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그 찬란함에 대해
세종기지에서의 일주일 중에서 3일은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중국기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친 허리를 치료 할 장비가 없는 세종기지에서는 안정을 취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세종기지의 총무님이 숙소에 있는 아픈사람이 먹는 것 이라도 잘 먹어야 한다며 아침을 만들어 가져다 준다.
타지에서 아픈게 이렇게 민폐고, 서럽다.
세종기지 앞에서 LIVE로 방송을 준비하는 곳에 아픈 허리를 붙잡고 슬리퍼를 끌고 나갔다.
남극 기지에서의 LIVE.
한국에서도 LIVE 리포트를 하게 되면 정말 피말리고, 준비할 것이 한 둘이 아닌데 후배와 선배가 정말 이틀을 꼬박 새고 LIVE를 준비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세종기지 앞에서 아픈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만히 서서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조언'을 해주는 것 뿐이다. 몸도 마음도 좋지 않다.
모든게 끝났다.
적어도 남극에서의 취재는 이제 마무리다.
허리는 간신히 양말을 신을 정도가 되었다.
아라온호로 복귀를 해야하는데 하늘도 심상치 않다.
"다행이도 내일 오전에 잠깐 바람이 잔잔해 져요. 내일 오전에 아라온호로 복귀하지 못하면 당분간은 날씨가 좋지 않아 철수가 안될 수 있어요."
세종기지 대장님이 아라온호에 전화를 건다.
"급성 디스크 환자 있어서 조디악으로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일 오전에 바람이 잔잔해 질때 그때 헬기로 복귀 추진합시다."
우리가 떠나온 세종기지 대원들은 앞으로도 8개월, 지난한 남극의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이 오면 우리처럼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헬기를 타고 돌아온 아라온호의 숙소가 마치 집인 것 같다.
아라온호 의무실에는 물리치료기가 있어서 꾸준히 찜질과 물리치료를 받으니 점점 움직임이 편해진다.
허리가 조금 나아지니 숙소 침대에만 있는게 답답해진다.
좁은 배 안이지만 산책이라도 해본다.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격실 문을 열고 나가니 추웠던 바람이 시원해 진 것이 느껴진다. 조금은 들 단단히 챙겨 입어도 되겠다.
"선장님도 빨리 육지 가고 싶어서 그러신거 아니에요?"
"아.. 그건 아니고 만약 늦었으면 드레이크 해협에 커다란 저기압의 영향으로 항해가 위험했을 거에요."
선장님이 정확한 판단으로 그 악명이 높다는 드레이크해협을 무사히 넘어 목적지가 가까워진다.
남극과 가장가까운 관문이라는 푼타아레나스.
아라온호에서 짐을 내린다.
어슴프레한 새벽에 아라온호의 불빛에 의지해 항구를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