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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

25.03.29(토)

by 수현

<불친절>


그런 날이 있다.

유독 불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날.

병원 의사 선생님이, 주문을 받는 직원이, 식당 아주머니가 날이라도 잡은 듯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 퉁명스레 대답을 한다. 이 세상에 내가 귀찮은 존재가 된 기분.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무안하고 주눅 드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그들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또 그러지 않으려고 그들과 나를 분리하려는 나도 있다.


세상은 바쁘고 여유가 없다. 그런 세상 속에서 불친절은 서로를 더욱 불친절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 날일 수록 나는 친절함이라는 방패를 온몸에 바른다. 그 불친절에 굴복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그 속에 숨겨진 나의 이글이글함을 알까. 이런 나를 과연 친절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불친절을 품은 친절함을 뱉는다. 아무렴 이 친절함이 그 불친절의 고리를 끊길 바란다. 그래서 서로에게 불필요한 생채기를 내는 일들도 줄어들길 바란다.

이런 나의 소심한 발악에도, 세상은 여전히 불친절할 것이다. 꼭 이 세상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조건처럼. 그런 세상 속이어도 더 이상 서럽거나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글이글한 친절함. 그것이 실은 지지 않기 위한 나의 독기 어린 자기 방어라 해도, 진정한 친절함으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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