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분석, 딥시크 논란 뒤 승자와 패자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딥시크 드라마 DeepSeek Drama'가 등장한 뒤 달라진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DeepSeek 등장이 불러온 'AI 고비용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로 나뉘어질 거라고 전망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25년 1월 27일 미국의 AI 전문가들과 많은 투자자들이 딥시크의 v3와 R1 모델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깨닫는 순간, 미국 주식시장의 반응은 가혹했습니다.
미국 기술 기업들의 시가 총액 1조 달러가 사라졌습니다.
AI 붐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엔비디아 시총에서는 6,000억 달러의 가치가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 신제품이 몇몇 기업의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더라도, 이는 전 세계적으로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딥시크가 남긴 메시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❶ AI가 반드시 비싸야 하는 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경쟁과 혁신이 AI의 비용을 낮추고, 그 결과 AI를 더욱 유용하게 만들 것임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딥시크의 '저비용 자랑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AI 기업들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최첨단 칩을 사용할 수 없었던 중국 기업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칩을 재프로그래밍하는 등 혁신적인 방식을 일부 도입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제 최고의 AI 모델을 만드는 비용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연히 오픈 AI의 방식과 비교가 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수년 동안 투자자들과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AI의 최전선에 남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엔비디아는 "최고의 AI를 구축하려면 최고급 칩을 써야 한다"는 이런 샘 알트먼 식의 믿음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 되었습니다.
딥시크에 대한 많은 논란과 의문 제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AI = 큰 투자’라는 대전제가 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는 게 첫번째 메시지입니다.
❷ AI 투자 기업이 바뀔 수 있다.
자본을 퍼붓는 미국의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면 투자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투자자들은 소수의 기업이 독점적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베팅해 왔다"라면서 “하지만 '빠른 추격자'들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 이러한 수익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빅테크들을 외에 '데이터 센터 사업 관련 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 센터 확장을 위한 터빈을 제작할 예정이었던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부터, 터빈을 돌릴 원자로에 연료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카메코(Cameco)까지 손해를 봤다"라면서 "만약 오픈AI(OpenAI)가 상장 기업이었다면, 그 주가 역시 급락했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대로 어떤 기업들이 이익을 볼까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애플을 예로 들었습니다.
"애플은 AI 역량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옳았음을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애플은 '새롭게' 상품화될 AI 모델들 중에서 최고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프랑스의 미스트랄과 아랍에미리트의 TII 같은 '소규모 연구소'들도 같은 기술을 적용해 대형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려고 경쟁할 용기가 생겼을 거라고도 분석했습니다.
영국을 예로 들었는데, 키어 스타머 총리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많은 저렴한 AI 활용법들이 아직 상상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엄두도 못내던 많은 기업과 나라들이 AI를 향해 달려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DeepSeek가 남긴 2번째 메시지입니다.
❸ AI 투자는 더 늘어난다.
AI 비용이 줄어든다고 해서 투자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AI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라면서 "제본스의 역설에 따르면, 효율성이 증가할수록 특정 산업에서의 소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제본스의 역설이란, 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1865년 소책자 "석탄 문제"에서 제기한 개념으로 자원 사용의 효율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원의 총 소비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엔비디아조차 장기적으로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 비록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칩을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딥시크의 R1과 오픈AI의 O3와 같은 추론 모델은 기존의 대형 언어 모델보다 훨씬 많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하는 방식이 효율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AI 총투자량을 줄이지는 않을 거라는 게 3번째 메시지인 셈입니다.
PS.. 승자는 소비자
이번 논란의 승자는 소비자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대형 AI 연구소들은 모델의 품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했지만,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딥시크 논란을 통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심지어는 무료로, 더 좋은 AI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진화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습니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해온 샘 알트먼과 오픈 AI의 말이 과장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자칫 스타게이트 발표 뒤 나온 '딥시크의 선전'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미국 기술업계에 경종을 울렸다”라면서 각성을 촉구하고 나선 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또 미국 투자 업계나 IT 업계가 '스푸트니크 모먼트 & 더 가열찬 AI 투자'를 이구동성으로 외치면서도 AI 하드웨어 기업과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다르게 움직였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미국이 이번 충격을 또 어떻게 미국답게 극복해낼까요?
소련의 우주탐사 뒤 NASA를 만들었듯, 중국의 딥시크 충격 뒤에 'AI Department'라도 하나 만들지 않을까요?