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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25.03.15

by 수현


물이 나를 쓸고 떨어진다.

나는 욕조 밑 구멍을 막았다.

물이 차오르자 따뜻함이 몸을 휘감았다.


욕조에 물을 받고 명상을 했다.


눈을 감았다.

쓰라린 생각들을,

그 더러운 찌꺼기들을

나는 뭣모르고 마셔댔다.

소화를 시켜보겠다고.

그걸 정화라도 해보겠다고.

오늘은

그걸 그냥 두었다.


난 슬퍼.

난 힘들어.

난 화가 나.

난 위축 돼.


말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긴 숨을 쉬었다.

뜰채로 그것들을 걷어내며

끓는 물 위를 후후 불어대듯이

숨을 뱉었다.


아래의 맑은 물이 보였다.

그건 나였다.

훼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맑은 물이 내 모든 곳을 순환 하도록

깊은 숨을 쉬었다.



거기에 몇마디 말도 넣어주었다.


넌 잘해내고 있어.

넌 용감해.

넌 힘낼 수 있어.


마침내는,

넌 자유해.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온몸이 뭉근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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