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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Dec 04. 2020

기면증에 대해서...

저 기면증 걸린 거 아니에요?

질문


기면증을 알게 되어서 질문해봅니다. 저는 중3 여학생이고요. 기면증 초기 증상(?)이 의심이 됩니다. 우선 저는 심각하게 졸아요. 학교에서도 맑은 정신으로 수업 듣다가 한참 뒤 깨 보면 교과서에 틴트랑 화장 침범벅이 돼서 자고 있어요. 깨기도 힘들어요. 1교시 중간에 자서 쉬는 시간 지나고 2교시 수업까지 자고, 또 자고.... 가끔은 엎드린 자세에서 몸이 안 일으켜지는 때도 있었어요. 가위에 눌린 거죠. 자주요.

체육시간은 잠들진 않아도 햇빛 들어오는 데 있으면 나름 해지면서 또 꾸벅 졸아요. 학원에서도 졸고 있고요. 미치겠어요.


부모님은 의지 부족과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이유로 이야기했습니다. 근데 저도 처음에는 그저 잠이 좀 많고 그런 줄 알았는데 너무 심각해요. 이제 학교 선생님들도 저 깨우는 걸 포기한 것 같아요. 왜 조는 줄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찍 자보려 하는데 밤에는 또 잠이 안 와요. 너무 졸려서 점심도 안 먹고 잔적이 있어요. 제가 못 자도 밤에 4~6시간은 자거든요. 근데 학교에서 거의 점심시간 빼고 다 자는 거 같아요. 기면증 초기 증상인 거 같아서 문의드려요. 제가 자는 건 다른 애들이 조는 걷고 다른 거 같아서요... 도와주세요...


답변


그게 기면증과는 크게 관계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밤에 잠을 자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겁니다. 그렇게 조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피로가 심각하게 누적이 되어 있는데, 그게 한두 번 쉰다고 확 풀리는 것도 아니고요. 체력을 깎아먹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도 요소로 작동할 겁니다. 잠을 4~6시간 자도 그렇게 심각하게 존다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상당히 크다는 말이 되겠죠.


거기다가 기면증을 두고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 정도로만 설명을 해서 잠 많이 자면 기면증이란 이름을 붙이려고도 하는데요, 기면증이라면 졸도 발작 등의 증세가 수반이 됩니다. 기면에 들어갈 때 나르시스가 자아에 과잉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초자아의 즉각적인 처벌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그런 내용은 전혀 없죠. 잠에 빠져들어갈 때 환각 문제도 전혀 없습니다. 피곤에 지쳐서 그냥 잠든 거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겁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겠지만 기면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추가답변


심리 문제가 등장했다고 할 때, 그 출발을 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슨 병이니까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런 태도에는 조금 주의를 기해야 합니다.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는데, 그것들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또 병이란 공교롭게도 우리네 생활에서 체면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잘못해놔도 마음에 병이 있어서 그랬다고 하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대신 치료를 고려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치료 태도이긴 합니다. 즉, 자기 행동에 대해서 개선의 의지는 없고 체면을 지키고자 할 때 등장하는 것이 '병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계절적인 특성도 좀 띨 수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수면의 탄력적인 면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더울 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되는데 추울 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병이나 증상으로 행동을 설명하려고 하면 끝도 없습니다. 우울증을 대체하는 개념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까? 그것과 같은 겁니다.


그 덕분에 신체 문제로 발생하는 심리문제에 대해서는 불치병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낫지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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