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Nov 25. 2020

조현병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천재성이 있나요?

그들이 뛰어난 이유가 뭐죠?

질문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또는 영화를 보면 조현병에 걸린 사람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내용도 나오는데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영화 [샤인]에서도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주인공이 조현병에 걸려도 뛰어난 연주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게 일반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답변


안녕하세요. 일반적으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렇습니다. 주체의 욕망에 따라서 망상의 내용들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 병에 투자된 에너지가 승화의 밑거름이 되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죠.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이 분열 상태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주를 할 수 있음은 주체의 일부가 아직 병들지 않았다는 말로 묘사될 수 있겠네요. 그 건강한 부분으로 병에 투자된 에너지들을 승화하는 작업들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고요. 


영화 샤인 말고라도 예시는 있습니다. 프랑스의 세잔이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이 사람도 정신분열에 시달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풍경화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죠.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

내가 풍경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로잡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사로잡힌 주체의 건강한 일부가 병에 투자되는 그 에너지를 활용해서 굉장한 작품을 만들어내서 건강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런 걸 두고 '광기'에 사로잡혔다고도 표현을 합니다. 이것을 바라는 것은 주체마다 달라요. 그래서 일반화가 되는 것은 아닌데 분열증이 발병하면서 그 구조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그 에너지 투자는 주체의 선택에 따르는 내용입니다. 


신경증의 이런 특성을 프로이트는 일찌감치 포착합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신경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높습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구조의 이런 특성을 두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신경증자는 인류의 스승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축적된 리비도가 원래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엄청난 효과를 거두어들일 때가 있습니다. 원래는 병리적으로 처리되던 것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변하는 것이죠. 성적이 갑자기 오른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그런데 신경증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계속 처리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쉽게 도출하지는 못합니다. 병을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힘의 정체가 원래는 자기 스스로의 능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추가답변


조현병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다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의학에서는 이것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진 못합니다. 물론 증상을 설명하는 모델에서도 이 점은 드러날 수가 없습니다. 병에 투자되던 에너지가 현실에 적용되는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정신의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증상 모델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도 승화와 퇴행이 번갈아갈 때도 있습니다. 회복과정에서 재발이 잦은 것도 그러한 이유 긴하죠. 저의 분석 경험에서도 이런 상호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신 이러한 문제는 신경증의 낫지 않으려 하는 특징에 의해 치료를 거부하는 쪽으로도 흘러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쓴 [디지털 정신분석 연구]의 각주에는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어느 한 고교생에게 심리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상담센터를 다녔습니다. 아무 효과가 없었죠. 또 정신과에서 약도 먹어보았습니다. 전혀 긍정적인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절 찾아와서 분석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증상에 투자되던 에너지가 현실에 투자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 덕분에 성적이 놀라울 정도로 급상승하는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꼴찌 하던 사람이 갑자기 반 석차 2등까지 올라갔으니 커닝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죠. 평소 그의 수준을 보면 커닝을 하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성적이 오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신경증이 지닌 에너지가 그렇습니다. 보통 신경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능력이 떨어지고 어쭙잖다는 시선을 많이 보내지만 내적 갈등 문제로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상태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그 힘이 현실에 투자될 때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신분석이 신경 증자를 높이 평가한 것은 라캉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신경증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료되지 않는 알코올 중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