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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5장 | 독서기록 #5

5장 발췌와 단상

by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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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발췌와 단상


# 발췌


이디스는 마치 정복해야 할 적을 대하듯이 아파트로 들어왔다<p.106>

그에게는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며, 청소는 자신의 일이라는 것이었다. <p.106>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전보다 한층 더 힘들게 새로운 한계까지 자신을 혹사했다.<p.107>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침대를 쓰는 것만은 고집스럽게 그만두지 않았다. <p.107>

그는 그녀가 불행해 보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이런 말을 꺼내면, 그녀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여 그가 사랑의 행위를 할 때처럼 침울한 표정으로 마음을 닫아버렸다. <p.108>

그녀는 모임의 여주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활기차고 편안항 태도로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낯선 사람 같았다. <p.108>

그녀는 손님들이 자신을 모욕하고 무시했다는 괜한 상상에 빠져 손님들에 대해 모진 소리를 해댔다. <p.109>


입술은 그대로 굳어버린 듯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p.114>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묘하게 단조로운 울음소리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p.115>

그녀는 거울에서 물러나 침대로 갔다. 침대는 아직 흐트러진 채였다. 그녀는 이불을 걷어 아무렇게나 접은 뒤 벽장에 넣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침대보를 매끈하게 펴고는 똑바로 누워 다리를 곧게 펴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였다. 그녀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천장을 빤히 바라보며 오전이 지나고 긴 오후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p.120>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눈이 아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p.121>



# 단상


그녀의 예민함, 불안함이 점점 병적이 돼가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결혼 초기, 그녀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듯이 집안일로 자신을 혹사하는 장면에서 그녀 안의 깊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또 그 감정들을 보상하기 위해 자신만의 ‘역할’에 집착하는 것도 보인다. 스토너에게 단 한번도 따스히 마음을 연 적 없으면서 같은 침대를 고수하고, 손님들이 오면 마치 연극을 하듯 훌륭한 주인장 역할을 해낸다. 결혼 생활 이야기 내내 그녀가 마음속으로 엉엉 울고 있는 것이 들리는 듯 하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소리내어 운 적은 고든핀치와 약혼자가 다녀간 후 딱 그 한번 뿐이다.


이디스는 점점 증세가 심해지며 말 그대로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입은 굳은 듯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는 대목에서는 영화 <Get Out> 생각이 났다. 마치 영혼이 침잠의 방에 갇힌 것 같다. 갑자기 아이를 갖겠다는 선언을 하고는, 알몸의 몸으로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부동의 자세로 누워있는 장면은 이제 이디스의 정신 건강이 병적인 수준으로 악화 됐음을 보여준다. 거의 자멸을 선택한 자 같다. 그리고 어디서 온 줄 모르는 엄청난 성욕은 그 무의식 저변에 엄청난 반동형성의 방어기제가 느껴져 섬뜩할 정도이다.


스토너는 말 그대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방법엔 서툴지만 그는 침묵을 지키는 방식으로 사랑을 보존한다. 이디스의 기이한 행동에도 꿋꿋이 아이를 양육하고 아내를 돌본다. 그리고 이디스를 유럽여행에 보내주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특별히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양심적으로 철저히 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덕목이었던 스토너의 성품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침묵을 유지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스토너의 고군분투에 마음이 아팠다. 이디스도 가엾지만 옆에서 영문도 모르고 그 삶의 고통을 나눠가진 스토너도 너무 가엾다. 그리고 그의 딸 그레이스도 무척 가엾다. 이디스를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그 고통의 깊이가 너무 아득해 감히 들여다 보기가 어렵다. 그 가엾은 어리석음이 스토너와 그레이스 두 사람의 삶에 지대한 고통을 주고 있단 사실에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아픔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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