수액을 맞으며 누웠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급속도로 부풀어올랐던 얼굴이 아주 느린 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삼십몇년을 살면서 몰랐던 디클로페낙 알러지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대체 이번 여행은 뭔 바람이 불었길래 오래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더라니 골절에 알러지에 생전 처음 겪는 일을 겪는 걸까. 이정도면 액땜인 걸까. 그래 그렇겠지. 이거면 괜찮겠지.



하지만, 나쁜 일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그 다음주.
다시 진료를 받고 또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온 순간, 또다시 흰자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 이번엔 왜? 하며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좀 전에 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호빵씨라고 하는데요. 혹시 제가 맞은 주사제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네, 잠시만요.”
하고 경쾌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그 다음에 갑자기 수화기 너머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송화기 부분을 손으로 막은 뒤 저 너머에서 서로 바쁘게 말이 오가는 듯한 약 2분여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혹시 눈이 부으셨나요?”
하는 질문이 돌아왔다.


수화기 너머에선 주절주절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가 지난주에 그 일이 있고나서 차트에 적었어야 했는데, 월요일엔 환자가 많아서, 바빠서, 깜빡한 것 같아요 하는 변명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결론은 병원측의 실수로 지난주에 놨던 주사제를 똑같이 놨던 것.

이미 놓은 주사제를 어쩔 수는 없었고, 그나마 한 번 경험이 있다며 주사제를 몸 밖으로 배출해내기 위해 포카리스웨트와 물을 계속 마시고 얼음찜질을 하며 계속 생각했다.


하, 정말이지 이 여행은 어떻게 되려고 뭐가 계속 안 풀려대는 걸까. 이건 정말 마지막이겠지.


그러나 이 여행. 만만치 않았다. 곧 또 다른 액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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