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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일상인 시대

by 권지혜

Photo by Florian Schmetz on Unsplash


최근에 파티나 모임들에 가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운전해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분은 가까운 거리이고, 40분, 50분, 한 시간, 한 시간 반, 두 시간,, 혹은 가끔은 그 이상. 왕복하면 두 배의 시간을 소요해서 온 것이다. 약 3시간에서 5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운전을 해서 오는 것이다. 처음엔 "와.. 멀리서도 기동력 있게 잘 오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좀 더 생각해 보니 그냥 다들 외로운 거다. 현지인이든 외국인 든, 미국 사람, 한국 사람, 인도 사람, 멕시코 사람, 캐나다 사람, 교포, 아시아인, 흑인, 백인, 라틴계, 중동...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지만 공통점은 다들 외롭다는 것이다. 큰 도시에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사는 엘에이. 그만큼 사람을 만날 기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외로울 수도 있는 것 같다.


노력을 해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게 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그런 노력들을 하는 것이 지치거나 귀찮아지기도 하고. 그러면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쇼츠를 보거나 소셜 미디어를 하거나 약을 하거나 그런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도 야금야금 많아진다. 순간적으로 라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오히려 기분이 더 안 좋아지고 후회가 되고 우울해지지만 그 순간의 안정과 도파민 때문에 그런 행동들에 중독이 된다. 직장동료들만 생각해 보더라도 100%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폰 중독인 것이 아주 쉽게 보인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는 중독의 유혹이 너무나도 많은 가혹한 시기이다. 대기업들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서 자신의 상품에 소비자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참하게 그저 당하고 있다. 자신이 이용당한 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내 주의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이러한 중독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정상이 되어버렸다.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왜 먹어야 할까? 설탕덩어리에 몸에 안 좋은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그 음식을 우리는 왜 먹고 싶어 할까? 맛이 있어서? 남들이 먹어서? 연예인이 먹어서? 술을 하지 않는 다면 인생을 모르는 것인가? 그런 사람은 지루하고 너무 과하게 건강을 챙기는 사람인가? 왜 우리는 외식한 음식을 찍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내 스토리는 보면 기분이 좋아질까?


바로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 질문들이지만 회사들은 알고 있다. It works. It works so well. 사람들을 관심을 가질 것이고 흥분할 것이고 결국 소비할 것이다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매우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로 이어지지만 정부들은 규제하지 않는다. 마약, 담배, 범죄와 같은 부류들이 아니라면 법적인 규제는 힘들다. 아니.. 힘든 게 맞나? 힘든 게 아니라 기준이 애매하다는 핑계가 있기 때문에 규제를 안 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사람들은 이런 대기업의 전략에 너무나 취약하다. 외로움은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 외로움을 오롯이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의 고통자체 보다 그것을 타인 앞에서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백배는 힘든 일이다.


인생은 원래 힘든 것인데, 물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고 큰 즐거움도 공존한다. 살면서 종종 다가오는 시련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필연적이다. 하지만 지금 현시대는 외로움, 중독의 유혹, 너무나 급작스러운 기술의 발전 등으로 힘들다 못해 잔인한 시기를 겪고 있다. 나도 젊은 세대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더 힘들 것 같다. 어려서부터 이런 자극과 중독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채로 성장을 해야 하는 상황. 힘든 게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다. 핸드폰만 봤을 뿐인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때. 외롭고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자극적인 음식을 떠 올 릴 때. 인스타에 올린 포스팅의 좋아요 수를 수십 번 확인하고 있을 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자기 파괴적인 건 파괴적인 것이다. 흔함의 위험성이 무서운 이유는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대부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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