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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06. 2020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약 어떻게 끊죠?

질문 


제가 약을 먹은 지 4년~5년째인데요(20살부터 먹었습니다) 최근에 기분이 괜찮은 거 같고 자신감이 생겨서 한 달 하고 15일 정도 안 먹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약의 효과로 잘 지내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20 일정 도지나니 점점 힘들더라고요

약을 먹고 좋은 점과 나쁜 점도 좀 알게 됐고요

일단 좋은 점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거 같습니다. 정확하게 뭐라 표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집중력이 좋아진다? 생각을 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손떨림이 없어졌습니다(약 먹고 생긴 거 같습니다)

이제 나쁜 점으로 약 끊고 20 일정도부터입니다 몸이 무거워집니다(살쪄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안전한 곳에

있어도(집) 긴장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식욕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약 안 먹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20살에 키 173 49kg였습니다) 점점 살이 빠지더라고요 71kg에서 지금 68kg로 빠졌네요

먹게 된 이유로는 친구 가족 모르는 사람 눈치를 봅니다.(긴장하고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합니다)

마지막으로 배가 아프다? 답답하다? 잡생각이 많아진다? 나쁜 증상으로 이 정도 같네요

위에 약  뉴프람정 10mg, 아빌리파이정 2mg, 인데놀정 10mg입니다

증상 해결방법 좀 부탁드립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음... 식욕이 저하된다는 게.. 그리 좋은 징후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데...


인데놀이랑 아빌리파이랑 뉴프람이라... 각성과 관계되는 약물조합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약물들의 기전들이 각각 조합이 되어서 정신에너지 작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신이 맑아진다는 건... 일종의 각성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각성효과가 당시에는 좋은데 반감기가 찾아오면 훨씬 문제가 됩니다. 집중력이 좋아지고 하는 게 사실 알고 보면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피암시성의 증대로 이어지는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집중력은 좀 좋아지는 거 같아도 실질적으로 효율이 올라가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약물이 들어가다가 안 들어가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는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약물로 인위적으로 처리하던 정신 에너지들이 원래 방식으로 복구되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약으로 계속 처리를 해오던 것이라서 다시 원래의 방식으로 처리를 하려니까 잘 안 되는 상황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되면 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겁니다. 이런 과정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즉, 아무리 좋은 약으로 조절해도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나쁜 증상. 그걸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들을 거쳐야 비로소 어느 정도 정신 장치가 복구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예측한다면 약 없이 대략 4주 정도는 견디셔야 할 겁니다. 물론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식사 거부는 자아에 발생한 문제로도 검토되는데 자아는 생존과 에너지를 위해서 영양을 섭취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효율이 떨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이 것이 약을 먹을 때는 회복이 되었다는 것은 약물 효과로 일시적으로 등장한 것으로도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중독상태죠.


질문자 분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 최선이고, 약물 금단으로 인한 고통스러움은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것을 중화시키는 약물을 쓰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때 쓰는 약이 벤즈트로핀입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중독성을 인정한다는 바로 그 약이죠. 벤즈 성분이야 정신과 약마다 어느 정도 씩은 다 포함이 된다고 합니다. 이 약 못 끊어서 약 끊는 모임도 미국에는 있다고 그러고요. 또 남용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약물로 간섭했던 정신 에너지 처리 문제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즉 현실 지각 회복을 위해서는 내적인 고통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정신 내적으로 일어나는 이 상황은 따로 방법이 없습니다... 일해서 생산성을 늘리고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본인의 에너지를 투자해서 정신 장치들의 회복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추가 질문 


약을 끊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오늘 약을 다시 먹어 봤어요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몸이 무겁고 피곤하고 활동을 못하겠더라고요
일단 의사랑 상담해서 천천히 끊는 게 좋겠죠?


추가 답변


의사와 상의해서 끊는 것은.. 사실 의사도 어떻게 끊는지 잘 모릅니다. 활동 과정을 통해서 정신작용을 다시 정상화로 이끄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게 의학에서는 연구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쁜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신작용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작용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신은 자연보다 엄격해서 인위적으로 개입한 부분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을 감당하게 만듭니다. 약으로 고통스러운데 진정하기 위해서 약을 다시 먹어야 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신경증적 반복 강제가 일어나는 겁니다.


 정신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약물은 정신 에너지 처리방식을 바꿔버립니다. 이는 프로이트 식의 충동 이론으로 어느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해도 그렇지 않은 경우 막연하게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그리고 임상현장에서 경험하기로는 정신과 약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헬스 할 때 먹는 부스터도 비슷한 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이어트 약물도 역시 그러한 작용을 보입니다.

물론 이런 내용을 비의료인인 제가 이야기한다면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얼토당토 안 한 이야기라고 무시할 수는 있습니다. 저 역시 분석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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