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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편 Aug 18. 2020

나에게 일에 대한 사명감을 묻다.

잊거나 잃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거나...

직장생활 11년을 뒤돌아 보면, 힘들었던 적도, 회사를 다닐만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소위 업무량이라고 말하는 일의 강도가, 물결무늬를 그리며 상승과 하강을 왔다 갔다 하며 11년 직장생활을 채워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업무량이 늘 때는, 정신없이 '일을 쳐낸다'는 말이 딱 맞게 몰아치다가, 그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다닐 만 하네'의 업무량이 오더라...

그 덕분에 11년 차 직장인이 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우연히 나의 2년 후배와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후배는 지금 한창 일을 쳐내고 있을 뿐 아니라, 직속 상사와의 마찰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나마저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는 해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승곡선 위에 있는 후배 었다. 

납득이 안 가는 답답한 업무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후배는 이렇게 물었다.


"선배는 언제까지 일을 할 거예요? "


질문의 언제까지는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닐 것인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순간,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꺼냐고?'라는 질문이 머리를 스치자, '정년까지'의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탈출을 꿈꾸며,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안정적인 이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줄다리를 하는 나로서는,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로움과 안정감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자유로운 만큼 내 미래는 불안할 것이고, 안정적인 만큼 내 미래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은 침묵이 흐른 후,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 회사는 아닐지 몰라도, 일은 계속할 거야"


그렇다. 나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 

나에게 일은 자존감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중요한 가치임을 최근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배는 연이어 이렇게 말했다.


"저는요, 후배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고, 상사에게는 능력을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힘이 드네요"


이 말은 후배가 가진 일에 대한 진지한 태도 그 자체였다.

어제오늘 생각한 것이 아닌, 본인도 9년의 직장생활을 하며 산전수전 겪으며 만들어진 단단한 일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거었다. 


후배의 뚜렷한 일에 대한 청사진을 듣고 나니, 후배가 대단해 보었다. 


9시 출근과 6시 퇴근을 하는 일상을 견뎌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회사에서 출근해서 퇴근까지 9시간 동안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한 끗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 한 끗의 차이로 어떤 사람은 대표이사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큰 발전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에게 웃으며 폭풍 칭찬을 해주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부끄러웠다. 


나의 이 회사에서의 일에 대한 태도는 이거 었다.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피해는 자기 몫의 일을 잘 해내지 못해 일을 나누어주거나, 

그냥 일하기 싫어서 일을 남에게 미루어 주는 것이다. 


회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부족한 사람도 함께 데려 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첫 번째의 경우에는 짜증은 나지만 납득하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화가 난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겪어보니, 나의 몫은 해내는 직원, 하기 싫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미루지 않는 직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나의 일에 대한 사명감 아닐까? 


사명감(使命感) :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직업들이 있었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 교육이라는 인류 지대사를 하는 교사, 그 외에 경찰관, 소방관처럼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하는 직업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 것이다.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지 몰랐다는 나의 고백은,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이 사명감 있게 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사명감이 필요한 일인가? 의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사람을 위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단순히, 서류를 복사하는 일 조차도,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바로 사람을 위하는 일, 그리고 사명감을 갖고 해내는 일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일을 한다.

그 일이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같이 돈을 만들어 내는 것 만이 아니라, 

집안을 청소하는 것,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이 일상을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사명감을 갖고 있다. 


사명감이 거창해 보이는가? 


그 거창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반짝이는 사명감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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