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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20. 2020

나를 망가지게 하는 우울증

병이 인생을 좌지우지할까?

질문


혹시 우울증이 심해서 웃지도 않고 자해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게 다 부정적으로 보이고 아무 이유 없이 속이 썩는 것 같고 일상도 회복되지 않아서 안되던 일이 더 안 되는 일로 돌아오는 우울증에 걸리신 분 있나요?

저에겐 몇 달마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작게는 일상을 크게는 시험을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네요.
약은 부작용이 심해서... 그렇다고 이런 끔찍한 모습까지 달래줄 사람이 현실적으로는 없고...


답변

우울증이 심하다고 일이 안되고 그런 경우는 잘 없습니다. 신경증에 시달려도 자기 일은 철저하게 잘 처리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경우는 자아 효율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여겨집니다. 신경증에 시달리는 경우에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일이 안돼요. 


이것은 정신 기관 내에서 초자아가 자아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병리적 초자아라든지 좀 화려하게 잔혹한 초자아 이런 식으로 말을 할 때의 바로 그 초자아의 작동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완전히 찌그러지고 자아 효율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일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매듭도 잘 지어지지 않고 그렇습니다. 


몇 달마다 이런 현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신경증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반복 강제라고 표현을 하지요. 이 반복 강제는 조금 마술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뭔가를 잘하고 있다가도 정말 마술처럼 실패하게 만들거든요. 비슷하게는 고 3들이 꼭 수능 칠 시기만 되면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곤 할 땝니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진 자아 효율의 문제는 타인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장애요인으로 작동합니다. 친구들 만나도 자존심을 세우기가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매번 체면이 상실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그 상황이 지나면 자존감 낮다고 신세한탄을 하게 되곤 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잘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런데, 그런 상태가 의외로 많습니다. 본인만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뭔가를 하는데 자꾸 안 되는 거예요. 근데 왜 안되는지 본인도 그걸 이해를 잘 못합니다. 심지어 간단한 것들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신경증을 자가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납니다. 무슨 방법이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 혼자서 해요. 그래서 옆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신뢰감을 지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최초의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게 일하고 사랑하는 것에 한번 신경을 써보세요. 혼자서 뭘 먹고 어떤 방법을 취하든지 간에 별 의미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셨었을 것 같고요. 정신분석과 같은 전문상담이 언제 필요하겠습니까. 일하고 사랑하는 게 죽어도 안되니까 그때 전문상담의 도움을 찾거든요. 즉. 신경증의 말기에 해당할 땝니다. 신경증은 폐결핵에도 비유가 되죠. 무슨 방법을 동원해도 안 낫는 상황이 되어서야 전문적인 도움을 바라게 됩니다.

일을 하시고 사랑을 하세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의 효율보다 일하고 사랑할 때의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건강을 생각하신다면 일과 사랑을 포기하지 마세요.


추가답변


 이런 질문이 등장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상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서의 <병>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으로 어떤 증상을 이야기하고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싶어 합니다. 


사실 인생이 늘 좋을 수는 없죠. 그런데 늘 좋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혹은 병적 만족 상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유지하려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병들어 살기를 바라죠. 정신병원에서 주는 밥 먹고 편하게 휴식하면서 인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그런 삶을 바란다면 아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 삶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거든요.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병명으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자기 이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을 하고 사랑을 한 경험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내가 우울증이라서 사랑을 못해. 우울증이라서 일을 못해. 이렇게 믿으면, 정말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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