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시오스의 장막 - 1

정신병원에 입사하다

by 박진우

나는 진로에 있어서 과감한 결정을 했다. 사회복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계속 근무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신과 병동에 보호사로 입사하는 것을 선택했다. 사회복지를 살려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았을 것으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그것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게다가 정신병원에 입사할 때도 문제가 있었는데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수련 같은 걸 실시할 계획이 없다는 병원에서는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이력서에서 대학원 학력을 지워 버리고 나서야 입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자마자 환자 두 분이 시비가 붙었다. 그리고 서로 멱살을 잡고 우격다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즉각 병동에 들어가서 어르신 두 분을 떼놓았는데, 두 사람의 흥분은 내가 죽빵 한 대 맞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그래도 어찌 사태는 진정이 되고 첫날이니 수간호사는 나에게 병동을 안내해주었다. 내가 근무하게 될 곳은 거실을 가운데에 두고 한쪽은 남자병동이었고 다른 쪽은 여자 병동이었다. 투약시간에 각 병실의 환자들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여자 병동이 있어서 주의를 받았는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곤란하니 업무 이외에는 여자 병동으로 출입을 삼가라는 지시사항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 처음 보니까 안 무서워?”


“네?.. 네...”


의외의 질문이었지만 애초에 여기에 대해서 처음 일해보는 사람의 입장으로 들어온 것이니까 그렇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다들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익숙해졌다. 병동 환자들 모두 매너 있었고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없었다.


그 병동에서 눈에 띄는 50대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특이하게도 눈을 뜨지 못했다. 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행동에도 문제가 없었다.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다만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몇 년씩이나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으면 심청전에 등장하는 심학규와 같은 느낌도 주었다. 심 봉사도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눈을 감아버리지 않았는가? 마침 그 아주머니의 성도 심 씨였다. 그래서 심 여사님이라고 불렀다.


심 여사도 눈에 문제가 없는데 눈을 뜨지 못하고 있으니 갑갑했던 것 같다. 가끔 자기 손으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시도를 하곤 했는데 그런 시도를 하면 스스로 눈을 더 꼭 감았다. 옆에서 보면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데 힘을 주어서 눈을 감았다.


수간호사는 아침 투약 시간에 병동 라운딩을 겸하고 있었다. 카트를 밀고 심 여사가 있는 병동에 들어갔다. 환자들에게 어떤 불편사항이 없는지 일일이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심 여사 앞에서 질문을 던졌다.


“심 여사님. 눈 한번 떠보세요.”


“아이.... 안 떠집니다...”


“그래도 언제까지 눈 감고 있을 순 없잖아요. 용기 내서 한번 떠보시겠어요?”


“예...”


심 여사는 눈을 뜨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눈을 살짝 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수간호사를 보자마자 졸도해버렸다.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도 간호사들을 보고 졸도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얼굴을 보고 졸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수년간 그렇게 눈을 감고 지낸 심 여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생활에서 안전사고 예방 정도였다. 주치의는 나름대로 약물을 조절하긴 했지만 눈을 감는 그 행동에 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같은 병실을 쓰는 분들은 심 여사의 사정을 알고 많이 도와주었다. 식사나 화장실을 갈 때도 곁에서 도와주었다. 그래서 생활에서 큰 문제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배려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발병하는 신경증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눈감기 문제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나는 궁금했다. 이런 류의 행동문제가 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나는 심 여사의 진단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환자들의 차트를 보는 것이 금지된 곳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근무한 병원은 그렇게 까지 타이트하진 않았다. 나이트 근무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심 여사의 차트를 잠시 열람했다.


<Schizophrenia>


정신분열로 진단이 되어 있었다. 당시는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이 고안되기 전이었다. 나는 전문의의 진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의문은 생겼다. 일반적으로 대화하는데 별 무리도 없었고 자기 망상을 여기저기 들이미는 정신병적 태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되어 있는 다른 분들과도 차이가 많이 났다.


심 여사의 행동에 대해서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정신병적 징후로 생각되는 것들을 관찰할 수 없었다. 다만 눈을 뜨지 못했을 뿐이다. 최초에 입원했을 때의 상황에서 많이 진정되었기 때문일까? 거기다 정신병에서는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별 관심이 없다. 그런 것도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도 표하고 미안한 감정도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웃기도 했었다. 매주 실시하는 예배시간에 나와서 설교 말씀을 듣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사해서 몇 달 지나고 나니 환자분들과 이야기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심 여사는 처음에 생활에 필요한 이야기 정도만 했지만 몇 개월 지나고 농담도 던지곤 했다.


어느 날, 나이트 근무시간에 병동 라운딩을 돌고 있었다. 심 여사는 새벽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 했는데, 밤 시간이라 다들 잠이 들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화장실 입구까지 안내하고 다시 방까지 안내해드리면서 눈을 감고 지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다.


“불편해 죽겠으예... 보호사님... 눈 좀 뜨게 해 주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게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동시에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말은 내가 스승과 분석할 때도 꺼냈던 이야기다. 부탁을 받은 것만 같다고... 그래서 그 눈감기 행동 문제에 대해서 나는 탐구하고 싶어졌다.


생물학적 실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을 뜬다는 ‘행동’이 감는 것으로 변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분명 현실적인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원인을 찾고 과거의 모든 사실을 들추어낸다고 해서 증상을 막을 수는 없다. 증상 자체는 ‘가공’된 것이기 때문이다. 가공되었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들여다볼 수 없다.


증상이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공된 것이니 만큼 의식 수준에서는 그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심 여사를 붙잡고 분석을 진행하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회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정신분석에서 정신분열증 임상으로 알려져 있는 '르네'의 사례가 이런 경험의 단초가 될 수는 있다. 르네를 분석한 스위스의 정신분석가 셰셰이에 박사는 '상징적 실현'이라는 방식으로 분석과 생활을 함께 하면서 르네를 치료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쉽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정도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자기 사무실에서 환자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병동 보호사의 업무 중 하나는 간식 주문을 받는 것이다. 환자들이 주문표를 작성하면 그것을 매점에 보내고 간식을 받아와서 나누어주는 것이다. 주문표를 작성하면서 실수도 많이 했다. 간식 주문은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라서 생각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한동안은 많이 버벅댔다. 심 여사의 간식 주문에서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가끔은 심 여사가 먹고 싶은 것이 달라져서 변덕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간식 주문을 받았는데 심 여사가 자기가 원하는 간식이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나는 주문대로 왔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심 여사는 조금 불만을 가졌다. 그런데 상황을 알고 보니까 주문은 올바로 되어 있었는데 통장에 간식비가 없었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니 심 여사는 실눈을 뜨고 간식 장부를 확인했다. 그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에 눈을 뜨지 못했는지 이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자기 눈꺼풀을 들어 올릴 때 힘주어 눈꺼풀을 닫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심 여사의 히스토리를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차트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가장 큰 틀의 맥락을 잡아서 증상 형성에 대한 가설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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