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격은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좋은 말일까? 나쁜 말일까?
이 말은 리더가 충분히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여겨질 때는, 그 리더를 칭찬하기 위해 쓰이고, 리더가 존경은커녕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리더를 비난하기 위해 쓰인다.
이렇게 이중적인 말은 과연 진짜일까?
최근에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있었다.
조직개편으로 인해 팀 내 업무변동이 있었고, 이로 인해 나는 새로운 업무와 함께 후배를 팀원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나의 팀은 소수로 이루어져 있지만, 꽤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팀원들이었기에, 이제는 제법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었고, 수시로 발생되는 업무를 어렵지 않게 분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팀 내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존재했다. 그러는 중에 새로운 팀원의 등장은 팀의 리더로서의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였다.
새로운 팀원이 팀 내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나의 평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잘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이 더해지니, 며칠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것 같다.
그러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리더인 것이다.
내가 리더라고?
나는 이제 고작 실무자 딱지를 떼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나는 팀의 선임이고, 그들에게 하루에도 몇 건의 결재와 의사결정을 요청받고 있었다.
그리고 팀의 리더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많은 지지와 배려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업무를 보는 관점이 꽤 넓게 확장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실무자일 때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관리자가 되어야 생각할 법한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먼저, 업무를 보는 관점은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쪽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숫자로 보이는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는가?
이 보고에 객관적인 증빙을 갖추었는가?
의사결정을 할 때 고려할 것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두 번째로 변한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새로운 팀원을 맞게 되었을 때도, 그전까지 누구와 팀을 짤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누구와 일을 하면 좋을 것인가?
누가 기존 팀원들과 화합을 잘할 것인가?
누가 나와 업무적 성향이 일치할 것인가?
막 신입사원이 되었을 때,
선임들이 조직개편이나 팀 내 이동이 있을 때면 꽤 오랜 시간을 팀원을 선택하고, 업무를 나누는 일에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일은 안 하고 왜 저런 일에 더 에너지를 쏟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데도 다른 것에 더 집중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팀이 존재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업무를 나누어 두었기 때문에, 지금의 팀이 큰 어려움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변화는 어디서 왔을까?
바로, 나의 자리이다.!!!
나는 팀원을 선택할 수 있고, 업무를 나눌 수 있는 혹은 업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협상할 수 있는 팀의 리더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자리로 인해 리더로서의 의사결정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나는 답할 의무가 있으며, 나의 결정으로 누군가는 상황이 많이 변할 수 있으니 그만큼 나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므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짜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리를 향기 나는 곳으로 만들 것인지, 악취 나는 쓰레기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지는 오롯이 리더가 된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러므로 리더는 자신을 잘 갈고닦아야 한다.
매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어떠한 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 같은 초보 리더이다.
이제야 눈을 뜨고, 손을 움직이며, 세상을 배워가려고 한다.
나를 리더라고 믿고, 매일 출근하여 일을 하는 나의 팀원들에게,
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지금은...이 정도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