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Feb 10. 2021

심리학 교과서의 정신분석에 대하여

그 동안 알고 있던 정신분석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이 내용은 그동안 학교에서 정신분석을 배웠다고 하셨던 분들에게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입니다. 심리학이나 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신분석이 상당한 오해가 녹아들어 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까지 [레벨업 프로이트]를 읽어오셨던 분이라면 기존의 정신분석 서적과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캐치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 보다 더 전문적인 접근을 위해서 제 스승이 생전에 남기셨던 답변글을 하나 싣고자 합니다. 저와 같이 공부하던 어느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교수님이 수년간 강의를 하셨지만 프로이트에 대해서 강의한 것이 배운 것과 좀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 스승께 질문을 한 내용입니다. 단점이라면 답변 자체가 굉장히 압축적입니다. 당시에 배우지 않았던 개념도 나왔으니까요. 프로이트도 읽고 질문을 하신 것이니까 현재 가르쳐지는 것과 차이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 프로이트의 성격과 항문 성애에서 항문기 고착이 일어난 사람의 특성을 3가지로 나누면서 

<잘 정돈된>, <절약함>, <고집 셈>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질문 1. 위와 관련하여 심리학 서적에서 항문 성격(anal personalit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문 성격은 대소변 훈련 시 어머니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벌을 주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생기고, 부모와 투쟁적인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아이의 성격은 두 방향으로 발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복종의 길을 선택하면 청결, 질서, 정돈, 복종, 정확성 등의 항문 성격이 되고 이를 강박 성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에 대한 반향을 선택한 아이는 불결, 고집, 신뢰성의 결여와 같은 반항적인 성격이 된다 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맞는 설명인지요? 


성격과 항문 성애에서는 이런 말은 직접 찾을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유추해도 되는 것인지요?


질문 2. 구강 인격(oral personality)이란 구강기에 고착이 심하거나 또는 구강기의 욕구의 좌절이 심해

구강기를 지나서도 구강기 욕구 충족에 집착하는 인격이다. 구강 인격의 특징은 의존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매사에 요구가 많고, 받을 줄만 알며 줄 줄은 모른다. 생활습관의 특징은 애주, 폭주, 애연, 미식 또는 과식 과욕과 이에 대한 공상이다. 이 역시 맞는 설명인지, 아님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생활습관에 나타난 애주, 애연 이러한 특징은 구강기 고착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질문 3.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구강기부터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발생하는 남근기부터로 봐야 하는지요? 성격 형성이 완성되는 것은 잠복기. 구강 성격의 특성, 항문 성격의 특성이란 말을 사용해도 되는지, 심리학 책이나 아동발달 책의 설명에는 구강 인격이란 구강기에 모유수유나 이유 과정에서 구강기 욕구의 좌절이 심해 구강기를 지나서도 구강기 욕구 충족에 집착하는 인격이다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구강기를 지난 유아에 해당하는 설명이지 구강기에 있는 유아에 대한 설명은 아닌 것 같은데 책에는 구강기 아동의 성격특성으로 기술되어 있어서요. 또한  항문기에 배변 훈련과정에서 항문 인격이 생겨난다고 적혀있는데 이러한 해석이 맞는지 알고 싶습니다.  


* 물론 교수님께서 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설명하신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각 발달 단계별 성격특성이 있다고 프로이트가 언급한 부분이 있는지 텍스트를 이리저리 뒤져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질문합니다. 프로이트 글에서 성격 구조론에 이드, 에고, 슈퍼 에고 들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찾아보았는데, 각 발달 단계별 성격특성은 성격과 항문 성애를 제외하고 잘 못 찾겠습니다.


아동심리 강의 시 구강기 아동의 성격특성, 항문기 아동의 성격특성이라는 대목이 있고, 이를 바르게 전달해 주려고 질문드립니다.



성격 형성은 일단 자아가 성립되어야 이루어지므로, 구강기 때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는 없읍니다. 프로이트의 성격 구조론은 성격이 아니라 <인격> 구조론입니다. 발달단계별 성격특성도 알 수가 없읍니다. 항문기 고착에서 비롯되는 소위 <항문 성격>도

1. 극단적인 사례로 연구된 것(일반성이 아니라)이며

2. 잠복기 이후 퇴행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항문기 고착이 강할 경우 나타나는 강박증과 결부되지요. * 성격과 항문 성애 190-191


모든 성격 특질(성격 일반이 아니라)은 따라서 잠복기 때부터 형성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성격 일반은 항문기 때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하며, 성격 일반에 관해서는 딱히 정해진 리비도 발달단계를 연관시킬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항문기가 아닌 다른 발달단계와 연관된 성격 특질들은 연구과제입니다 ( 직접 연구해 보세요 ^^ ) 


고착은 욕구좌절이 아니라 그 단계에서 가장 큰 만족을 얻었기에 성립되는 거지요. 이 점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읍니다. 현행 심리학 교과서에서 빨리 탈출하세요! 교과서에서 설명되고 있는 <구강 인격> 또한 퇴행에 의해 설명 가능할 뿐입니다. 즉, 정신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나르시스 특질들을 연관적 용해 보면 될 것입니다. 생활습관은 성격이 아니구요.


항문 성격을 처벌에 따른 분노 저항과 두려움 복종으로 나눠 이야기하는 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합니다. 성격을 리비도의 반동 형성과 승화로 파악하시면 자연히 풀리게 되는 문제입니다. * 강박 기질(강박 신경증에 잘 걸리는 기질 115-116)


한 마디로, 1. 고착과 퇴행에 대한 무지 

2. 성격 일반과 성격 특질의 비 구분에서 비롯된 문제 설정 오류로 판단됩니다. 감사 ^^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심리학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정신분석에서는 상당한 오해가 있습니다. 물론 시험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프로이트의 오역에서부터 출발해서 그 맥락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들입니다. 사실 프로이트 제자들도 프로이트의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아류 정신분석 같은 것들도 있었고 리비도 이론의 부분들도 그 맥락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오해가 심각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제 스승의 답변이 좀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고착과 퇴행도 심리학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고 구강기 아동이 어떻다고 설명하는 것도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그런데 시험에는 심리학 교과서에 있는 대로 답을 써야 합니다. 그만큼 왜곡이 있다는 말이죠. 그렇게 하다 보니 정신분석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게 되고요. 프로이트는 언제나 실용적인 글을 썼습니다.  


구강기 고착으로 흡연에 중독되고 알콜중독이 된다는 것도 심각한 오해입니다. 감각기관의 문제를 병리적으로 바로 연결해버리는 것입니다. 의료, 보건 계열에서도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이는 정신분석적인 관점이 아닙니다. 프로이트에 대한 오해가 심각하다는거죠. 영미쪽의 정신분석에서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 


이 글이 쓰여진 당시에 정신증은 슈레버 정도를 배우긴 했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죠...ㅎㅎ 여기서 말하는 나르시시즘은 알려진 것과 개념이 완전히 다릅니다. 흔히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에서는 주요 모티브가 나르키소스 신화로부터 옵니다. 그래서 자기 관리나 셀카 찍는 것 등을 나르시시즘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그렇게 보고 논문 통과시킵니다. 궁금하시다면 논문 사이트에서 나르시시즘으로 검색해보시면 죄다 그런 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 관점이 완전한 오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설명하면 정신증을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정신분석을 끌고 가버립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레벨 업 프로이트]의 마지막 매듭은 제가 강의했던 나르시시즘에 대한 내용을 싣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