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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 파병?

'마약왕' 잡으러 미군의 멕시코 파병? 월스트리트 저널 전망

by 토미 M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때문에 진짜로 멕시코에 파병하는 거 아니야?"라는 멕시코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습니다.


(마약을 혐오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직접 미군을 파병한다는 얘기가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들 사이에서 나왔기 때문인데, 이게 진짜로 이뤄질지, 아니면 멕시코와의 협상용 카드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I. 미군의 멕시코 파병설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행동 논의는 트럼프 2기 임명될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같은 측근들이 비슷한 얘기를 꺼내면서 설득력을 얻게 됐다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1기 시절, 멕시코의 마약 제조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하려했는데, 당시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가 만류했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 기간에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의 유입을 막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마약 가운데 현재 미국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펜타닐 때문에 2023년에만 미국에서 7만6천여명이 사망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펜타닐은 대부분 멕시코를 거쳐서 미국으로 들어옵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펜타닐의 원료는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져 멕시코로 옮겨진 뒤 멕시코에서 대량 생산되어 미국으로 유입됩니다.


특히 펜타닐의 거의 대부분이 멕시코의 거대 범죄조직 '멕시칸 소일(Mexican soil)'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II. 멕시코 카르텔은 전쟁 중


최근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은 미국이 군대를 파견해야 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묘사는 이렇습니다.


“멕시코에서 강력한 조직 범죄 집단은 전 국토의 약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드론, 지뢰, 장갑차 (몬스트로스 monstruos 라고 불리는 자체 제작 장갑차) 등을 사용하며, 마약 루트와 항구, 영토의 통제권을 놓고 정부 혹은 다른 조직과 싸우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6년간의 마약 조직들의 폭력으로 인해 20만 명 이상의 사망했고, 5만 명이 실종됐습니다.


특히 최근 시날로아 주 상황은 더욱 안좋습니다.


시날로아 주는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 멕시코’ 편의 배경이 됐고,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약 25%를 공급하는 지역입니다.


시날로아 주는 트럼프 정부가 만약 군사행동을 한다면 그 첫 번째 목표가 될 곳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멕시코 마약의 본거지’인데, 최근에는 대형 카르텔 2곳의 전쟁으로 인해 지난 3개월 동안 500명이 죽고, 600명이 실종됐습니다.


“한 카르텔의 리더가 호아킨 구스만 로페즈에게 납치되면서 생긴 일”이라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인데, 이 구즈만은 넷플리스 드라마 ‘엘 차포: 터널 킹’의 주인공이었던 ‘엘 차포’ 구스만의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드라마에 나왔던 대로 미국에 체포되어 콜로라도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습니다.


아들 구스만이 다른 조직 리더를 유인해서 미국 당국에 넘기면서 전쟁이 시작됐다는데, 현재 시날로아주의 주도인 쿨리아칸이 (복수를 원하는 마약 조직에 의해) 포위 상태에 놓여있을 정도로 나라 상태가 엉망이라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설명입니다.


밤이 되면 거리는 대부분 텅 비며, 두 세력은 최근 경쟁 세력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관과 사업가를 살해하고, 경쟁 세력과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사업체에 불을 지르고 총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III. 정치의 영역 : 멕시코 정부와 '그린베레 출신'의 미국 대사


물론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도 남의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는 모양입니다.


멕시코의 새 대통령 클라우디아 쉰바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침공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미군 파병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디아 쉰바움 대통령은 그것 가지고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마약과 이민 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걸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실제로 최근 멕시코의 강력한 시날로아 카르텔의 펜타닐 밀수 조직을 단속하며, 1.3톤의 약물을 압수하기도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시날로아의 상황'만 봐도 멕시코 정부가 단기간에 카르텔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새 주 멕시코 미국 대사 역시 이런 시선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임 주 멕시코 미국 대사인 로널드 존슨 전 엘살바도르 대사는, 전직 그린베레 출신의 미국 정보 장교로 남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고, 특히 19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엘살바도르 군대를 지원하는 고문 역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의 관계에서 경제 보다는 군사와 안보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습니다.


IV. 국제정치 : 파병, 남미의 반발 그리고 미중 갈등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폭력으로 고통받는 지역의 멕시코인들 다수는 미국 요원이나 심지어 군대가 멕시코에 주둔하는 것을 찬성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정치권은 '만약 미군이 들어온다면 이는 주권 침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군이 치고 들어갈 경우, 다른 남미 국가들도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국의 고민입니다.


특히 중국이 열심히 남미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상황에서 생기는 반미주의는 중국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습니다.


전직 멕시코시티 주재 미국 군사 참모인 마이클 버고인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의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한다면 이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군사적 행동이 마약 유입을 멈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입니다.


이 신문은 "약물은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밀수가 쉬우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미국이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마약은 계속 북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메타암페타민이나 펜타닐 제조 시설은 설치 비용이 저렴한데다가 사람이 붐비는 도시 지역에 위치한 곳도 있어 군사적 공격의 효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점을 두루두루 감안해 볼 때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의 미군 파병설이 '아직은' 멕시코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협상용 카드일 거라는 분석이 아직은 유력합니다.


다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관세 25% 때리겠다” “제대로 못막으면 군대 보내겠다”는 압박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으려면 멕시코 정부의 눈에 띄는 성과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멕시코 국립대 라울 베니테즈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확실한 성과와 눈에 띄는 결과를 원합니다, 그것만이 트럼프를 만족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했는데, 멕시코가 트럼프를 설득시킬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PS.


'멕시코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만 놓고 생각해본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25% 관세나 미군 파병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멕시코는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수입 점유율 1위에 오른 국가입니다. 미국 전체 수입의 약 15.4%가 멕시코에서 오는데, 13.9%를 차지하는 중국을 처음으로 넘어설 정도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게다가 멕시코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전세계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휘청이는 건, 어떻게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계산과 기대 때문에 아직은 멕시코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가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압박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관세 25%를 때길 경우 미국 GDP는 1.1%, 멕시코 GDP는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게다가 미국은 멕시코를 압박해 최근 멕시코를 포함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특히 펜타닐의 원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을 멀리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멕시코에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투자액이 모두 17조원을 넘어섰고, 특히 2023년에만 5조원을 넘게 투자하면서 최근 부쩍 멕시코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다만, 이런 모든 전망들은, 트럼프 새 정부에서 '관세나 파병으로 마약을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면 모두 무의미합니다.


최악의 경우, '마약 단속'을 화두로 던지고 멕시코와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경제 전쟁(혹은 멕시코 파병)을 벌일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수입국 1, 2위를 상대로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서 미국 경제가 안전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우리도 그렇겠죠.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한국 경제, 특히 2024년 1분기에만 6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멕시코 진출을 꾸준히 시도 해온 한국의 크고 작은 2천여개 기업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 어떻게 진행될지 꼼꼼하게 잘 지켜봐야할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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