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2 작전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사자가 기절한 뒤, 동물 팀원들의 사기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거북이는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고양이와 너구리, 그리고 파랑새와 카피바라는 서로의 탓을 하며 계속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자가 깨어나 다시 팀원들을 소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모두 싸움을 멈추고 사자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너희들 버니가 잡혀갔다는 이야기 들었지? 이건 비상사태야."


사자가 자신 앞에 다시 모인 동물들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고, 기린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문제는 버니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거기에 우리 모두가 같이 찍은 단체 사진이 들어 있어요."


기린이 말한 대로, 스마트폰 안에는 동물들의 연락처부터 사진까지 민감한 정보가 가득했다. 만약 이 모든 게 인간에게 발각된다면, 정말 큰일이 날 상황이었다.


"맙소사. 우리 모두 동물원에 잡혀갈 거야!” 파랑새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절망적으로 외치자, 사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우리가 직접 버니를 구해낼 거니까."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람쥐에게 명령했다.


"다람쥐, 박물관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여기서 설명해 줘."


사자의 지시에 지휘봉을 꺼낸 다람쥐가 화면에 위성사진을 띄웠다. 그리고 버니가 잡혀있는 곳,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대해 조사해 온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1)



"내가 대영박물관에 대해 알아보았어. 알다시피, 박물관은 오래된 책이나 석상 그리고 보석과 같은 인간들의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야. 그리고 버니는 유물들을 보관하는 창고 건물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나쁜 뉴스는 세가지야. 첫째, 버니가 있는 창고로 가려면 정문을 통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점. 둘째, 밤에는 레이저 감시 시설이 작동하기 때문에, 낮에 들어가서 구출해야 한다는 점. 셋째, 창고로 통하는 문은 두껍고 무거워서 힘센 동물이 아니면 열 수 없다는 점이야.”


“인간 문을 여는 건 정말 어렵지. 우리 중에 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동물이 있을까?”


문에 대해 조금 아는 강아지가 말하자, 너구리와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세계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동물들은 강아지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문은 걱정 마. 내가 직접 갈 거니까.”


사자의 선언에 동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자가 직접 나선다고 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왕세자가 직접 가는 건 반대예요!"


옆에 있던 흑표범이 사자를 말리려고 나섰지만, 사자가 흑표범의 입을 앞발로 막으며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나서야 할 때라는 직감이 들어요. 리더라면, 이런 순간에 움직여야 하니까요. 저하고 고양이, 강아지가 같이 가면 어떨까 싶어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피할 거야? 대낮에 사자가 고양이, 개 하고 나란히 손잡고 박물관에 들어간다? 내가 장담하는데, 그 장면은 '더 썬' 1면 감이야."2)


카피바라가 옆에서 한 마디 하자, 동물들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 잠시 고심하던 사자가 다시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박물관 내부에 석상들이 있다고 했지? 우리가 석상으로 분장해서 들어가면 돼."


젊은 사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버지 사자의 궁전에서 보았던 선대 사자의 조각상이었다. 사자는 선대 사자의 포즈를 그대로 흉내낸다면 하면 인간들의 눈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아지가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주면, 그 틈을 타서 석상으로 분장한 나와 고양이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


"나도 갈래!"


그때 갑자기 거북이가 외쳤고, 모두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으로 거북이를 쳐다보았다. 3)


"버니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버니를 구해내서 재경기를 할 거야. 그리고 다시는 못 기어오르게 만들 거야."


거북이의 결심에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리고 자신의 더 자세한 작전 계획을 말해주려던 그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기린이 말을 꺼냈다.


"사자, 몸은 정말 괜찮나요?"


"네, 괜찮은 것 같아요."


"흠..."


기린이 사자를 잠시 살피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저도 구출 작전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장비를 지원할께요. 그리고 해킹의 전문가인 여우를 사 올 거예요. 인간들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실력자이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기린이 언급한 여우는 일전에 사하라 사막에서 사자 일행이 만났던, 그 이상한 여우였다. 여우가 원했던 것은 사실 비트코인이었는데, 지금 상황이 긴급한 만큼 기린은 그 요구를 들어주고 여우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4)


"완벽해. 오라클과 너구리는 본부에서 지휘를 맡아줘. 다람쥐는 여우와 함께 박물관의 보안시설을 파악해 주고, 나하고 고양이와 거북이가 직접 박물관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카피바라는 필요한 장비와 물품들을 마련해 줘. 자, 이제 바로 준비를 시작하자.”


사자의 지시에 동물들은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모두들 동시에 고개를 끄떡였다.


1) 다람쥐는 인간 시설 침투 전문가이다. 최근 카피바라 구출 계획을 세우면서 경험이 더욱 축적되었다.


2) 영국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타블로이드이다. 더썬은 연예, 스포츠, 가십 등을 주로 다루기에 기사 신뢰성과 관련된 논란이 많은 편이다.


3) 버니와 거북이는 오랜 갈등 관계에 있다. 이솝 우화에서는 거북이가 경주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의 별주부전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보다 재치면에 있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한편 이 둘은 서로 밉기는 해도 자신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상대가 꼭 존재해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러기에 평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서로를 돕기도 한다.


4) 동물세계에는 거북이, 여우 말고도 컴퓨터 전문가가 더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부록: 여우, 드디어 합류하다!>를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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