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개 작가이력 쓰기
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보냈고 이제 '이력'을 써야 합니다. 넘기 힘든 난관입니다. 힘을 빼야 오그라드는 말을 안 쓸 텐데, 그 힘을 빼기가 너무 어려워요.
작가로서 이력이랄 만한 게 없는 거 같은 사람이 첫책을 낼 때 뭘 써야 할까요? 너무 겸손을 떨면 자신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과장을 하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숨어버리고 싶을 것 같습니다.
뭘 전공했다고 잘 하는 것도, 잘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요. 일한 경력을 쓰기도 애매합니다. 문화기획 분야에서 일을 했었지만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도저히 그 일이 저를 설명한다고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책과 관련도 없고요.
전공도, 경력도 내가 아니면 나라는 인간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이나 가족관계, 혹은 역할 같은 게 나라고 할 수도 없죠. 남들 보기에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아닌가? 아니, 온 우주를 담은 모든 것인가?
사실 그런 끔찍하게 아득한 이 존재론적 고찰이 책의 주제입니다. 그러니 이 함정을 잘 피해 가야 합니다.
아닙니다. 뭐, 그게 중요한가요. 이도 저도 안되면 적당히 쓰면 되죠. 힘빼고 넘기 힘든 난관 그 아래로 기어 가도 괜찮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