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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ug 26. 2022

킹스 스피치 - 1

말더듬이 어떻게 결정되었는가?

제가 말 더듬 사례의 다음 편을 제작을 하다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어서 약간 작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제가 말 더듬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던 영화 

'킹스 스피치'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번외 편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어는 우리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 더듬을 경험하는 사람은 굉장한 곤란함을 느끼기도 하죠. 

주변에서 말 더듬 치료를 봐도 되지만 

말 더듬 유무에 따라서 치료기간에서 상이한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더듬이라는 증세가 결정이 될 때의 정신작용도 생각을 해봐야 되고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조금 이야기한다면 

영국 왕인 조지 5세의 아들인 요크 공작은 전 세계에 연설하는 자리에서 

말을 더듬습니다. 

그래서 여러 말 더듬 치료를 시도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죠. 

해도 안되니까 치료도 포기를 해버렸고요. 

그런데 아내 덕분에 라이오넬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흔히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서 없애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신체질환에서는 그 해부학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정신적인 내용은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말 더듬을 등장한 내용은 더욱 그렇습니다. 


언어치료에서는 말 더듬을 다룰 때 심리적인 부분들도 다루지만 

근육 문제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턱 근육 문제는 훈련의 문제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요크 공작은 훈련을 통해서 말 더듬을 치료 하려고 합니다. 

훈련을 통해서 말더듬이 나아진다면 심리적 도움이 필요 없을 겁니다. 

말을 많이 안 해서 더듬었다는 것이니까요. 


예성이 처럼요

예성이 역시도 그렇게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유창성 장애의 경우에는 

말더듬이라든지 말 막힘이라든지 나타나는 양상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죠.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요크 공작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입에 구슬 넣고 말하기도 하는 등의 방식을 택하죠

그런데 그 훈련들은 이 치료에 도움이 안 되는 겁니다.

치료가 안되니까 요크 공작은 좌절할 수밖에 없죠?

그렇게 치료를 포기하고 있었지만 요크 공작의 아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어 치료에서 이름난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죠. 

그게 라이오넬 박사였습니다

그리고 둘은 만나려고 합니다.

요크 공작은 치료를 조급하게 시작하려 해요 

그런데 라이오넬 박사의 태도는 다른 치료사들과 사뭇 다릅니다

치료를 '원할 때' 시작할 수 있다고 해요


여기서요 

라이오넬 박사의 태도는 정신분석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제가 영상에서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낫기 싫으면 안 낫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치료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원할 때 치료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전이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때 당시의 전쟁 신경증과 같은 것을 다룬 경험에서 

그의 치료기법들이 등장했다고도 여겨집니다


여기서 잠깐 이런 걸 생각해보죠. 

우리는 어린 시절에 발생한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어릴 때부터 ADHD가 있었다. 뭐 그런 이야기 하면서 약 먹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요크 공작의 말 더듬을 따져본다면 4~5세 경에 등장한 그의 말 더듬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선천적'인 것으로 믿는 겁니다

그러면 치료는 필요가 없습니다. 

기능 발달이 거기서 멈추었기 때문에 그 상태가 정상인 거죠

조금 아이러니하겠지만 상담 현장에서도 이런 해석들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불안감이 심한 내담자가 있어요. 

그런데 상담하면서 이 불안을 '태어나면서부터 높은 불안'으로 해석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활하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제 관점에서는 그 문제가 내담자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유년기에도 신경증 징후들이 발견됩니다 

의학에서는 이것을 뇌의 문제로 단정 짓기도 하는데 

그러면 치료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다른 증상으로 변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사례 중에서 

꼬마 한스와 늑대인간을 참조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둘 다 유년 신경증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자 신체 질환을 치료할 때의 기본 원칙은 원인을 제거하고 

기능을 보완해줍니다. 

정신도 마찬가지예요 

원인이 정신에서 작동하고 있으니까 증상이란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신체의 병은 신체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정신의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가 없죠 

우리가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치료할 수가 있는데

정신의 문제는 약을 먹고 치료가 된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약을 먹고 나았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드러난 현상만 완화시켜주는 거죠 

그렇게 재발하는 경우에는 더한 괴로움을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이 없고 

나타나는 현상만 완화시키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라이오넬 박사와 요크 공작은 1실링을 건 내기를 하죠. 

자기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말을 하면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제안을 받으면 솔직히 무슨 헛소리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 방식은 헤드폰을 끼고 대본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유창하게 대본을 읽어요 

사실 안 믿어질 겁니다. 


그동안 더듬으면서 살았는데 이런 작은 변화로 말을 더듬지 않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감각기관 자체의 작용이 

우리 정신 장치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흔히 우리가 공포증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각기관이 지니는 정신작용과 관련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분석과 감각기관 하면 대부분 고착점 문제로 제한해버리는 오해를 하긴 해요 


나중에 요크 공작이 치료에 있어서 전제조건을 거는 게 있습니다. 

