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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Nov 21. 2021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했다.

Photo by Lala Miklós on Unsplash


켄터키에서 덴버 로드트립 글도 다 쓰지 못했는데, 어느새 나는 덴버에서 5개월을 지내고 또 다른 11일간의 로드트립을 하고 엘에이로 이사를 왔다. 이사온지 4일이 되었는데 그동안 느꼈던 감정과 내 행동들이 예상치 못한 것들이어서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조쉬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엘에이로 오는 길을 2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엘에이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고 좀 막혀서 매우 피곤했다. 창문을 열어서 쌀쌀한 바람을 맞고 노래를 부르면서 운전을 했다. 그래도 여행의 마지막 날에 피곤해서 다행이다... 혹시 이게 마지막 날이라서 내 몸이 그동안 잘 버텨주다가 이제 피곤함을 느끼는 건가? 라는 그럴싸한 생각도 들었다. 한 달간 머물 숙소에 도착했는데 꿉꿉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오래되서인지 관리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냄새가 인상적이었다. 아파트와 콘도 그리고 건물 식당들이 많은 도심이다. 바로 건너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창들이 가까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발코니는 있지만 낡고 더러워서 쓰지는 않을 것이다. 주방과 화장실은 부분적으로 리노베이션이 돼서 나쁘지 않고 가구들도 전반적으로 괜찮다. 그냥 한 달 동안 있을 곳. 선택지가 별로 없었잖아. 딱 이런 생각이 여러번 들게 하는 공간이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는 세탁세제 또는 옅은 마리와나 냄새들이 종종 난다. 차 지나가는 소리, 음악소리, 사람들의 소리 등이 들리지만 다행히 이웃들은 매우 조용하다. 아파트 내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국 음식, 많은 아시아인들, 큰 도시, 문화생활, 이벤트, 좋은 환경 나의 드립 잡 등등으로 매우 들떠서 엘에이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창화동 떡볶이와 만두 그리고 녹차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었다. 배부른 건 배부른 거고 음식으로 너무 신나서 많이 먹어버렸다.


새로운 공간, 그리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도시, 이전에 살았던 도시들에 비해 훨씬 큰 엘에이, 수많은 차와 사람들, 노숙자들, 좀 낡은 집, 한 달 간의 임시거처이고 아직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 등에 나는 불안했던 것 같다. 덴버에서의 나는 정말 부지런히 밖에 돌아다니고 등산하고 정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했다. 이사를 로드트립으로 바꾼 것도. 그런데 밖에 조금 무섭다고 느껴지고 완전히 새로운 곳이라서 인지 집에서 많이 머물렀다 딱히 몸이 피곤한 것도 아니었는데. 새로운 환경을 알아보고 뭐할지를 생각하고 하는 게 나도 모르게 두려우면서도 귀찮게 느껴졌다. 살 곳을 알아보고 식당들을 찾아보고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시간들을 보냈다. 하루에 한 번 외출했다. 장보러, 학교에 서류 픽업하러, 뮤지엄에 가러. 그래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운전 방식도 다르게 해야 하고 항상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오늘 베버리힐즈에서 슬리퍼를 사 오면서 든 생각인데 엘에이는 주차가 복잡하다.. 근데 생각해보면 서울보다는 편하다. 내가 생각하는 미국에서 하는 주차 기준에 비해서 복잡하고 돈을 내야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울이랑 비슷한 도시인 것 같다. 오늘은 뮤지엄에 가고 물건들도 좀 샀다.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맛있는 한식을 사 먹고 싶기도 한데, 엘에이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놀란 것 같다. 덴버보다 30-40프로 비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좀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 같다. 렌트 택스 등등 모든 것들이 더 비싸다. 그래서 일단 저렴한 트레이더 조스에 가서 장을 봐서 먹었다. 샐러드 재료랑 티라미수를 샀는데 너무 맛있었다. 티라미수 한 판을 다 먹었다 이틀 만에.. 어렵진 않았다. 불닭볶음면도 먹고. 남아서 싸온 떡볶이에 밥을 볶아서 샐러드랑 같이 먹고. 엘에이에 온 뒤에 입맛이 도는 건지 음식이 맛있는 건지 지금까지 집에서 먹은 것들이 다 너무 맛있다. 먹으면서 신기할 정도로. 트레이더 조스 샐러드는 또 사 먹을 것 같다. 당근도 맛있다. 이제 한국 음식으로 스트레스받는 일을 없어져서 너무 좋다.


새 직장, 새로운 도시, 새롭게 만날 사람들에 기대가 되고, 드림 잡을 갖게 되어서 벅차다. 이전 직장에서는 연봉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의 능력과 가치를 보고 내가 바랬던 것보다도 더 크게 주는 상사를 만나 정말 감사하다. 나는 내가 열고 싶은 문을 두드렸고, 그 문은 아주 활짝 열렸다. 당장 이틀 후부터 시작될 현실이지만 새삼 아직도 신기하다. 엘에이에서 생활을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덴버에서 정말 즐겁게 바쁘게 여행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5개월. 엘에이에서 최소 몇 년간 지낼 텐데 궁금하다. 일도 궁금하고, 내 열정이 더 커질거 같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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