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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24. 2020

치료되지 않는 알코올 중독...

어찌해야 합니까...

질문


27세 아들이 알코올 중독입니다. 가족들이야 술을 좋아합니다만 아들은 정말 술만 먹습니다. 수중에 한 푼도 없는 거 같은데 하루하루 술만 먹고 삽니다. 적당히 마시는 것도 아니고 거의 만취되도록 마십니다. 매일 취해있으니 일을 할 수도 없고요. 


부모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열심히 살아서 경찰의 꿈을 안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날... 오랫동안 교제한 여성과 이별을 하더니 사람이 변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서 이제는 경찰의 길도 막혔다더군요...


처음에는 이해해주려 했습니다. 본인이 더 많이 슬플 테니까요. 그런데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는데 몇 년째 아무것도 안 하고 매일 취해서 집안 물건 대려 부시거나 방 안에서 침 뱉고 소변도 보고... 저도 사람인지라 참다 참다못해 못할 말도 많이 했습니다. 


술만 안 먹으면 착하고 좋은 아이인데 왜 이럴까요? 혹시 귀신이 씌었나 해서 무당한테 가서 굿도 해보고 정신과에 데려가서 항 갈망제도 먹이고 그것도 안돼서 입원 치료까지 했는데... 정말 딱 3~4일 괜찮아졌다가 다시 하루 종일 술만 먹습니다.


술을 끊고 싶은 의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알코올 중독은 죽어야 치료되는 병이라 합니다. 부모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어쩔 땐 정말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죽으면 당장은 슬프겠지만 계속 고통은 안 받겠지요. 너무 힘듭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는 하지만 몇 년째 여전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많이 괴로우시겠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와도 돌아가서 술 한잔 들어가면 다시 원래 상태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이신 분들을 만나보면 다들 좋은 사람인데 술만 들어가면 돌변해서 재입원하는 것을 볼 수 있죠. 


실례로 어느 병원에서 외출 한번 하지 않고 십여 년간 모범생활을 하던 알코올 중독 환자가 퇴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 밖 식당에서 기념 삼아 반주를 딱 한잔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촉매가 되어 쉬지 않고 술을 마시는 바람에 퇴원하자마자 바로 입원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이사례일까요? 그랬으면 아드님도 지금처럼 과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겠죠. 즉, 알코올 중독이 어떤 방식으로 정신에 작용하는지 아직은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뇌 문제를 그렇게 많이 연구했는데, 치료에 실패했다면 뇌를 문제로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이상 행동이 자꾸 일어나면 막연한 기대감에 굿도 합니다. 그래서 무당에게 돈도 몇천만 원씩 지불하고 그럽니다.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무병은 그 증상 구조가 굿이 일으키는 전이효과와 맞물리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만 그 외의 정신질환에는 거의 무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쓰신 글로 봐서는 오래 교제한 여성과 헤어지면서 발생한 좌절이 촉발 요소로 여겨집니다. 그것은 그 사람을 그 정도로 사랑했다는 말이 되겠죠. 그에 따라 그 괴로움을 견디기 정말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갈등을 견디려고 시도합니다. 그게 신경증으로 등장합니다. 그렇게 사고도 치곤 하죠. 저도 지인이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사고 친 내용을 하나 들었습니다. 차를 60km로 운전하면서 전 남자 친구 차를 들이받아버린 거죠. 그 정도면 그냥 막 어디 문제 있는 그런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분도 상담사였습니다. 대상관계 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유능한 인물이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좌절로 인해 촉발된 충동을 스스로가 견디지 못했는데요. 


제 지인의 사례에서는 남자 친구와 헤어짐으로 인해서 감정적인 힘이 충동에 더해져서 특수한 성격이 더해졌습니다. 이럴 때는 충동 통제가 잘 안됩니다. 아드님의 경우 좌절로 인해 등장한 충동을 스스로 처리하기 위한 정신작용이 일어났는데, 술이 들어가면서 그 과정이 가속화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술이 들어가면 자아는 초자아의 검열을 무시하려 합니다. 이때부터는 안하무인입니다. 초자아는 행동을 제어하게 자아에게 끊임없이 명령하지만 그 명령을 무시하기 위해 술은 계속 마십니다. 그렇게 내 앞에 부모도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됩니다. 유일하게 폭력 앞에서 얌전해질 겁니다. 그래서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알코올 환자들은 사지 강박이 되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행동 통제가 되지 않거든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위험하다고 해도 음주운전을 합니다. 검열을 무시하려는 정신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로 인한 중독은 정신 과정에서 충동에 특수성이 부여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자아가 다루기 어렵고 또 멀쩡한 상태에서 이야기 잘하다가 술만 들어가면 사람 상태가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아무래도 아드님께는 정신분석과 같은 전문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작용을 들여다보면서 특수 충동에 대한 방어를 형성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괜찮은 방법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항 갈망제는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약에 취하든 술에 취하든 둘 다 검열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을 거니까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끊어지고 고립되면 사태는 훨씬 심각해집니다. 


추가답변


대부분 중독 문제를 뭔가를 지나치게 혹은 많이 하는 걸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게임을 많이 하면 게임중독으로 몰아붙이기도 하죠. 잔소리해서 그 행동을 멈출 수 있다면 그건 중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과몰입이죠. 정말 게임 중독이라고 한다면 게임하는 순간 부모도 못 알아볼 겁니다. 게임 못하게 하면 폭력이라도 행사하려 할 겁니다. 부모도 못 알아볼 거니까요.

알코올 중독과 같이 특수한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상담에서도 꽤 곤란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 자해와 같은 신경증적 문제는 의식 기능이 작동하고 충동 자체가 외부에 영향을 많이 주질 않습니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것은 다릅니다. 이때는 나르시시즘이 관계하면서 충동 작용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다루어야 하고 또 한순간에 괜찮아진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술을 조심하고 사는 수밖에 없죠. 이 과정은 마약중독에서도 등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의학계에서 중독에 대한 도파민 가설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치료도 현상 유지가 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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