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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05. 2020

굼뜬 인지적 템포 같습니다

새로운 병명의 효과란?

질문


6년 전부터 자주 머리가 멍하고 매사에 집중이 안된다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냥 그려 너니 하고 넘기다가
제 친구들 '너는 눈에 초점이 없어 멍해 보이고 까끔 나이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한다, 나사 빠진 사람 같다'
해서 동네 정신과 찾고 심리 검사를 받았습니다 ( 심리검사받을 당시도 멍한 상태였습니다)
검사 결과 경증 우울증과 처리속도와 작업기억능력이 지체 수준인 경계선 지능이 나왔습니다
이후 머리 멍함을 고치려 6개월째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 40g을 먹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sct에 대해 알게 되는데 제 증상이랑 일치(멍함, 공부 속도 느림 , 공상 , 무기력 , 낮졸림 등 다수 증세 )했었습니다 그래서 늘 가던 병원 선생님께 문의를 드렸으나 당연히 별 반응 없으시고 또 효과 없는 메디키넷 리타드 캡슐을 처방받았습니다 선생님을 못 믿는 것은 아닌데 솔직히 답답합니다
Sct가 잘 안 알려진 병이라 해서 혹시나 질문드립니다
저는 어떻게 도움받아야 할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굼뜬 인지적 템포라고 하니.. 저도 처음 듣는 질병 이름이라 보니까... 새로 병을 만든 거 같네요. 이런 식으로 병을 만들면 조금 혼란이 발생합니다. 아마 담당하시는 의사 선생님도 잘 모르실 거 같긴 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약이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작용이라도 나타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도 없고요. 메틸 페니 데이트 계열의 약물은 일종의 각성효과를 일으킵니다. 그런 효과가 등장하지 않는 상태라면 이미 정신구조에서 에너지 처리 방식에 문제가 발생해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신 처리 작용이 바뀌어 있다면 약물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용량을 엄청나게 증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용량이 너무 올라서 복용하는데 겁을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녀가 공부 안 한다고 어릴 때, adhd진단받아서 콘서타 같은 약 먹이다가 나이 들어서 용량 엄청 높아지니까 엄마들이 겁을 덜컥 먹는 겁니다. 애 공부시키려고 하다가 애 잡겠다고요. 그런데 약기운으로 그동안 공부를 해왔으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정신 구조란 질문자분의 삶을 토대로 형성이 되어 온 것이지 뇌 기능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의학을 배운 사람들은 이런 의견에 대해서 반대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정신작용 배울 때 신경계의 움직임으로 배울 테니까요. 그런 식의 임상이 궁금하시다면 제 브런치 북 [분석가의 외투]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치료자는 이렇게 등장하는 증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은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경계선 지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고, 신경증 반응으로 인해서 자아 효율이 좀 낮아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리 검사할 때 뭔가 모르게 늦게 반응을 하기도 했죠.

 더 일반적으로는 신체가 쇠약할 때조차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생활 관리라는 측면을 좀 검토해보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체력관리를 하고 또 수면시간 등의 생활관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약을 써서 효과를 보시려면 약물을 증량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성이 생기면 정신 장치 전반에 탈이 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먹으나 마나 한 약물은 끊으셔도 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을 진행하면서도 약 먹으나 마나 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끊어도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정신분석이 잘 들어가서 분석 효과가 강하면 약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가 답변


어떤 질환이 설명되지 않을 때, 그 질환을 설명하기 위해서 새로운 병명들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병명들을 계속 만들어내다 보면 정말 중요한 핵심들이 사라져 갑니다. 정신의학의 진단 편람은 원래 100페이지도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천 페이지에 가까운 진단체계 분류가 생겼죠.


정신분석의 진단체계는 여전히 백 년 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단 체계란 증상을 어떤 식으로 치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입니다. 강박증이나 히스테리나 그 외의 다른 정신병 영역에서 등장하는 내용들이 각기 구조를 갖추고 있고, 그에 맞추어서 접근해나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반화가 안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드러나는 증상에 따라 진단하고 약물을 통해 진정시키는 것이 전통적으로 인정되어 오던 치료방식입니다. 원래의 생물 정신의학은 현대의 정신의학처럼 상담이론 이런 영향도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약물 중심으로 진행했었습니다. 그래서 산업혁명 이후에 히스테리에 거의 무력했었죠. 히스테리에서 일어나는 정신작용이 있는데, 그것을 무조건 아편이나 아편 팅크로 억누르려고만 했거든요. 따라서 아무 효과도 없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정신작용 간 효용성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신구조 차원에서 더 많은 약을 써야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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