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퀴어퍼레이드(이하 온라인퀴퍼)가 올해 드디어 여섯 번째 색을 더해 마무리되었다.
처음 헵지가 “6색 무지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을 땐 귀여운 소망처럼 느껴졌고, 매년 하나씩 무지개 색을 쌓아가며 “정말 6년을 채울 수 있을까?” 했는데... 6색 무지개가 현실이 되다니!
제작자의 관점에서 온라인퀴퍼 6년의 과정은 기쁨과 뿌듯함은 물론이거니와 치열한 고민과 질문의 연속이기도 했다.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았던 그 과정을 모두 지나 6색 무지개를 완성한 우리에게 매우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며, 간략하게나마 우리에게 온라인퀴퍼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남겨두고 싶어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온라인퀴퍼 제안을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닷페이스가 우리에게 연락을...?” 하고 놀라워했던 그때.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나 했더니 월경박람회 때 했던 전시를 인상 깊게 본 닷페이스 혜민님(지금은 뉴웨이즈를 운영하고 계신다)이 우리를 추천해주었다고 했다.
그 무렵 우리는 몇 년 간 쓰임이 있으면서도 실사용자와 직접 맞닿는 작업을 해보고자 월경컵 콘텐츠를 만들고, ‘안녕월경컵 팝업스토어'를 운영해왔다. 그리고 2020년 초, 코로나와 서울혁신파크 이슈가 겹쳐 팝업스토어 운영을 막 종료하게 되었고, 몇 년간 둘이서 고군분투하며 버텨왔던지라 몸도 마음도 꽤 지쳐 약간 웅크려있는 상태였다. 그런 우리에게 온라인퀴퍼 제안은 새로운 시작점을 마련해 주었다.
첫해 온라인퀴퍼인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오픈 날, 인스타그램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참여 게시물들과 자발적인 2차 창작들.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살아나는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일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건 단순한 ‘일’을 넘어,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실감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확인한 경험이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계속 해나가는 데 회의감과 한계에 부딪히고 있던 우리에게 닷페와의 협업은 큰 응원이 되어주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의연하고 단단하게, 동시에 기민하게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닷페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우기도 했다.
2022년 닷페이스가 해산되고,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로 주최 권한이 이전된 이후에도 온라인퀴퍼는 계속되었다. 온라인퀴퍼는 해마다 “올해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던지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닌 ‘함께 만든 공동 자산’이라는 중요성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공동자산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고, 시간과 마음을 쏟아왔다.
매년 어떤 아이템을 넣을까, 어떤 컨셉으로 해볼까를 너머 부족한 자원과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 매년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할 이유와 방법을 찾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끈질기게 부딪히고 고민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계기였기도 했다.
마지막 해를 준비하며, 우리 모두 각자의 일로 여력이 많지 않았다. 참여자 분들과 함께 여섯 해의 기록을 더 멋지게 정리하고 함께 박수치며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마음만큼 준비하지는 못했다. 온라인퀴퍼 마지막 해를 준비하고 또 마감하며, 아쉬움, 후련함, 뿌듯함…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정들이 뒤섞였다.
우리는 6년 동안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매해 수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과정 속에서 함께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섯 해를 무사히 채울 수 있었다.
닷페에서 온라인퀴퍼를 처음 기획하고 PM을 맡았던 헵지는 6년 내내 퀴어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특유의 감각과 재치로 커뮤니케이션과 기획을 이끌어주었다. 무거운 고민도 사랑의 마음으로 톡! 하고 가볍게 만들어주는 헵지의 태도에 우리는 든든함을 느끼고, 많이 배웠으며, 의지해왔다.
샌드위치 프레스 혜린님은 2023년 합류해서 3년을 함께했다. 매년 정말 ‘재밌겠다!’, '그래도, 당연히 해야죠!',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라며 제작에 참여해주셨고, 그 유쾌함 덕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 유쾌함이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이미지에 감각과 위트를 더해주셨기에 온라인퀴퍼는 해마다 색다르고 생동감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주최측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며, 온라인퀴퍼의 존속 방법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주셨다. 늘 자원은 부족하고 시간은 빠듯했을 텐데, 실행이라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자원을 확보하려 노력해주신 덕에 온라인퀴퍼가 여섯 번째 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특히 소통을 맡은 은석님의 책임감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온라인퀴퍼는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 그 자체였다. 온라인퀴퍼 덕에 우리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일할 수 있었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공부하고 고민하며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소한 인연이 어떻게 커다란 흐름이 될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해준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온라인퀴퍼를 기획한 썸머와 헵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한 번씩 스친 인연이었다. 썸머는 2015년 경 데이터 시각화 교육 과정에서, 헵지는 2019년 안녕월경컵 팝업스토어 영상을 만들 때 인터뷰이로 만났는데, 온라인 퀴퍼를 통해 또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보수 없이 참여했던 월경박람회 전시는 혜민님을 통해 닷페로, 온라인퀴퍼로 이어지는 기점이 되었다. 전시를 하던 당시에는 “다신 이런 땅파먹는 일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그 땅파먹는 일이 온라인퀴퍼로 이어진 경험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용기의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
당장은 소득이 없어 보여도,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일이 결국 어딘가로 연결된다는 믿음! 그 믿음은 이후의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경험 자산이 되었다.
온라인퀴퍼는 우리에게도, 참여자들에게도 매년 '생동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변화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고민하고 반응할 수 있었던 것—그 자체로 큰 행운이었다. 매년 새벽너머까지 뜬눈으로 참여자들의 게시글을 보면서 벅차했던 순간들이 그리울 것이다. 온라인퀴퍼가 퀴어, 앨라이의 프라이드와 연대를 온라인에서 더 넓은 범위로 가시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할을 잘 해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온라인퀴퍼 프로젝트와,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며,
또 새롭고 재미난 일로 만날 수 있기를!
2020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주최 : 닷페이스 / 기획·운영 : 김헵시바(닷페이스), 박혜민(닷페이스) / 캐릭터 디자인 : 김헵시바(닷페이스) / 웹 기획·제작 : 스투키 스튜디오
2021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주최·기획·운영: 닷페이스 / 프로젝트 매니징 : 은나(닷페이스) / 캐릭터 디자인 : 김헵시바 / 모션그래픽·영상 : 따예 / 웹 기획·제작 : 스투키 스튜디오
2022 「우리의 길은 계속되지」
기획 및 주최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후원 : 인스타그램 / 캐릭터·홍보물 디자인 : 김헵시바 / 웹사이트 디자인·개발 : 스투키 스튜디오
2023 「널리널리 퀴어나라」
기획 및 주최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콘셉트 기획·후원사 커뮤니케이션 : 김헵시바 / 캐릭터·홍보물 디자인 : 샌드위치 프레스 / 웹 기획·제작 : 스투키 스튜디오
2024 「예스, 퀴어!」
기획 및 주최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공동주관 : 김헵시바, 샌드위치 프레스, 스투키 스튜디오 / 캐릭터·홍보물 디자인 : 김헵시바, 샌드위치 프레스 / 웹 기획·제작 : 스투키 스튜디오
2025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기획 및 주최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캐릭터·홍보물 디자인 : 김헵시바, 샌드위치 프레스 / 웹 기획·제작 : 스투키 스튜디오
그리고 참여해주신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