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그리고 성장 - 3

위인들의 경우

by 박진우

위인들 중에서는 정신질환이 있어도 극복하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사례들에 대해서 접해보셨을 겁니다. 어떻게 병을 극복하고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는지 납득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그 바탕을 설명하기 위해서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환자를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유럽의 사회복지 모델을 만든 베르타 파펜하임은 안나 O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사람이 정신분석을 통해서 훌륭한 업적을 세운 것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파펜하임은 프로이트를 너무 싫어해서 치료가 끝나고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히스테리 연구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례 자체가 가공이 되어 있지만 프로이트와 분석한 일정 등을 자세히 기록하는 바람에 빈에 사는 사람들이 안나 O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례를 통해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안나는 병든 아버지를 간병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심각한 히스테리에 시달렸습니다. 사시도 생기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때론 물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안나의 히스테리 증상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그녀의 환상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안나 에게는 <돌봄 환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간병할 때, 이 돌봄 환상을 실현하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리비도를 어느 정도 처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자기 리비도를 처리할 수 있는 대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리비도 과잉 상태에서 히스테리 발작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말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더 돌보고 싶다는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이 환상은 나르시시즘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대상 리비도가 철회되어서 다시 자아로 돌아올 때 환상 처리를 합니다. 그렇게 현실에서 좌절된 리비도가 자아에서 처리가 됩니다. 그런데 안나의 리비도가 엄청나게 강렬했다는 겁니다. 물론 성욕이 매우 강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안나의 히스테리 사례를 매우 특이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빈에서도 사춘기가 지난 소녀들은 성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접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만 안나는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었다는 말이죠. 그래서 일반 히스테리 사례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안나가 치료되고 나서, 자신의 환상을 능동적으로 실현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리비도가 처리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연애도 하지 않고 자기 리비도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을 돌보기 위한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괴로웠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돌봄 환상이 승화 과정을 거쳐서 북유럽의 사회복지 모델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고흐와 같은 위인들에게서도 정신질환이 있다고 종종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ADHD를 홍보하기 위해서 '장애 영재'라는 말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을 두고 장애를 극복한 위인으로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현대의 치료방식인 약물을 적용한다면 그들이 연구를 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탐구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둘 다 언어가 늦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말이 좀 늦거나 하면 불안해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빠르게 습득하는데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좀 신비롭게 포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설명은 쉽게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줘도 안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행동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뒤떨어진다고 생각될 때, 거기에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자를 쓰지 못하는 경우를 봅시다. 강박증이 진행될 때 '저지'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종이 위에 잉크가 떨어지는 것이 근친상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금지된 것입니다. 그래서 종이에는 못 쓰는데 타이핑은 할 수 있고 전자 필기는 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증으로 인해서 축적된 에너지가 어마어마합니다. 그것을 그들의 지성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현실에 도움이 되는 능력으로 기능합니다. 정신질환을 앓은 위인들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어린 시절에는 신경증 경향성을 보였지만 증상에 투자될 에너지가 학문에 투자되면서 현실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 힘이 어마어마한 것이죠.


일상에서도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논첼로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아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위캔두댓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개봉이 되었죠. 약은 줄이고 일을 하면서 많이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에서도 지성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육체노동이라도 하면서 리비도가 투자되고 증상에 쏟을 에너지가 승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작용이 정 반대로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승화의 반대 작용, 즉 격하 작용이 일어날 때 문제가 됩니다. 현실에서 좌절한 리비도는 환상을 거쳐서 나르시시즘에서 가공되기 때문입니다. 자아 리비도화 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묘사하지만 일하고 사랑하면서 무척 건강해진 사람이 실연을 당하자 자살을 선택합니다. 이 것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리비도를 투자했는지를 암시합니다. 병에 투자할 에너지를 온통 사랑에 쏟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것은 주어진 과제에 대해 매듭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신경증에서는 이 작업이 잘 안됩니다. 뭔가를 하나 해도 끝까지 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일은 그게 아니죠. 정해진 만큼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수를 받고 생활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증적 메커니즘으로 현실에서 고립되고 싶지만 일은 자아를 발달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것은 자아의 기능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강박증에 시달리는 경우를 관찰해보면 뭘 하든 중간에 다 포기해버리는 모습이 드물지 않습니다. 책도 끝까지 읽지 못하고 게임을 해도 엔딩을 보지 않습니다. 온라인 강좌를 듣기 위해서 결재를 해도 매듭을 짓지 못합니다. 따라서 결과도 등장하지 않죠.


