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한 걸까요?
조현병 전문가께 묻고 싶습니다.
질문
오빠가 몇 년 전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로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저보고 도망치면 죽일 거라더군요. 저는 모른다는 말만 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께 전활 했는데... 안 받으시는 겁니다. 저는 오빠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망상이 옳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오빠는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오빠는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 가족들은 오빠의 망상을 지적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망상을 언제까지 받아줄 수는 없습니다. 또 오빠의 망상을 부정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서워요. 실제로 맞은 적도 있습니다. 옳거나 지혜로운 판단이라는 건 모르겠습니다. 약은 먹고 있습니다. 괴롭습니다.
답변
망상을 드러내 보이는 정신질환자와 함께 거주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지칩니다. 그래서 가능한 방식들을 총동원하는 방식이 되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도무지 괜찮아지질 않으니까요. 정신질환에 시달릴 때 괜히 무당을 찾는 건 아닙니다. 하다 하다 도무지 안되어서 찾는 게 무당이거든요.
망상에서 핵심은 '확신'입니다. 의심이라는 논리 작용이 아니라 <~~ 이다>라는 대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조건 옳다는 태도를 취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마치 정치적인 맹신에 빠진 사람들의 태도와도 흡사합니다. 정치적인 적이 나타나면 이유도 없이 욕하고 공격하기도 하죠?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대로 세상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 확신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않게 됩니다. 증거를 보여줘도 못 믿죠. 폭력으로라도 자기 의견을 관찰시키려는 태도들이 등장합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하죠. 하다 하다 지쳐서 그것을 인정해주는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해서 윤리적이거나 치료적으로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빠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누구라도 실제적으로 협박받는데 옳다 그르다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가족에 대한 전이는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폭력 발작이 일어날 일은 없었을 겁니다. 또는 아예 관심이 없어서 폭력 발작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그의 정신에서 편집 망상체가 자리를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빠의 입장에서 현재 망상이라는 색안경이 없으면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세요. 그 색안경이 없으면 세상이 나를 공격하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고요. 그 투쟁 과정에서 폭력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나 약물의 도움은 그렇게 유익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생활만 정상화되면 이런 망상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지니지도 않고요. 상담치료를 전개한다고 해도 회복시기에 드러나는 망상의 작용이 있어서 치료가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치료를 위해서 케어하겠다면 상담전문가를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오빠가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그 속에서도 분쟁을 일어날 수 있지만 전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유익합니다.
추가 답변
신경증에 시달리면서 폭력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주로 조현병으로 진단하긴 합니다. 그런데 세부사항으로 들어가 보면 좀 더 다른 문제일 가능성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강박증에서도 이러한 폭력 발작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급성기 편집증의 경우라면 다루기가 굉장히 까다롭기도 합니다. 망상을 이리저리 들이대면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맞춰보고 나름대로 체계화 작업도 진행합니다. 이 체계가 완성이 되면 그 상태 그대로 편집 망상체가 자리를 잡아버리게 되는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로 진행이 되었을 때 오히려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 될 것 같네요.
이렇게 등장하는 망상을 정신의학에서는 잘 구분하진 않으려 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망상을 단순히 엉뚱한 생각 수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의 지인이 의사와 면담한 내용을 저에게 이야기해주곤 하는데, 의심 작용이 망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서 동의할 수 없는 구석들이 있긴 했습니다.
정신질환이 폭력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는 가족들이 그것을 감당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싸우기도 계속 싸우려고 들고요. 그래서 불가피하게 병원에 입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