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 매우 불편하고 괴로운 일이다. 나의 감정 및 표정, 동작 등 많은 것들을 연기해야 한다. 굉장히 많이 참아와서 익숙해졌다고 해도 매번 그 답답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를 멋지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마음속의 말들을 많이 삼가곤 했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람들을 안 좋게 이야기하면서 간접적으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상대방이 좋아할 말들만 한다거나 마음에도 없는 동의를 하고 상대와 다른 성격을 가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즉석에서 가상의 나를 만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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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이미 해버렸다면 내가 말한 그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하기에 내키지 않는 말과 행동들을 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 자존감 그리고 내가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좌우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 상대의 인정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솔직한 대화들을 연습하면서 배운 것은 솔직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논쟁을 하게 될까 봐 나에게 실망할까 봐 하는 걱정들이 매우 의미 없었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만약에 나에게 실망을 한다고 하면.. 그래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구나 그렇구나 알겠어" 하면 된다. 우정이 달라지거나 끝난다면? 분명 나에게 좋은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곁에 두는 것은 힘들고 괴롭다. "그래 그동안 이런 거 좋았고 저런 거는 힘들었고 여기까지인 것 같다 잘 지내"
직장에서나 누군가와 일을 할 때는 내 의견이 너무 기초적이거나 엉뚱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기까지 기다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의견이 왜 좋은 지를 말하면서 동의하곤 한다. 영화 B급 며느리의 메이킹 영상에서 "직설의 미학"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그냥 말해버리는 것, 사실 그게 아마도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는 감독의 인터뷰였다. 숨기지 않고 그렇다고 과장하거나 상대를 상처 주려고 하지 않고 그저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 일하면서 해본 결과 생각보다 내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리더들의 경우에는 나의 의견을 듣고 실제로 프로젝트를 변경하기도 하더라. 무엇보다도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동료들이 "저 의견 때문에 내 할 일이 많아지는 거 아니야?" 또는 "나와는 다른 생각이네.."라는 생각을 가져도 나를 보여주고 내 생각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미팅이던 잡담이건 누군가 말을 길게 하거나 맘에 안 드는 이야기를 하면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감추지 않는다. 그만 듣고 싶으면 그만 듣고 싶은 상태를 몸으로 보여준다. 때때로 그 의견에 상반되는 의견이나 문제 제기도 한다. 그렇게 표현하고 나면 미팅 후에 그 찝찝한 감정 "아 이거 말할걸.. 이렇게 반응할 걸.." 이런 생각이 남지 않는다.
친구든 연인이든 동료든 세상에 좋은 사람들은 정말 많고 나의 인연들 또한 많다. 현재 나의 인연 때문에 힘들다면 이제 놓아줄까 그만 할까를 고민할 시기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문이 열린다. 오래된 인연이 주는 안정감, 정, 익숙함 등은 매우 큰 장점이고 이에 대한 글도 쓸 예정이다. 그러한 장점과 상응 하는 것은 내가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면서 그에 맞는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면 내 마음에서 주저함이 없이 예스가 나온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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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정이 올라오면 외면하지 않고 그때그때 충분히 느끼고 흘려보내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터널로 들어가고 있을 때 알아차리고 다시 바라보기.
브런치에 공유하는 글들은 모두 나의 경험 또는 오랫동안 가졌던 생각들에 기반한다. 대체로 내가 몇 년 혹은 그 이상 시도해보고 연습해온 것들이고, 최근에 알게 되거나 경험해본 것들도 가끔 공유하고자 한다. 마스터의 개념보다는 계속해서 해왔고 좋았던 그리고 내가 발전할 수 있게 해 준 것들이다.
그래서 말인데 여. 전. 히. 연습 중이고 때로는 너무 힘들고 때로는 개운하고 때로는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감정 마주하기이다. 당신의 자녀가 감정을 억제하는 이유 포스팅에서 공유했듯이 대부분의 한국이들이 그렇게 자라왔기에 감정 억제가 몸에 배어버린 경우가 많다. 3-4년 정도 배워오고 연습해왔지만 아직 종종 나도 모르게 힘든 감정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려는 나를 발견하면, "아 아직도 어느 정도 내가 옛날 습관을 지니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린다. 20년 이상 내 몸에 굳어져온 습관이기에 그것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새로운 습관으로 변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급할 건 없다!
힘들 때, 힘들어졌을 때 생각해보자 행동은 안 해도 되고 일단 생각만 해보자. 내가 지금 감정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아직 아니라면 그만 생각하고 다른 할 일들을 하면 된다. 준비가 된 거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하다면, 힘든 일중에 가장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책망, 자책, 분노 등은 잠시만 옆에다 두고 왜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 생각해보자. 1분이든 5분이든 1시간이든 소중한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매일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쓰고 있나요?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것들을 연습하고 반복하다 보면 감정 마주하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줄어든 걸 어느새 급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힘든 일, 상처 받는 일, 화나는 일들에 대한 기존의 두려움 자체가 서서히 녹아 줄어든다. 두려움과 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 전, 그 과정, 그 후의 내 마음이 훨씬 덜 불편하게 된다. 여전히 급할 건 없다. 급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 마음 때문에 힘들어진다.
아주 작은 불편한 감정 또는 사건부터 시작하면 되고 목표가 무엇이든지 모든 연습 과정은 똑같다. 조금씩이든 많이씩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늘어있는 스킬들이 피부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