신경증은 이런 방식으로 주체의 삶을 장악하고자 합니다. 그것을 위해 삶의 규율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이것의 첫 시작은 시간과 관계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무엇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아무 때나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됩니다. 잘되면 계속하고 안되면 그만둬 버리죠. 꾸준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 증상의 유혹 덕분에 생산성 자체가 감소될 수 있습니다. 저도 분석을 진행하면서 시간 처방을 종종 합니다.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신경증이 가장 활성화되는 시기가 언제일까요? 시간에 중심을 없애버릴 때입니다. 예를 든다면 어느 유학생이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견디다 못해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그런데 휴학을 하고 조금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 즉시 그의 우울감은 더 심해졌고 견디기 어려운 지경까지 갔습니다. 삶의 질서를 임의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리비도를 처리하기 위해서 병의 형태를 빌려와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반복적으로 입원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한 여름에 너무 덥기도 하고 증상도 좀 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준비하는 일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개방병동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입원하고 자기 생각대로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요? 그는 입원하자마자 끊임없이 걸었습니다. 운동삼아 병동을 10바퀴 정도 걷을 수는 있었는데 그는 50바퀴씩 걷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공부는 전혀 할 수가 없었죠.


처음에는 저에게 약물 부작용이 아닌지 문의를 했습니다. 개방병동이니 폰을 사용할 수 있었고 저는 온라인으로 분석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질문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행동은 약물과는 무관했습니다. 당시 그는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걷게 되면 생각도 나지 않고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려고 자리에만 앉으면 생각이 멈추지 않은 것입니다. 공부하려고 한 것은 모두 취소되어버렸습니다.


약물 문제를 잠시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에너지 처리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기존에 증상으로 처리되는 리비도인 대상 리비도에 약물이 매개되면 자아에서 처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처리되면 일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신은 다시 대상 리비도를 회복하려는 자연적인 움직임을 일으킵니다. 약물 부작용은 에너지 처리에 관계하면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을 증상에 시간을 지불한다는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정신병에서는 어떨까요? 약물이 대상 리비도를 자아 리비도로 변환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면 약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약을 먹었을 때 진정되는 것이 치료효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비도란 언제나 % 의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완전히 철회가 되지 않고 또 완전히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이 0%가 되지 않는 것이죠.

리비도 처리 관계로 살펴보면 신경증은 대상 리비도의 처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정신병은 자아 리비도가 처리되는 것에 문제가 생긴 상태입니다. 그런데 리비도란 모두 0%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물은 신경증에서는 대상 리비도의 대부분을 철회하고 정신병에서는 자아 리비도화 되지 않은 대상 리비도를 철회하는 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편집증자들이 약물을 복용하다 보면 약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그런 연구결과가 있는 것입니다.


신경증에 시달리는 자아는 안정을 취할 방법을 찾습니다. 안정만 추구할 때 성장이나 성숙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 상태가 안정화되는 자가 치유적 방식을 찾는다면 그것만 찾습니다. 이때는 주변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신경증의 자가 치유 방식이 주변에서 보면 정말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씻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몸에서 악취가 나도 자기 몸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위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청결을 과감하게 무시합니다. 그래서 지독하게 냄새가 나도 씻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환각과도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환각이 굉장히 무섭습니다. 따라서 고통스럽기도 하죠. 과거 저의 내담자는 굉장히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데 커다란 상어가 자기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그 상어는 살인자의 두뇌를 가진 상어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상어죠. 그 꿈이 너무 무서워서 다시 꿀까 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 꿈을 분석하면서 그 상어가 '지성'의 의미를 띠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다른 꿈에서도 지성이 있는 괴물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 꿈은 결국 지성을 통해서 자신의 환상에서 빨리 탈출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그 꿈 분석 이후, 그녀는 그 바닷가에서 멀어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정신의 특징은 경험의 중첩에 있습니다. 이 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주어진 에너지 처리 방식이 있어도 계속 적인 매개 작용이 있다면 그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분석가인 대리언 리더는 장기간의 약물 복용이 정신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때 떨어지는 정신 기능은 대상 리비도를 처리하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자아 리비도의 처리방식으로 굳혀집니다. '의존'이 이렇게 발생합니다.


프로이트는 정신건강의 조건을 <일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꼽았습니다. 신경증의 특징은 고립에 있습니다. 출발점은 단순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일으킵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려고 하고 현실을 무시하려 하기도 합니다.


그 유혹에 저항해보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증상을 자가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되냐고 질문해온 적이 있습니다.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좀 알려달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자 친구를 만나서 연애를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병이 낫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던 그는 곧바로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아... 그건.. 좀...

특별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혼자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타인과 신뢰관계 형성을 거부할 때도 있습니다. 그의 내적 갈등이 많기에 신경증으로 삶을 견디려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이상을 형성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목표가 있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리비도가 처리되고 그 결과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증상을 완화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병에 투자할 에너지를 미리 투자하는 효과도 일으킵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자를 두고 <인류의 스승>이라는 말로 극찬했습니다. 병에 투자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현실에 투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정신의학에서 간과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럼 강의를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요. 질문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든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중 : 저희 딸애가 조현병으로 10년째 투병중입니다. 처음에는 의사가 상담을 권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의사가 조현병은 뇌 문제라서 상담해봐야 소용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박 : 정신의학은 기본적으로 뇌속 물질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정신분석은 그런 시각으로 질환을 다루지 않습니다. 조현병이라 해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는다 하더라도 분석 진단과 일치하는 진단이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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