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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21. 2020

진단명이 뭘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됩니다. 대체 왜죠?

질문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 해야 할게 뭐가 있나요?


임상 심리검사 3번, 병원도 몇 군데 다녔습니다. 의사별로 조현병이 맞고 아니고 심리 상담 센터에서는 조현병 아니라고 했고 지금 의사는 확실하게 조현병을 진단했는데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법이 있나요?


약간 우울과 불안이 생기고 대인기피증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정신건강 센터를 방문하였는데 거기서 15분 정도 면담한 의사가 병은 아닌데 관리 안 하면 병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관리라는 게 약 먹는 건가요? 조현병을 의심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상담을 받았지만 갈수록 이상해지는 겁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것을 병이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담사가 조언한 대로 하던 일 모두 쉬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좀 안 좋았죠. 그러다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사의 말을 통해서 스스로 증상을 만들어내서 거기에 몰두했습니다. 기분도 다른 생각도 아니고 상담으로 생각이 많아져서 내 정신병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이유가 있어서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우울증이 생긴 거 같다며 약을 먹자고 해서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조현병이 아니라 비전형적인 우울증으로 이야기했죠. 임상 심리검사 결과도 조현병이 아닌 우울증이었고요. 약 3~4년 뒤에 병원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소견서에 조현 정동장애로 되어 있었는 겁니다.


왜 내가 조현병이냐고 물어보니까 의사는 소견서에 그렇게 되어있었다고만 말했습니다. 반발하니 의사보다 더 잘 아냐고 눈치 주는 것 같았습니다. 상담 센터에 소견서를 써줄 때 " 환자는 본인이 상담 때문에 정신증상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라고 적어놓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이 모두 나보고 병이라고 하니까 그 병에 집착해서 내가 내 증상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말도 잘 못해져서.. 병원 가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정신병원을 가서 상담사랑 이야기하고 의사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조현병이 아닌 거 같다고 하였지만 한 30분밖에 면담하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어떡하는 게 좋을까요?


참고로 약은 끊었었는데 처음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이란 게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약을 복용해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다닌 병원에서 조현병 약들만 줘서 복용했었는데 증상에 전혀 차도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진단 문제로 꽤 골치 아프신 것 같습니다.


진단이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신의학적 진단은 일단 드러나는 겉보기 진단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의사의 임상능력에 따라서 진단이 많이 갈립니다. 즉, 전문의라고 할지라도 임상적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다릅니다. 조현병이든 조현 정동 장애, 비전 형성 우울증 이런 식으로 진단명이 변해가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의 병명을 찾기 위해서 병원 쇼핑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진단명이 굉장히 자주 바뀌기도 합니다. 제 경험에서는 진단명을 5~6개 달고 계신 분들도 드물지 않게 봤습니다. 특히 어떤 분들은 몇 년 전에는 조현병으로 진단되었다가 현재는 조울증이 된 사람들도 있고, 갑자기 성격장애로 진단명이 바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질문자분은 그나마 어떤 게 정확한 것인지 갈등하시지만 진단명을 수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으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자 하는 믿음이 있을 때 그렇습니다. 정신의학적 진단명을 정확하다로 보기보단 의사의 임상에 따라 좀 많이 달라집니다. 의사는 병에 대해서 자기보다 잘 아는지 되물어 볼 수 있겠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병의 전문가는 자기 자신입니다. 정신질환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볼 수 있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치료 사례를 완전히 이끌어 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반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주체의 욕망에 따라 변화하는 임상을 의사의 권위로 결정하는 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현상만 보고 진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면담을 한다고 해도 정신의학의 진단체계가 겉보기 진단이기 때문에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현병 진단이 그렇게 많은지도 모르겠네요. 80~90년대 정신병원에서 가장 흔했던 진단명이 우울증과 정신분열(조현병)이었습니다. 요즘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네요. 다축 체계에서 스펙트럼으로 진단의 관점은 달라졌지만 아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서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받은 분들에게 조현병이라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좀 다른 경우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진단체계가 달라서 드러나는 현상으로 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각의 문제도 검토해야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은 좀 중요합니다. 자아 효율이 떨어지면서 자기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 못한다는 건 정신구조에서 언어 작용에 개입하는 영향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이런 관점은 정신의학이 채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의사들에게 이야기해 줘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드시는 약물이 정신에 작용함으로 이런 현상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폐쇄병동에서 관찰해봐도 약물 먹다가 말 어눌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거든요. 약물에 대한 내성도 동시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용량을 조금 더 높이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상담 때문에 정신증상이 생겼다는 건. 상담을 하면서 자아가 어느 정도 발달을 경험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병과 자아는 같은 에너지를 공유합니다. 즉. 자아가 약해지면 병도 약해지고, 자아가 힘이 세지면 병도 힘이 세집니다. 약과 상담을 병행하면 좋다고들 생각하는데.... 상담효과는 약으로 거의 다 날아갑니다. 즉, 상담해놔 봐야 약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됩니다. 그리고 회복과정에서 종종 심해지는 현상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병으로 발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회복 과정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적 움직임이 그런 과정을 거치게 만들기도 하죠. 그렇게 증상에 투자될 에너지를 처리해야 하니까요.


현재 조현병 약 먹고 전혀 차도가 없는 것은.. 그만큼 약에 내성이 생겨있는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약물로 인해 정신구조의 작용 방식에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이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신 에너지의 운용에 개입합니다. 강제로 관심을 철회하는 것이죠. 이것도 한두 번이지 오래 지속되면 내성이 생깁니다. 그때는 용량을 더 늘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의존이 되어버리죠.


추가 답변


사실 이런 현상들이 굉장히 잦습니다. 신경증이 나타나게 되었을 때, 맨 처음에 자기 병이 맞는지 의심을 먼저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렇게 의심하고 또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자기에게 진짜 그 진단명이 맞는지를 의심합니다. 위의 사례처럼 약이 잘 듣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진단 기준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맞추려고 하는 움직임도 등장합니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꼭 정신의학적 진단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상황들이 있습니다. MBTI 검사를 하고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찾으려다가 나중에는 그 항목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MBTI야 환경이 바뀌면 검사 결과도 같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저의 과거 분석에서도 진단명이 무려 5번이나 바뀌어서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또는 병원만 가면 매번 진단명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분화형 정신분열은 툭하면 진단명으로 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란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자기가 경험하는 증상이 미지의 세계가 되어버려서 곤란함을 경험해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리고 여기서 약물의 문제는... 자아와 리비도 발달 간의 관계에 개입해서 결국 증상을 낫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보입니다. 상담으로 대상 리비도의 발달을 도와도 약이 그것을 강제로 철회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이런 경우들을 종종 목격을 했습니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언어가 둔해지는 것은 정신 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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