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덴마크, 트럼프 측과 비공개 협상 개시..취임 전 외교 성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린란드를 팔라"는 압력을 받아온 덴마크가 '비공식 대화 채널'을 열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밝혔습니다.
단, 이번 비공개 대화 채널은 그린란드를 팔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미국과 그린란드의 군사적, 경제적 협력 강화'에 대한 논의를 위한 채널입니다.
또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와 미국의 군사적 협력을 늘리고, 그린란드 희귀 자원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을 늘려주겠다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를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사력을 사용해 영토나 자산(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포함)을 확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서 논란이 생겼습니다.
또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넘기지 않을 경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위협했는데, 그 답이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덴마크의 발빠른 조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외교'가 빠른 성과를 거뒀다" "덴마크가 트럼프식 외교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I. 덴마크의 제안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판매하는 대신, 1) NATO 회원국으로서 미국과 덴마크가 북극권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2) 미국 기업이 그린란드 자원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를 원한다라고 전해왔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덴마크 측의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는 거래가 아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청하거나 요구하려는 점이 있다면 앉아서 이야기해보겠다"
II. 중국과 러시아를 막아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활동'에 대처하기 위해 그린란드에 더 강력한 군사적 존재가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합니다.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대가 그린란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배타적인 관계가 필요합니다.
트럼프는 지난주 플로리다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중국 배들이 온 사방에 있다. 러시아 배들도 온 사방에 있다.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이 계속 이어지려면, 나토 회원국 답게 덴마크는 (중국, 러시아를 배제하고)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미 미국과 덴마크는 이미 그린란드에 대한 방어 협정을 체결한 상황이고, 이 협정 따라 미국이 그린란드의 북극권 기지인 피투피크 우주 기지에서 광범위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기지는 미국의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인 레이더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북극권을 통해 미국 대륙으로 날아오는 ICBM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III. 희귀 자원을 얻어라?
경제적으로는 '희귀 자원'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가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2023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산업에 필수적인 34개의 '핵심 원자재' 중 25개가 그린란드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미 덴마크 정치인들은 "미국의 그린란드 투자를 환영한다"라고 밝혀왔고, 그린란드 섬의 지도자들 역시 "그린란드는 비즈니스에 개방되어 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특히 미중 패권전쟁 이후 중국이 틈만 나면 희토류들을 무기화해서 미국 기업들은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중장기'적으로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희귀 자원에 대한 배타적 접근'이 가능해질 경우 미국은 충분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셈이지만, 이 지역의 환경 규제는 양쪽의 협의가 더 필요한 대목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습니다.
PS. 트럼프 외교와 덴마크 케이스?
이번 덴마크와의 빠른 협상 진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 혹은 '압박 발언'이 얼마나 빠르게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돈으로 사버리겠다" "미군 파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식의 다소 엉뚱해 보이거나 과격해보이는 트럼프 식 접근법은 해당 논란을 '긴급 사안'으로 만들어 빠르게 협상을 진척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유럽 연합 대사를 지낸 고든 손드랜드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방식의) 이런 논란 만들기는 사실 유익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기 때문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번 덴마크의 발빠른 응답은 '트럼프 대통령 식의 압박'을 받은 나라들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교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로 내세울 만한 양보를 제공하면서도 그의 공개적 요구에는 미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그린란드에 대한 발언 수위도 쑥 내려갔습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할 필요가 없다. 미군이 이미 그 섬에 주둔하고 있다"라고 했고, 마이크 월츠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린란드를 사오거나 점령하지 않도고)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기존 협정을 수정할 수 있는 많은 방안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발빠른 외교 성과 자랑'을 할 수 있고, 덴마크로서는 괜한 경제적, 정치적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될지, 이제 협상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