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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14. 2020

수면제를 끊고 싶어요. 심각합니다

중독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Q. 복용한 지 5-6년 쨉니다.

 

처음에 다이어트 약 처방받을 때 수면제를 같이 처방해주더라고요. 잠이 안 올 거라면서
의사가 처방해주니 먹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3년간 복용했고 도중에 3개월가량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먹고 있는 수면제는 졸피뎀(스틸녹스)과 졸민정입니다. 이제 한알로는 당연히 약이 듣지 않아서 혼합해서 먹기도 하고 리보트릴 같은 안정제를 거의 8알씩 먹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문제 같은데 도저히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신경이 예민한 날이나 다음날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거의 실신 직전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잡니다. 먹지 않으면 불안하고요.

하루 종일 스트레스받은 날에 수면제 먹고 실신하듯 잠들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그래서 더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신과 상담, 심리 상담 받아봤지만 도움되지 않았어요.

현재 우울증 약 함께 복용하며 산책과 긍정적 생각 채우기로 겨우 견디고는 있는데...


도저히 수면제를 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어라... 이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거 같습니다. 지금 먹은 약들을 보면 대략적으로 소개한 것만 세 가집니다. 다이어트 약에 수면제에 우울증 약에. 그리고 이 세 가지 약물들은 모두 정신에서 믹스되어 영향력을 일으킵니다. 이 상황은 그렇게 좋다고 여겨지진 않아요. '약물 칵테일'이 된다고 해서 좋을 건 없거든요.


다이어트 약은 각성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수면제는 자아를 억제합니다. 정신에서 약물로 상반되는 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중독의 경향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약이 들어간 신체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겁니다. 신체의 항상성이 좀 무너져있다고 봐도 되겠죠. 특징적으로 실신 직전까지 약을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것은 약물로 자해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즉, 정신작용에서는 자해에 해당하는 메커니즘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그렇게 증상이 변해있다면 잘 알아차리지를 못합니다. 신경증 상태가 그렇게 지속되는 경우도 많고요.


중독은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상담에서 다루기가 무척 곤란합니다. 중독 학회에서도 곤란을 표시하기도 하고요. 상담을 하든지 안 하든지 상당한 고통은 피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예를 든다면 심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게 365일 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의 통증이 추가되죠.  


물질중독의 경우는 자아의 기능을 검토하지 않고 약물을 통해서 현상을 조절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아는 정신 작용에 관계하는 약물이 신체에 들어오면 스스로 방어를 하려 합니다. 그 방어는 실로 다양한 이상행동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학적인 방법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즉. 약물을 통해서 망쳐놓은 정신적 구조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약을 끊고 그만한 고통을 감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헤로인 중독과 같은 경우에나 날록손으로 호흡 중추 살리지 이 경우에는 그런 방법들이 사용되진 않죠.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지금은 실시하지 않는 '인슐린 혼수 요법'이 그렇습니다. 이 기법이 발견된 배경은 마약 중독 치료하려고 입원한 사람에게 인슐린 주사를 잘못 놓아서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는 긴 시간 잠에 빠졌죠. 생명유지를 해야 하니까 계속 바이탈도 체크하고 해야 했을 겁니다. 몇 주 뒤 깨어나서는 마약중독증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통 없이 증상이 사라져서 그런지 치료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졌고 초기 정신의학에서는 종종 시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독 치료가 아니라 조현병 치료로 발전했죠. 


국내에서도 실시된 기록은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소암 이동식 선생께서는 한국정신의학의 초기에 활동하시고 명예회장까지 지내셨던 분인데, 인슐린 혼수 요법을 진행해보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때는 했지만 너무 위험하니까 현대에는 실시하지 않게 된 거죠. 


저의 입장에서 가능성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정신구조에서 에너지 처리방식을 들여다보는 분석 작업을 통해 중독에 대한 방어를 형성해야 합니다. 정신작용이라는 게 매우 엄격해서. 그동안 복용해오신 약물로 인해서 정신작용에 심각한 변화가 초래되어 있다면 그것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자체가 일과 사랑, 신뢰와 같은 것들이죠. 말은 쉽습니다. 실천은 되게 어려울 겁니다. 나는 일도 하고 있고 애인도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약이 그 과정에서 사랑을 지우고 욕정만 남기기도 합니다. 조금 불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중화제로 쓰는 약도 잘 안 듣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중화제로 쓰는 약이 벤즈트로핀인데 이것도 중독성은 만만치 않죠. 정신과 의사들도 인정하는 중독성입니다. 따라서 약 써서 될 문제도 아니고요. 찾아오는 고통을 견디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 고통의 원래 모습은 약을 먹지 않으면 느껴지는 그 불안들입니다. 처음에 불안이 발생하고 정신 내적으로 처리가 불가해지면 이후에 그것들은 히스테리 기제를 통해 고통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신체로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니 만큼 여기에 대해서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고통을 회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약과 같은 약물중독에서 이러한 고통이 등장해야 망가진 정신의 복구작업이 일어납니다.

 

추가 답변


 수면제가 자아에 기능하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 black out과 같은 현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 성적으로 흥분해서 아무나 만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수면제는 자아를 억제하는데, 그것으로 한때 자살사고가 많아서 의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기사를 검색해보시면 나올 겁니다.


만약 약물을 통해서 신경증 전략이 먹혔다면 그 사람은 고립된 상태로 생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때 약은 피할 수가 없죠. 대인 관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관심을 철회해주니까요. 사람한테 상처 받았다고 해서 고립되고 약을 먹고 진정한다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이상적으로 보이겠지만 그 결과는 증상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프로이트의 치료기록에서도 모르핀 중독을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모르핀 중독의 치료가 분석으로 가능했다는 점은 물질 중독에 정신분석이 기능할 수 있다는 말이죠. 프로이트의 리비도 이론이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리비도 이론이 적용된다 쳐도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방어를 조금 더 갖출 수 있다는 말이지 물질 중독에 대해서는 감당해야 하는 통증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통증을 감당할 각오가 없다면 약은 계속 들어가야 할 겁니다. 그리고 약물 중독상태에서는 치료 구조의 무화 작용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졌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담으로 대중적으로 정신분석의 중독 개념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오해입니다. 신체 감각기관을 고착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일어납니다. 치질 걸렸다고 강박증에 시달리면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는 그렇게 임상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심리학이나 의학에서 중독의 고착점을 구강기로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오류입니다. 프로이트 안 읽은 겁니다.


다양한 임상 내용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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