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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에서 도착지로

25.03.26

by 수현

25.03.26(수)


<도착지에서 도착지로>


하늘색 커튼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

감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희뿌연 시야를 유지한 채


바라보는 그 네모난 풍경은,


그날의 풍경이기도 했다.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곳에

닿아 살아가는 날,

도착지에서 도착지로 나아가는 삶은.


저녁이 오는 공기가

노르스름 해질 무렵

그날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느 지점부터

다르고,

또 같은 걸까.


오후 5시 버스에 앉아

창가를 바라볼 때면

지나온 도착지와

지금이 겹쳐지곤 했다.


닿을 수 없던 곳에

닿아 있는 시절.

그날은 지금

내 눈꺼풀 사이

어딘가에

가만히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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