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전략적 이유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정말 '그린란드'를 사려고 할까요?
왜 그렇게 그린란드에 애착하는 걸까요?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왜 그린란드를 사고 싶어 하는지 살펴보면서, 단순히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얽혀 있고, 특히 미중갈등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함께 내놨습니다.
I. 트럼프 “미국이 그린란드 소유해야”
그린란드 자치 정부와 덴마크 정부는 늘 "절대로 팔지 않는다"라고 강조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첫 번째 임기 때부터 팔라고, 팔라고 타령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늘 "우리는 판매되지 않으며 결코 판매되지 않을 것 We are not for sale and will never be for sale"이라고 답변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를 맞아 새 덴마크 대사를 발표하면서 또 이 말을 꺼냈습니다.
"국가 안보와 세계 곳곳의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와 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II. 왜 그린란드인가 ?.. ①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는 남한의 20배가 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하지만 영토의 80%가 얼음으로 이뤄진 북극권에 있다 보니 인구는 약 5만 7천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캐나다 옆에 있지만, 덴마크 자치령입니다. 덴마크는 이 섬을 200년 넘게 지배했으며 여전히 국방과 외교 정책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권리 즉 사법권, 경찰권, 입법권, 그리고 지하자원 사용권 등은 2009년 자치정부법 승인 이후 31명의 대표로 구성된 그린란드 의회 ‘이나치사르투트’가 갖고 있습니다.
이런 동토(凍土)의 외진 땅을 미국이 원하는 건 군사적 필요성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곳에 있는 미국의 피투픽 우주기지 Pituffik Space Base가 미국 본토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방어와 우주 감시 임무 수행 중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지는 미국 우주군 U.S. Space Force 소속입니다.
III. 왜 그린란드인가 ?.. ② 전략 광물의 보고(寶庫)
이 섬에는 석유와 네오디뮴,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광물 등 천연 자원이 풍부합니다.
현재 이 중요한 광물들이 주로 경쟁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자원 전략적으로도 미국으로서는 아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네오디뮴 자석은 부피가 작지만 영구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희귀 광물의 하나로 사물인터넷이나 미사일 유도시스템 같은 첨단 장비에 쓰이고,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모터나 풍력 발전, 원자력 발전 등에 꼭 필요한 희토류 원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IV. 왜 그린란드인가 ?.. ③ 중국의 그린란드 욕심
원래 그린란드를 사자는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것은 아닙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이 논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겁니다.
그는 2019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2016년 중국이 이 섬의 오래된 미 해군 기지를 구매하려고 했던 시도했다" "중국이 이 섬에 공항을 건설하려고 시도했다"라는 이유를 들어 이 섬을 사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바로 어깨 위에 중국과 관련된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데, 중국 당국이 그린란드에 공을 들이다보니 적잖이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아예 사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V. 그린란드는 제2의 알래스카?
실제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사려고 했던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닙니다.
1860년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시절 "그린란드 천연자원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해야한다"는 보고서가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직후 트루먼 대통령의 행정부는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역사를 보면 돈을 주고 땅을 사서 영토를 넓히는 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미국은 1803년에 '루이지애나 구매'를 통해 프랑스로부터 5억 3천만 에이커의 땅을 1,500만 달러에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단어는 '루이지애나 구매'로 다소 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재 미국 영토의 23%를 차지하는, 즉 중부 지역을 거의 다 포함하는 광활한 땅을 구매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어 1867년 10월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알래스카 매입을 놓고 ”쓸데 없는 땅을 비싼 가격으로 샀다“라면서 논란도 많았습니다.
이 거래를 주도했던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 윌리엄 슈워드의 이름을 따서 슈워드의 어리석음 Seward’s Folly 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이후 석유, 석탄, 특히 금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토 매입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전쟁으로 돈이 필요했고, 방어하기도 힘들다는 이유로 팔았습니다)
아마 이번 그린란드 매입이 이뤄지면, 적어도 자원 면에서는 알래스카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PS.
트럼프 대통령이 산다면, 실제 그린란드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워싱턴 포스트가 2019년에 약 1.7조 달러 정도 할 것이라는 추정을 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정확한 가격이 계산된 적은 없습니다.
"파는 물건 아닙니다"라는데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적어도 엄청나게 많은 전략 광물 매장량과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한 지정학적 필요성을 감안하면 미국이 더 비싼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중국이 2015년 "그린란드 철광석 개발 참여" 2017년 "북극 실크로드 개발" 2018년 "그린란드 공항 건설 자금 지원 계획"처럼 그린란드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습니다.
중국으로서는 그린란드가 북극해의 핵심 요충지이고,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계속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린란드에 전략 자원, 미중 갈등, 미사일 방어 처럼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전략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는 걸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팔아라"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얘기를 한 것을 마냥 '외교적 무례함'으로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