사생활 이야기를 제외하고 치료를 하자는 거예요 

이것은 대부분 신경 증자들도 요구하는 겁니다 

'기분만 좀 좋게 해 주세요'라는 거죠

위로와 공감 위주의 치료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석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만두고 나서 재발을 경험하기도 하죠

제가 위로나 공감을 그렇게 하진 않아요.

정신 치료에서 크게 쓸모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영화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죠

라이오넬 박사는 요크 공작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기능 회복은 훈련이면 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임상현장에서 자기 사생활 문제는 없이 기능만 회복시켜달라는 

그런 요구가 있기도 합니다 

자기 입맛에 맞게 분석해달라는 요구도 있고요 

저는 그런 경우에 다른 사람 찾으라 그래요


예를 들어서 자신에게 증상을 통한 이차 이득만을 노리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신경증이 단순하다면 빨리 나을 수 있겠죠. 

그런데 프로이트는 신경증은 절대로 멍청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왜냐? 


신경증은 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삶을 통해서 마음의 시스템을 만들어요

그리고 그것으로 현실을 경험하죠

이게 5세 이전에 성격이 형성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형성되는 것을 성격으로 부르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기본 골격

즉 구조형성으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노력해서 변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시 말 더듬 문제로 돌아가 보죠

말 더듬을 일으키는 구조를 알아보고 바꾸기 위해서 

과거를 살펴야 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신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죠 

이미 일어난 과거를 어떻게 바꾸느냐? 

정신분석이나 상담에서는 바꾸고자 하는 것이 과거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과거에만 집착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 굉장한 오햅니다 

정신분석이든 상담이든 다루는 것은 현실이죠.  

그리고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저도 임상 전혀 모를 때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험을 해보니까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 실감하게 됐죠 

우리 삶에서 심리 문제가 등장할 때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해야 낫는지 물어봅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알아보죠 

제가 컨디셔닝 프로그램 만들면서 느끼는 것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완전히 낫겠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이러한 자가치료 의지가 훨씬 강해지는데 

체면을 죽어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죽어도 지켜야겠다면 안 나으면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국한되면 우리 정신의 구조에는 접근하지는 못합니다 


자가치료는 증상을 회피하는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증상도 발달시킵니다. 

자가치료라는 것이 혼자서 만족하겠다는 신경증적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컨디셔닝도 개발을 하긴 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들어있어요. 

신경증은 결국 대상 리비도 문제이기 때문에 대상이 없으면 결국 증상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왕인 조지 5세가 사망해요 

요크 공작은 슬픔에 빠져서 치료실에 찾아가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을 이야기합니다. 

사생활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했지만 슬픔 앞에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을 겁니다. 

구체적인 개인사는 무척 중요한 자료입니다. 

정신분석을 할 때도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런 경우가 있어요 

분석을 의뢰하는데 대략적인 삶을 모두 정리해서 보여주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그런 게 있었어요. 

제가 분석 의뢰를 받아서 내담자를 찾아갔었는데 

거기서 내담자의 생애 스토리를 미리 정리를 해둔 겁니다. 

그걸 보고 아이의 상태가 어떠냐? 

아버지가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그런 식으로 철저하게 준비해놓은 경우라면 미리 사전 방어를 갖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요크 공작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금지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왼손잡이였는데 억지로 오른손 써야 했고 

안짱다리 때문에 다리에 부목을 대고 생활하기도 했어요

사실 왼손잡이인 자녀를 오른손잡이로 억지로 교육시키는 부모님 이야기는 

낯선 게 아닙니다 


오른손을 써야 하는 이유가 사회생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부모의 교육방식이 억지스럽다면 그것은 정신 장치 형성에 영향력을 미칩니다 

또는 아이가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있음에도 부모가 대신해주거나 할 때도 그래요

그리고 초자아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버집니다 

내면에 받아들여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통해 형성된 초자아는 

사회에서 기능할 수 있게 법을 따르게 해 줍니다 

그런데 억지스러운 교육으로 인해서 이 초자아가 병리적으로 형성이 될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설명을 조금 더 해야겠는데요 

병리적 초자아 혹은 잔혹한 초자아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큰 문제처럼 부풀려서 말하는 

그런 경우가 있긴 해요 

병리적 초자아라고 해서 건강한 초자아와 내용이 다른 건 아닙니다. 

초자아가 병리적일 땐 건강한 초자아에서 딱 한 문장이 더 붙어 있어요 

'너는 그것도 못해'라는 거죠

이 것의 특징은 개인을 자꾸 실패로 이끄는 겁니다 

내면에서 행동을 과도하게 비판하고 감시도 하죠 


요크 공작이 헤드폰 쓰고 이야기를 할 때는 유창하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초자아 기능과 관련성이 있습니다 

프로이트 후기 연구에서 초자아는 소리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요크 공작이 자기 목소리도 스스로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이죠 

게다가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유모에게 학대도 당합니다 

그런데 그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죠 


왕의 아들로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서 늘 감시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태도를 형성해 왔고 

그 태도는 말더듬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일으킨 것이 초자아의 과도한 비판이었던 거죠

그의 말 더듬은 결국 신경증적으로 결정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가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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